하늘이 검은 먹구름이 끼어 잔뜩 흐렸다.

댕댕이 토리와의 첫 산책인데, 유감스럽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낙담했다.

비가 올듯말듯 바람도 세차게 불어제겼다. 예상했던 그림은 세 마리, 아니 다섯 마리의 댕댕이가 정답게 산책하는 모습인데 현실은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책을 취소할 수는 없어 일단 출발했다. 걱정대로 역시나 토리는 제멋대로였다. 산책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의 특성이 그래도 드러났다. 앞으로 직진하기 보다는 뒤로 돌아 걸으려고 하고, 낯선 사람을 만나면 짖고 뒤걸음치고 제자리 걸음을 했다. 줄은 계속 엉키고 밀당하느라 팔은 아팠다. 계속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집으로 가야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30여 분을 힘들게 나아갔다. 사거리를 지나 작은 어린이 공원에 도착해서 쉴 때까지 토리는 갈팡지팡, 엉망진창이었다. 커피와 빵을 먹고 댕댕이들은 물과 간식을 간단히 먹였다. 바람이 계속 불었다. 스산한 봄날 댕댕이 다섯 마리의 컨디션도 좋아보이진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시 시작된 산책에서 토리는 처음과는 완전 다른 아이가 되어 있었다.

토리는 씩씩하게 앞서 걸었다. 한 눈도 팔지 않고, 낯선 사람이나 개를 보아도 크게 짖거나 심하게 경계하지 않았다. 걷는 속도도 당연히 빨라졌고, 엉덩이 아래로 바짝 내려왔던 꼬리도 등 너머로 치켜 올라갔다. 토리는 그렇게 단숨에 산책의 맛과 의미를 깨우친 것이다. 감동이었다.

 

우리는 토리를 위해 산책 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비가 올듯해서 짧게 끝내려 했는데, 동네에서 더 멀리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낯선 동네, 아기자기한 골목을 찾아서 인간 둘과 다섯 마리의 댕댕이는 멋진 산책을 즐겼다. 토리는 누구보다 앞서서 걸었고, 에너지가 넘쳐서 신나했다. 다른 아이들이 바람과 흐린 날씨에 영향을 받는 것과는 반대였다. 

 

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하지 않았던 것일 뿐.

토리의 얼굴이 불안과 긴장에서 점점 밝고 환하게 바뀌어 가는 걸 지켜보는 마음은 뿌듯하고 감동으로 촉촉해 졌다. 이렇게 멋진 포메라이언 아이인데, 집안에서 하루종일 주인을 기다리며 낙담해 있었을 것을 상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원치않는 비만견 진단도 받고, 사람과 개를 보면 경계하고 짖는 아이로 단정했다니 인간으로서 미안했다. 토리는 스스로의 약점들을 단시간에 모두 극복한 영리한 개였다. 익숙하지 않았을 뿐, 타인도 개도 좋아했던 것이다. 토리야, 내일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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