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인가, 엄마가 보내주신 청국장 한 덩어리가 냉장고에서 먹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먹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두부도 없고 호박도 없고 필요로하는 것마다 없는 바람에 묵혀 버린 청국장을 드디어 오늘, 꺼내 놓았다. 물론 서브 재료가 있을 턱이 없다. 마트나 시장에 간 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니까. 냉장고에 있는 거라곤 쉬어터진 석박지 정도? 너라도 재료로 써야겠다 마음 먹으니 어쩐지 그럴싸 하다. 푹 익은 석박지를 송송 썰어 만들어진 육수에 넣고 한소끔 끓였다. 청국장 반 덩어리를 넣어 주고, 마늘 파 고춧가루 등을 넣고 끓이면 끝.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청국장 끓이는 법이라면 진짜 요리사들이 어이없어 할 지도. 버릴 수는 없어 끓였노라면 나름 변명이 될까나. 사실, 청국장은 정말 좋아하지 않는 요리고, 고기도 두부도 즐겨먹지 않는다. 잘 먹는 음식보다는 안 먹는 음식이 더 많은 입 짧은 인간이라는 실토다. 그럼에도 건강을 생각해서 이제부터라도 먹어보려고 노력이라는 걸 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건 현재의 화두는 첫째도 둘째도 건강이 됐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 다른 이들에게 민폐 끼치는 일은 죽어도 없어야 한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고 운동의 효과와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음식과 요리에 대해서도 운동처럼 되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