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는 햄이 들어가는 순간 인스턴트 맛이 났다. 신김치 특유의 군내와 짠내와 감칠 맛을 기대했는데, 아뿔싸, 과유불급이었다. 호박이며 가지, 표고 등 질좋은 재료를 듬뿍 넣어놓고서는 마지막에 귀신에 홀린 것처럼 스팸을 넣어버렸다. 그건 망조였다. 당연하지만 인스턴트 햄의 감칠맛은 기본 재료의 본연의 맛을 모조리 빼앗아갔다. 무서운 녀석이었다. 

 

짭짤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가공된 고기맛을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선물용으로 들어온 것들이 쌓이곤 해서 가끔은 김치찌개용으로 사용한다. 먹으면서 찡그리고 실망하면서도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이상한 현상이다. 결국은 싫어하는 척은 했지만 내면 어딘가에서 좋아했던 것일까. 아마도 맞을 것이다.  

 

언제나 요리는 예측불허의 세계였다. 과한 의욕이 만든 요리는 이상한 맛이 났다. 일생 요리 잘 하는 여자를 우러러 보지만 그들처럼 되고싶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입을 만족을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서 손이 마를 새 없이 요리를 하고 차리는 여자의 삶은 고난의 행군 같아서다. 주방, 그리고 요리의 세계가 즐겁다는 입장도 있지만 살아오면서 본 대부분의 여자들은 어쩔 수 없는 의무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였다. 지금이야 핵가족이 대세고 1인이나 2인 가족도 많아져서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과거 가부장적 대가족 속 여자들은 부엌데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그 시절의 기억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나는 부엌, 주방, 요리를 결코 사랑하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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