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별러
이런 저런 핑계 끝에 집 수리 중이다
사랑하던 가족을 잃고 떠났던 마음이
시간과 함께 돌아와 정 붙였나보다
봄이 좋은 건 메마른 땅을 뚫고 파릇한 싹이 나고
비쩍 마른 나뭇가지 끝에 초록빛 순이 돋아나기 때문이다.
죽은 듯 앙상하던 수국나무에 엄지손톱만한 움이 텄다
그 옆의 라일락나무에도 새끼 손톱만한 흔적이 보였다
그보다 더 먼저는 수선화가 이파리를 끌어 올렸고
냉이며 돋나물은 탱글탱글 먹음직한 물기를 머금었다
시골 엄마는 쑥버무리를 만들테니 밀가루를 사 보내라 하시고,
중언부언 하시던 아버지는 대뜸 집을 수리하자고 기별하시었다.
겨울이 떠나자마자
그 옷자락이 사라지기도 전에 봄이 불쑥 고개를 내밀어
당혹해 하는 찰나였다, 그 모든 시작은.
겨울은 굿바이
봄은, 수리중
비오고 바람 불어, 바쁜
어느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