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보이는 저마다의 상호를 가만히 불러볼 때가 있다. 가치가 있는 커피, 소녀감성, 나무상자, 오후, 또바기 기타등등. 길게 한참을 보고 설 때도 있고 스치듯 지나가기도 한다. 각각의 이름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다. 카페를 가면 꼭 묻는 질문 중의 하나기도 하다. 이유가 뭐예요? 호기심이 많아 질문을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이다. 대답하는 이가 귀찮아 하거나 사교성이 부족하면 퉁명한 대꾸가 돌아오지만 열에 아홉은 친절히 이름의 숨은 의미를 풀어놓기 마련이다. 사람들 각자에게 쌓인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물건이나 장소에 얽힌 스토리를 듣는 것도 재밌다. 천성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하는 습성도 있지만, 관계의 시작이나 사귐에서 질문하고 답을 듣는 방법보다 확실한 게 또 있을까.

 

이름 없이 그져 커피라는 커다란 간판만 내걸고 있던 작은 가게에 드디어 이름이 생겼다. 블루문. 보는 순간 기뻤다. 블루도 문도 내가 친애하는 단어들이고, 그 작은 가게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어린 20대 초반의 청년이 야심차게 시작한 가게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마도 마음 속의 좋아요를 백번은 눌렀을 만큼, 그렇게. 나는 너를 사랑할 거야라는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첫 눈에 반하고 말았다. 안녕, 블루문. 종종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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