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더듬어 그리운 맛을 찾아가는 과정이 요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문득 한다. 시레기 된장국, 찌게, 지짐이 그 중의 하나인데, 겨우내 몇 번의 시도를 하였지만 실패를 먹었다. 쌀뜨물도 활용하고 들깨가루도 첨가하고 마늘, 파는 기본, 표고버섯도 넣어보지만 맛이 영 아닌 거다. 내 입맛, 기억의 문제일 수도 있었다.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그 추억의 맛이란 게 상당히 추상적이고 감상적인지라.

그리고 어제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를 했다. 된장의 양을 추가하고 고춧가루에 후추도 넣어보고 김수미의 요리법에서 본대로 조물조물해서 한참을 숙성한 뒤에 쌀뜨물을 넣어 끓이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할때 불을 줄여 느리게 느리게 국물을 조렸다. 그리하여 드디어 기억의 그 맛을 찾았다. 부드러우면서도 된장 맛이 깊게 밴 시레기 나물의 식감이 제대로였다. 감동이 밀려왔다.

 

서둘지 않고 포기없이 걷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르는 걷기처럼, 요리에도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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