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고 하기엔 접대가 변변찮아서 미안한 친구가 찾아왔다. 열심히(?) 만들었지만 실패한 떡볶이와 국수를 대접한다고 했는데, 맛도 모양도 영 맘에 들지 않아 속상했다.

맛있다고 먹어준 친구야, 고맙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솔직하게 말해도 돼. 거짓은 마음에 두고두고 남는 법이거든. 오늘의 교훈은 요리는 설렁설렁 해야지 잘한다고 노력하면 더 엉망이 된다는 거다. 요리 못하는 여자는 그냥 요리 못하는 여자로 살아야한다.

 

나이가 중년을 넘어서니 치매 및 건강이 대화의 주된 관심사다. 치매 예방에 좋다는 친구의 말에 시민대학의 글쓰기 강좌에 수강신청을 하러 나섰다. 매사에 게으르고 미적대는 나와는 달리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그녀는 말과 행동이 하나이기에. 지하철도 간만이고 옛 도청건물에 들어선 시민대학을 방문하는 것도 실로 간만의 일이었다. 낡은 느낌이지만 엄청난 이야기를 품고 있을 듯한 중후하고 예스러운 낮은 근대사 건물들은 은근 정취가 남달랐다. 쌀쌀한 날씨지만 하늘은 맑고 미세먼지는 양호한 좋은 날이었다.

 

여자들의 구경이나 하자는 말은 절대 믿어선 안된다. 그냥, 구경이나 할 셈이었던 지하상가에서 우리는 폭풍 쇼핑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래봤자 구제라고 위안할 수 있지만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그릇이며 모자, 원피스 냄비 까지 기타등등 두 손이 무거워 들 수 없다는 현실에 멈추었지만 우리들의 행태는 한마디로 음, 이었다. 소소하지만 큰 만족일지도 모른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게 훨씬 클 수도 있다. 물질이지만 정신을 풍요롭게 채워주었고, 더불어 봄바람도 살랑살랑 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