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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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모든 것을 옥상에서 만났다. 절망적인 자신의 삶을 마주한 것, 세 명의 언니들과 잠시 동안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것,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다고 믿는 외계인 행색의 남편까지 모두 옥상에서 만났다.
회사의 옥상에서 마지막으로 남편을 만나고 주인공은 옥상에서 만난 것들을 차례로 잃어갔다. 절망, 언니들 그리고 남편이라 부르는 것까지도 그렇게 거의 모든 것을 잃어갈 때쯤 주인공은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건강한 관계들이 다시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주인공은 그것을 옥상에 남겨두고 왔다. 자신이 변할 수 있었던 그 비결을 또 다른 자신이 될 누군가를 위해. 가슴과 허벅지 언저리를 오고가는 더러운 손길들로부터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 냄새나는 농담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치가 더욱 현실적인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님께서 외계인 남편을 도피의 장치로 설정한 것은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암울한 현실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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