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2006년 3월에 읽은 책들...

로마인 이야기 14 - 그리스도의 승리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6년 2월
- 고백컨대 "시오노 나나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난 늘 반성하고 있다. 혹자는 시오노 나나미를 두고 우파라고 하는데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다는 생각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냥 민족주의적 우파가 아니라 코스모폴리탄적인 우파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세기를 넘어 대한민국에서도 먹히는 까닭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탈근대 자본주의 사회 담론에 젖어든 우리의 풍토에 너무나 적합한 이데올로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탈이념의 시대, 우리 사회의 담론은 더이상 좌파적 성실성과 봉사, 희생과 대의로 표상되는 것들이 아니라 성과주의, 능력주의 등에 근거한 새로운 평가체계를 받아들인다. 시오노 나나미가 그의 저서들로 재현해내고 있는 이데올로기들이 바로 그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대의명분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수 있다는 담론 자체를 무시해버린다. 대신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다. 국제질서란 원래 그런 것이다. 먹고 먹히는 것, 실력있는 자가 그렇지 않은 다수를 지배한다. 한 명의 능력있는 인재가 그렇지 못한 다수의 무능한 인간들을 벌여 먹여 살리는 것" 그것이 세상의 질서라고 말한다. 억울한가? 억울하면 그대도 노력해서 출세하라! 실력을 양성하라! 타인의 의지에 강제(권력)되지 말고, 네 자신이 규범을 정하고 타율적인 명령을 통해 자신이 행사하는 대신 네 자신이 스스로 동기를 만들어내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몰입하도록 만드는 주체가 되라고 강조한다. 스스로 변형하도록 요구하고 유혹한다.는 점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삼국지"를 대체하는 새로운 처세술서, 경영전략서, 자기계발서다. 그러니 지적인, 감정적 타락이 미시적 일상의 곳곳에 스며있는 이 시대에 어찌 시오노 나나미의 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저항할 수 있단 말이냐.
한권으로 읽는 드러커 100년의 철학
피터 드러커 지음, 남상진 옮김 / 청림출판 / 2004년 2월
- "한권으로 읽는 드러커 100년의 철학"을 구입한 데 대해서 후회는 없다. 그의 명성에 비해 내가 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심이나 지식이 워낙 형편없기 때문이다. 문화를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뒤 가장 고통스러운 일 가운데 하나가 예전 같았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책들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읽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을 먹게 된 일이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라고 일컬어지는 인물, 피터 드러커. 가만히 살펴보니 그는 외국 이론들이나 수입해서 팔아먹으면서 난 척하는 인문학자들, 현재에 대한 쥐꼬리만한 통찰도 없이 잘난 척 하는 미래학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직접적이고, 확실한 영향력을 행사한, 그리고 그들보다 더 적확하게 세상의 변화동향을 읽어내고 선도해낸 인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권으로 읽는 드러커 100년의 철학"은 너무 비싼 책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드러커의 철학을 엿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이 옳다면 이 책의 지은이가 비록 드러커라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드러커 자신이 자신의 철학이 어떤 것이었음을 조목조목 들여다볼 수 있도록 다듬은 책이라기 보다는 그간 자신이 해온 이야기들, 여러 저서들 가운데서 핵심적인 이야기들을 전후 맥락 없이 일종의 아포리즘 형태로 토막내 짜집기한 책이란 혐의를 둘 수밖에 없다. 기대한 바와 다른 책일 때, 다소간의 후회가 드는 건 효율적인 소비에 실패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물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 속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쨌거나 쉬엄쉬엄 바이블 읽듯 하며 드러커의 다른 책으로 들어가기 전의 워밍업으로 생각하기로 자위해본다.
클라시커 50 만화 - 종이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꿈과 환상, 세계 걸작 만화 50
안드레아스 크니게 지음, 김원익 옮김 / 해냄(네오북) / 2005년 10월
- 클라시커 시리즈를 나름대로 좋아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의 목적이 깊이의 획득에 있다기 보다는 다양한 지식을 충족시키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책마다 사용 목적이 다를 터인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본래 의도한 바에 매우 충실한 양식을 따르고, 그 양식에 적합한 난이도와 다양성을 두루 아우른다. 물론 이 책에서 동양 만화들까지 다채롭게 아우르고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어쨌거나 "세계 걸작 만화 50"을 하나로 본다는 거, 나름대로 그들의 역사를 '일목요연(이런 책의 장점이 여기에 있는 것 아닌가)'하게 살필 수 있다는 점은 기대해도 괜찮다.
아버지
다니구치 지로 (지은이), 신준용 (옮긴이) | 애니북스
- 이 책 "아버지"는 "개를 기르다"로 나와 처음 만난 다니구치 지로의 장편 만화책이다. 억지로 짜낸 감동, 자극적인 감동이 아니라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다다미 쇼트가 그러하듯 일상적이고, 평범한 시선 속에서 다시 만난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밍숭밍숭하기론 숭늉맛을 따를 수 있는 음식이 있을까만은 아마 이 만화도 그럴 것 같다. 그런데 숭늉만한 맛을 내는 음식이 또 어디에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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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의 겉과 속 3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1월
- 이 책을 강준만 교수의 문화에세이라고 해야하나, 문화비평집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문화연구, 그도 아니면 문화칼럼? 글쎄 무슨 책이다라고 단언하기 곤란한 수준의 책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본격적인 학문서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신문 칼럼도 아닌 것이니까. 이전의 책들이 지닌 문제의식의 연장 선상에 놓인 책으로, 나는 이 책들의 주제 선별을 높이사는 편이다. "겉과 속" 시리즈라고 해서 어떤 체계를 갖춘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강준만 교수의 다채로운 관심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당대의 여런 문화현상들을 접하고 생각해보도록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학기 학회의 세미나 교재 중 하나로 택했다. 이 책의 비어있는 나머지 공간들은 다른 학회원들의 고민으로 채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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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와 공간의 경제 - 현대문화론선 16
스코트 래쉬 외 지음, 박형준 옮김 / 현대미학사 / 1998년 3월

고삐 풀린 현대성
아르준 아파두라이 지음, 차원현.채호석.배개화 옮김 / 현실문화연구(현문서가) / 2004년 3월

글로벌 시대의 문화번역 - 젠더, 인종, 계층의 경계를 넘어, 문화현장총서
김현미 지음 / 또하나의문화 / 2005년 11월
대중문화와 문화연구
데이비드 몰리, 발레리 워커딘, 제임스 커런 (지은이), 백선기 (옮긴이) | 한울(한울아카데미)
위의 네 권은 최근에 강의를 쫓아가기 위해 읽은 책들이다. "대중문화와 문화연구"는 사실 지난해에 읽은 책인데, 이번 학기에 수업 교재로 채택되어서 다시 읽은 책이다. 처음 읽을 당시에도 번역 때문에 무척이나 골머리를 썩였던 책인데, 다시 읽어보니 사람들이 어째서 "영어만 좀 잘 한다면 원서로 읽는 것이 낫겠다"는 푸념을 늘어놓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위의 세 권은 올 초에 읽은 것들인데, 나름대로 정리가 될 때까지 묵혀두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또 뭘 읽었더라? 아침에 생각해내려니 머리속이 온통 뒤죽박죽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