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황해문화2006년 여름호(통권51호)
황해문화2006년 여름호(통권51호)
지금 당신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이번 호의 특집 <지금 당신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는 근래에 하나의 지적 유행처럼 대두되었던 국가, 혹은 국가주의와 관련된 담론들에 내재된 생산적 문제제기들을 받아들이면서 이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위한 모색의 소산이다. 그동안의 국가(주의), 혹은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탈근대담론들의 경우 한국사에 있어서 근대적 민족국가에 대한 완강한 집착을 이완·해체시키는 성찰적 기능을 수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우리 현실에서 ‘국가’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한 구체적인 문제제기였는가 하는 점에서는 회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한국에서의 ‘국가’는 그러한 탈국가(주의)담론과 무관하게 이미 급격하게 이완되고 해체되어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 민주화와 권위주의 국가체제의 붕괴, 신자유주의적 시장헤게모니의 지배화 과정에서 우리의 ‘국가’는 목하 ‘축소재조정’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이번 호의 특집은 이런 조건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국가와 민족, 국가와 사회, 국가와 계급, 국가와 젠더, 국가와 시장, 국가와 개인 등 근대적 맥락에서의 국가와 관련된 사유들을 제대로 시작해야 하는 국면을 맞았다는 판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이 특집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에서의 국민국가의 약화는 그 구성원의 삶의 질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도 전제하고 있다. 이점에서 <당신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는 이번 호의 특집은 유행하는 탈근대담론과는 다른 차원에서, 구성원의 심상세계 속에 혼돈스럽게 각인된 국가이미지 및 국가에 대한 욕망과 실재하는 현실의 국가, 혹은 바람직한 이념적 국가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 보이고, 그 간극에서 국가에 관한 논의들을 새로 시작해 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한국사회의 위기에 대하여 정열적으로 ‘복지국가’적 대안을 주장해 온 고세훈 선생의 「조각난 공동체, 먼 복지국가」는, 먼 이념으로서의 복지국가적 대안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으면서, 현실 속에서는 철저하게 복지국가적 실천을 거부하고, 이에 저항하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분열된 의식과 모순된 담론을 문제 삼음으로써 우리는 아직 진정한 의미에서의 근대국가를 한번도 제대로 내적으로 전유해 본 적이 없음을 반증하고 있다.
김진호 선생의 「성화된 양심은 없다」는, 민주화와 세계화라는 해체적 벡터의 작용에 의해 국가-가족-개인을 잇는 전체(주의)적 가치의 구현인 도덕공동체가 와해된 상황에서 허약해진 주체가 한편으로는 다시금 ‘마음의 아비’를 갈구하는 것이 현재 고개를 들고 있는 국가주의적 경향으로 나타나며, 다른 한편으로는 도덕적 규율의 진공상태에 대응하여 ‘양심의 도구화’를 선택하는 것이 오늘날 팽배하는 자기중심주의적 경향으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이 역시 국가-사회-개인을 아우르는 균형감각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취약한 심상세계의 실상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은실 선생의 「여성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는 산아제한정책에서 출산장려정책으로 이동해 온 196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국가의 여성의 신체에 대한 관리정책의 변화과정을 근대화과정에서 여성들이 국민국가 프로젝트에 인구재생산의 도구로 동원되어 온 과정으로 보고, 임신과 출산하는 신체-모성을 시민권적 공적 영역에 포함시켜 하나의 근대적 시민권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가와 젠더의 관계 역시 탈근대적 성격과 함께 근대적 성격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논문은 젠더의 문제가 근대국민국가체제의 가부장적 성격을 폭로하고 균열을 가져오는 측면이 있는 반면, 근대국민국가체제 내에서 ‘시민권’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양면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건수 선생의 「민족은 국가를 넘을 수 있는가」는 한국, 혹은 한반도라는 민족국가 영역을 넘어 존재하면서 다른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전혀 다른 문화와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다양한 ‘재외한민족’의 사례와, 한국사회 구성원의 다민족화의 실례를 통해 ‘국가를 넘어서는 민족’의 현실성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음을 주장한다. 그는 이를 위해 국민nation과 민족ethnic group을 개념적으로 명확히 구별하고 민족과 국가를 구별할 것을 제안한다. 이 글은 ‘단일민족 신화의 해체’를 하나의 현실적 추세로 파악하여 근자에 고개를 드는 순혈주의적 내셔널리즘의 시대착오성을 입증하고 있다.
특집 좌담 「한국과 일본-두 개의 국가, 차이와 연대」
특집 좌담 「한국과 일본-두 개의 국가, 차이와 연대」는 한국의 『황해문화』와 일본의 『전야』 두 계간지가 공동으로 마련한 기획으로서 두 나라의 지식인 네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일본-다카하시 데츠야, 나카니시 신타로, 한국-정근식, 김명인) 일본‘국가’와 한국‘국가’의 문제들을 심도 있게 논의하여 공동의 문제의식을 확인한 귀중하고도 특별한 자리였다. 이 좌담에서는 최근 아시아의 근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일본의 신국가주의적 변화양상들―공격적 내셔널리즘, 신자유주의, 반민주적 국가운영 등―과, 이를 방조하고 저항하지 못하는 일본 시민사회의 취약성에 대한 이해를 나누고, 그와 반대로 탈국가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현상을 대비하면서 이런 차이가 사실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재편성 과정에서의 아시아 전략의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며, 결국 아시아의 평화와 탈미국화, 한반도에서의 분단극복과 일본사회의 민주화가 동시에 추구되고 동시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국가문제는 일견 일국적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계체제의 문제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그 현상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해결의 길은 같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자리로서 이 좌담은 의미 깊은 것이었다.
이번 호 <통일을 준비한다>에서는 최근 중국-북한의 급격한 밀월적 접근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가까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주제로 이남주 선생의 글 「북중관계의 진전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준비했다. 필자는 북중관계의 진전에 대한 위협론적 시각의 과잉논리를 비판하고 이것이 오히려 지금 일종의 교착적 위기상태에 빠져 있는 한반도 문제를 진전시키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 호 <황해리포트>는 최원식 변호사의 「상해와 인천-인천은 과연 동북아의 허브인가」를 싣는다. 이 글은 인천시민 상해시찰단의 일원으로 최근 급속도로 아시아 중심항구로 발돋움하고 있는 상해를 시찰하여 그 실상을 보고함으로써 정부의 낡은 투포트 전략Two-Port Policy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인천의 아시아 허브항으로서의 획기적 리모델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두 편의 시평, 홍성태 선생의 「월드컵 응원의 상업화」와 정희준 선생의 「골프의 대중사회학」은 스포츠가 어떻게 자본과 정치의 논리에 의해 포섭되어 그 순수성과 본질을 잃게 되는가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좋은 글들이다. 특히 다가오는 월드컵의 계절에 우리가 한국 축구팀의 승리를 향한 감성적 몰입만큼이나 월드컵의 전면적 상업화에 대한 이성적 자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또 권력과 자본에 의해 조장된 신드롬 속에서 점점 더 비리과 거간의 매개물로 전락해 가고 있는 골프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두 글은 필독을 요한다.
「철학에서의 파시즘과 철학할 권리-철학자 농민 천규석의 철학과 유목주의의 문제」
홍윤기 선생의 「철학에서의 파시즘과 철학할 권리-철학자 농민 천규석의 철학과 유목주의의 문제」는 원래 유목주의nomadism 관련 서적들에 관한 주제서평으로 청탁되었지만, 필자의 의욕에 의해 노마디즘 현상은 물론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본격적 문제제기를 담은 글로 확장되어 <황해논단>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이 글은 학문세계에 미만하고 있는 권력화 메커니즘과 배타적 지식독점주의 등에 대한 공격적이고 논쟁적인 문제제기를 담고 있으며, 근래에 유행하고 있는 유목적 사유 일반의 허약한 논리체계와 그 권력화, 그리고 유목주의에 반대하는 급진생태주의적 사유의 생태철학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 등을 담고 있는 경쾌하고 풍자적 유머감각 넘치는 글로서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황해문화 여름호(통권51호) - 목차
권두비평
2 2006년 초여름, 기우뚱한 균형 잡기│김진석
특 집│지금 당신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12 조각난 공동체, 먼 복지국가│고세훈
33 ‘성화된 양심’은 없다│김진호
-우리 시대 ‘양심의 도구화’에 대한 하나의 문제제기
48 여성에게 국가란 무엇인가│김은실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를 중심으로
70 민족은 국가를 넘을 수 있는가│한건수
83 특집좌담│한국과 일본-두개의 국가, 차이와 연대
다카하시 데츠야·나카니시 신타로·김명인·정근식
창 작
136 시 강태열·조정권·정호승·박철·문경화·이세기·조정
161 소설 초대│김지현
연속기획│통일을 준비한다. 19
184 북중관계의 진전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남주
황해리포트
200 상해와 인천│최원식
-인천은 동북아 허브Hub인가
황해논단
216 철학에서의 파시즘과 철학할 권리│홍윤기
-철학자 농민 천규석의 철학과 유목주의의 문제
인천, 이 사람
245 인천 최고(最古)의 보양 음식점, 북청집 신춘애 씨│김윤식
시 평
256 월드컵 응원의 상업화│홍성태
266 골프의 대중사회학│정희준
-국위선양과 출세의 몽환적 만남
문화비평
278 건축·만국공원의 기억과 ‘창조적 복원’의 난센스│전진삼
286 미술·인천의 재발견-기록과 개입 사이에서│민운기
293 음악·‘스페이스 공감’│신현준
299 연극·만화와 연극│안치운
304 영화·인종의 재발견, 또는 타자에 대한 영화적 무의식│박명진
310 문학·로스쿨시대의 문학의 위상│김경수
315 사진·사진관에서 생긴 일│이경민
-근대 사진문화의 풍경2
324 출판·인천에서 나온 반가운 책 세 권│최성일
서 평
330 『편견을 넘어 평등으로-인권을 위한 강의』│이경주
『일본전후정치사』│하종문
『러일전쟁, 제물포의 영웅들』│서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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