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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칼날보다 날카롭다”-박세길  
   
 
박세길(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강정구 교수의 신간 《미국을 알기나 하나요?》 책장을 넘기면서 시종 등골이 오싹할 만큼 전율을 느껴야만 했다. 어느덧 한낮의 더위마저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쳐버린 듯 온몸이 서늘해져 있었다.


 
강정구 교수의 《미국을 알기나 하나요?》는 문장 하나 하나가 행위이고 투쟁이다. 그것은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찬 냉전 성역에 대한 가차 없는 공격으로 일관하고 있다. 책갈피 곳곳에는 낡고 부패한 도그마를 겨누는 칼날이 번뜩이고 있다. 하지만 강정구 교수의 손에 쥐어져 있는 칼날은 또 다른 도그마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과 상식’이라는 이름의 것이다.

 

“진실은 칼날보다 날카롭고 상식은 법보다 공정하다”

강정구 교수가 《미국을 알기나 하나요?》에서 시종일관 드러내고자 하는 핵심은 과연 진실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더불어 매사를 상식의 눈으로 보기를 간절히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나 강정구 교수의 그러한 태도는 허위와 비상식으로 가득 찬 현실 세계와 정면으로 충돌을 빚으면서 첨예한 대립을 빚어내고 있다. 그래서 강정구 교수의 《미국을 알기나 하나요?》는 한가로운 지적 유희를 단 한치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해 가위눌려 살아왔다. 그 한복판에 ‘간첩’의 문제가 있었다. 어디인가에 숨어들었을 간첩을 찾아내기 위해 온 세상이 감시의 대상이 되고 누구나가 의심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첩(남파 공작원)의 존재가 북에 대한 맹목적 불신과 증오를 재생산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강정구 교수는 이와 관련하여 구체적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세간의 사고를 완전히 뒤엎어 버리고 있다. 남파공작원 보다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북파 공작원이 투입되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비인간적인 만행을 자행되어 왔음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강 교수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결코 회피하지 않는다. 도리어 정면으로 칼을 뽑아 응수하고 있다. 강 교수가 보기에 북한 인권 문제를 끄집어내고 있는 미국은 2002년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이사 자격을 박탈당할 만큼 인권 문제를 거론할 자격조차 없는 나라이다. 또한 탈북자로 드러난 북한 인권 문제의 실체도 생존 문제의 위기에서 비롯된 문제인 만큼 집중적인 식량지원을 통해 원천적인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강 교수가 보기에 실제 필요한 지원은 하지 않으면서 험담만 늘어놓는 것은 극도로 불순한 의도를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강정구 교수의 도전은 맥아더 비판을 제기하는 가운데 한국전쟁을 다루면서 가히 절정에 이르게 된다. 한국전쟁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를 낳는 지점이다. 쉽게 말해서 다치기 쉬운 주제인 것이다. 실제로 강정구 교수 자신이 한국전쟁을 통일전쟁으로 봐야 한다는 한마디로 인해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는 시련을 겪게 되었다.

《미국을 알기나 하나요?》에는 이와 관련된 글이 가감 없이 실려 있다. 이글을 통해 강정구 교수는 한국전쟁은 적어도 출발 당시에는 통일전쟁의 성격을 지닌 내전이었으며 마땅히 내전으로 끝났어야 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한국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지극히 부당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강 교수가 제시하는 논거는 의외로 간단하다. 내전으로 끝났으면 조기에 전쟁이 마무리됨으로써 수만 명의 희생에 그쳤을 것을 미국이 개입함으로써 희생자 수가 수백 만 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속인의 눈에 보기에 강정구 교수의 이야기는 매우 자극적이면서 도발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특히 골수 친미 인사들이 들으면 기절하고도 남을 이야기이다. 그들은 ‘한반도 전체가 공산화되었어도 좋다’는 이야기냐고 입에 거품을 물고 눈을 부라릴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들어보면 강 교수의 이야기는 지극히 상식적 수준의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세상에서 사람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 그 어떤 이념과 체제도 수백만 명의 사람 목숨을 앗아가도 무방할 만큼 절대적 가치를 지닐 수는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람의 목숨을 우습게 아는 절대적 가치를 숭배하고 있다. 그것이 그들 자신의 표현대로 자유민주주의이든 아니면 포괄적으로 반공이든 관계없이 말이다. 강정구 교수는 그러한 반인적인 아집에 대해 진실을 설파하고 상식의 칼날을 들이댔을 뿐인 것이다.

참으로 진실은 칼날보다 날카롭고 상식은 법보다 공정함을 깨우쳐 주기 위한 강정구 교수의 노력이 눈물겹게 다가온다.

 

대안 제시 없이는 감히 비판하지 않는다!

진보적 학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가장 심각한 비난은 대안 없이 비판만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필자가 보기에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대략 1980년대까지 미래 사회에 대한 담론은 압도적으로 진보진영의 몫이었다. 대안이라는 용어와 진보라는 용어는 한 쌍처럼 사용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대안적 사고가 급격히 퇴색하기 시작했다. 그 대신 보수 진영이 대안적인 담론 생산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거두절미하고 삼성경제연구소(세리) 사이트에 들어가 보라. 한국 사회 전 분야에서 걸친 미래 전망을 대단히 공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제출한 ‘G10 IN Y10 Project’(2015년 10대 선진국 진입전략)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구체적이고 명확한 수준에서 10년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진보와 보수의 전망 대결은 우열의 다툼이 아니라 있고 없고의 싸움 정도로 비쳐지고 있다. 보수는 공격적으로 아젠다를 쏟아놓고 있는데 반해 진보는 전혀 그렇지를 못한 것이다. 이는 단적으로 대형서점 미래학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 중에서 진보 계열에 속하는 것은 몇 몇 번역서를 제외하면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반면 보수적 관점에서 ‘10년 후’라는 의제를 담은 책들만 해도 즐비하기 짝이 없다. 국민들 사이에서 진보진영이 대안 없이 덮어놓고 반대만 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 전혀 보수언론의 조작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강정구 교수에 대해서만큼은 대안 없이 비판만 한다는 비난은 삼가야 할 것이다. 강정구 교수의《미국을 알기나 하나요?》는 시종 일관 대안 모색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서해분쟁 지역 문제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서부터 한미관계와 통일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안 제시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성의 것에 집착하지 않고 독창적인 접근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6.15공동선언 이후 환경 변화에 맞추어 고안한 전후 4단계에 걸친 아리랑통일민주공화국 건설 방안은 그러한 노력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강정구 교수의 대안 제시가 충분하다거나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고민을 거친 연후에야 해당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강정구 교수의 태도이다. 《미국을 알기나 하나요?》는 대안 제시 없이는 감히 비판조차 허용하지 않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후학들이 충심으로 배워야할 지점이다.

 

무지와 오만에 대한 채찍

내가 아는 강정구 교수는 참으로 고독한 학자이다. 여전히 냉전 수구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이렇다 할 여론의 지지 없이 홀로 냉전 성역에 도전해 왔다는 의미에서 강정구 교수는 매우 고독한 학자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강 교수를 더욱 고독하게 만든 것은 학계에서조차 외롭게 민족문제에 천착해 왔다는 점이다.

언제인가 강정구 교수와 함께 토론회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도중 학계 풍토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전해들은 바 있다. 민족 문제를 다루는 학자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학계와 생각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역시 어떤 토론회 자리였는데 꽤 이름이 알려져 있는 어떤 소장 학자가 민족국가는 낡은 패러다임이며 앞으로 지향해야할 국가는 ‘다민족으로 구성되는 시민국가’라고 주창한 바 있었다. 학계의 분위기를 반영한 일단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류 역사의 발전 단계가 민족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문화 교류가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듯이 올바른 세계성의 획득은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상호 인정과 존중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패권과 노예적 굴종만이 판을 칠뿐이다.

이런 점에서 강정구 교수의《미국을 알기나 하나요?》는 글로벌 시대 한반도 문제가 갖는 국제성, 세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강정구 교수가 보기에 북한 문제, 한반도 문제, 동북아 문제, 세계평화 문제는 내적으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민족 문제와 지구적 가치는 긴밀하게 통일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강정구 교수의 《미국을 알기나 하나요?》는 민족 문제에 대한 온갖 종류의 무지와 오만을 질타하는 매서운 채찍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말들이 많기는 하다. 혹자는 강 교수가 너무 앞서 간다고 문제 삼기도 하고 혹은 너무 돌출적이라고 힐난하기도 한다. 필자는 그러한 비난에 대해 100% 강정구 교수를 옹호하고 싶다. 현실은 강 교수가 너무 앞서간 것이 아니라 한국의 지식인 사회가 시대 흐름에 비해 너무 쳐져 있는 것이며 강 교수가 돌출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의 지식인들이 이슈에 대해 너무 소심하고 둔감해져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어느 모로 보나 강정구 교수는 고독한 만큼 지식인 사회의 독보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독보적 가치가 듬뿍 담겨져 있는 책이 바로 《미국을 알기나 하나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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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우영 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아버지는 비전향 장기수
2006-06-26 11:33 | VIEW : 116

"진보, 더 이상 침묵하는 건 죄입니다"



이준규(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 2006년 6월 26일



지난 6월19일, 최우영 (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 87년 납북된 '동진호' 어로장 최종석씨 딸)를 만났다. 인터넷신문 <레디앙>과 함께 기획한 이번 인터뷰(인터뷰기사 [원문보기])는 이미 레디앙에 기사화되었으며 많은 반향이 있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만을 정리한 부분이다. 기사는 레디앙의 윤재설기자가 작성했다.

- “동진호가 납북, 억류된 경위에 대해 먼저 말씀을 해주시죠.”

=“1987년 1월15일 텔레비전 속보를 통해 동진호가 납북되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그 당시에는 정부로부터 ‘아버님이 인천에 모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할 것이다, 2월초에 아버님이 오실 것이다’라는 통보를 받았죠. 그러고 나서 며칠 있다가 ‘아버님 기자회견이 취소됐다’고, ‘남북한에 미묘한 뭔가가 있어서 오지 못하게 됐다, 최선을 다하겠다…’ 그런 공문이 왔어요.

사실 저는 북한을 몰랐어요. 아버지가 납치되셨지만 배를 타시는 분이셨기 때문에, 매일 매일 돌아오는 분이 아니라 한달에 한번 정도 오셨기 때문에 아버지가 납치돼도 실감이 안 났어요. 언제나 그랫듯이 저희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사오시며 집으로 오실 것만 같았어요.

아버지가 납치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건 어머니가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고 사랑하는 아버지가 납북되었음을 절감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1999년이었는데 북한 인권과 관련한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모든 일간지에 실린 적이 있었어요. 거기서 정치범 수용소…. 저는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를 못했어요. 짐승도 먹지 않는 그런 것을 먹는 곳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한국인 22명. 거기서 아버지 이름을 봤어요. 너무나 황당하고 믿을 수가 없었죠. 어떻게 믿어요.”

최우영 씨는 먼저 통일부에 전화를 했다. 통일부에서는 그 자료는 국가정보원에서 배포한 것이라며 자기들은 모른다고 했다. 국정원에 전화했더니 담당자는 만나지 않겠다, 자신이 누군지 밝힐 수 없다, 자료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며 귀찮아했다.

“아버지가 어떤 상태인지, 인간 이하 삶을 살고 있는데 얼마나 힘드신지 알고 싶어 통일부 를 찾아갔죠. 갔더니 공무원이 87년도 자료를 그대로 읽고 있는 거예요. 똑같은 얘기 들었다고 얘기하니까 그 공무원은 충격을 받아서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그러더라고요.


"왜 탈출 못하냐고 원망했었는데…"

저는 아버지를 원망한 시절이 더 많았어요. 제 아버지는 우리를 사랑했고 목숨을 걸고 오시는 분인데 기다려도 오지 않으시는 거예요. ‘목숨을 걸고 탈출을 왜 못해’하고 원망했던 마음이 너무 죄송스럽고 아버지가 너무 불쌍한 거예요. 한달을 울었어요.”

이 얘기를 지금까지 수백 번 했을 테지만 이 대목에서 최씨의 목소리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뒤에 아버지 소식을 듣기 위해서 탈북자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놀라운 사실을 많이 듣게 됐죠. 그분들 중에 한분이 아버지를 봤는데 아버지가 한달에 한번 햇볕을 보러 나왔대요. 한달에 한번 햇볕을 보는 사람은 죽이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살아있을 확률이 높다고 희망을 가지라는 거예요.

박종철 사건 잘 아실 거예요. 수지김 사건도 알려졌고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게 있다면 바로 저희 아버지 사건일 거예요. 87년 그날 박종철 사건이 있었고 김만철 씨 가족이 탈북해서 대만으로 갔었죠. 북한에서는 김만철 씨가 탈북이 아니라 배가 떠내려 간 거라고 하면서 송환을 요구했죠.”

당시 전두환 정권은 탈북해서 대만으로 갔던 김만철 씨 가족을 남한으로 데려왔다. 그러자 북한은 동진호를 돌려보내겠다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고 김만철 씨 가족과 맞교환을 요구했고, 남한 정부가 이를 거절하자 북한은 동진호를 간첩선으로, 선장인 김순근 씨와 어로장인 최종석 씨를 간첩으로 몰았다.

- “아버지가 생존해 있다는 것을 정부를 통해서 들은 적은 없나요.”

= “정부를 통해서 들은 적은 없어요. 기사를 통해서 봤죠. 적어도 나에게는 국가는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댈 곳이 없는 거죠. 그때 그 기사를 못 봤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 “납북 후에 최종석 씨가 북한에서 비전향장기수로 몰렸었는데요.”

= “북한은 아버지를 비전향장기수로 주장하고 있어요. 북한에서 유일하게 인정하는 비전향 장기수는 김순근씨와 아버지입니다. 우리정부는 비전향 장기수 63명을 보내주고 그 전에 이인모 씨도 보내줬죠. 그런데 한국은 북한이 인정하고 있는 비전향장기수에 대해서도 송환을 얘기하지 못하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워 경제적 지원이 없으면 견디기 어렵고 이미 300만 명의 주민이 굶어 죽었지만, 이 부분만큼은 우리 정부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남한에서 학교 나왔고, 공무원으로 자리를 잡았고, 세금을 내고, 제 동생은 군대를 갔어요.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 건데 침묵 당하고 무시 당하고…. 자다가도 눈물이, 피눈물이 나요.”

- “납북자 가족들은 취직 등에서 불이익을 받아왔다고 들었는데 실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 “국정원에서 연락이 와요. 이사 가면 찾아오고…. ‘납북자 가족’이란 말, 들어보셨어요? 납북자 가족이라고 지금도 밝히지 않아요. 전쟁 때 82,950명, 전쟁 후에 489명 납치가 됐어요. 한 집 건너 납북자와 관련이 다 있을텐데…. 언론인이 납치됐다는 얘기 들으셨어요? 방송국 피디가 납치됐어요. 학교 선생님이 납치됐어요. 한살짜리 애가 납치됐어요. 온가족이 납치가 됐고, 독일에서 공무원이 일하다 납치됐고, 학생들이 납치됐어요. 그런데 납북경위라든지 하나도 밝혀지지가 않았잖아요.”

- “납북자들 중에서 돌아오신 분들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분들 같은 경우에는 정보기관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는 등 돌아와서도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 “그렇죠. 그런데 저희가 그런 분들까지 못 챙겼어요. 저희는 피해자 단체이고 다들 직장들이 있고, 직업으로 활동하는 분이 없거든요. 갈 곳이 없으니까 저희한테 오시는데, 그런 분들을 지원할 수 있는 단체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분들은 고문을 많이 당해서 40세 이전에 많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남은 분들이라도 살아계실 때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되었으면 해요”

- “납북자가 485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국정원에서 명단을 통보해주는 것은 아닌가요.”

= “생사확인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현재로선 이산가족 만날 때 한번 만나는 것이 전부입니다.”

비전향 장기수는 똑같은 간첩이었는데 북한에서는 가족들이 영웅대접을 받잖아요. 장기수들은 국내 30여 인권단체들 도움으로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북한에 있는 가족들 생활하는 모습을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보기도 하지만, 납북자 가족들은 생사확인조차 못하고 있지요.”

인터뷰 말미에 최씨는 “<송환>을 보면 우리가 비전향 장기수 송환을 반대하는 단체로 비쳐졌다”며 “그건 명백히 왜곡된 이미지”라고 말했다.

“납북자 가족들 만나보세요. 가난이 대물림되는 생계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어요.

납북자 가족들은 지난 6년간 (납북자 관련 특별)법제정을 요구해왔지만 아직도 법제정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 “김대중 정부 시절에 정부를 향해서 청원을 한다던가 그런 적은 없었는지요.”

= “방법을 몰랐어요. 최근에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님이 도와주셔서 하게 됐죠. 일찍 알았으면 그런 것부터 했었어야 했는데 아쉬워요”

- “2003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농성이 있었고 이듬해 4월 국가인권위가 ‘납북자가족 인권침해에 관한 실태 파악과 특별법 제정 권고안’을 발표했는데요. 그 이후 이종석 통일부 장관 청문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 “역대 장관들 중에 특별법 제정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분입니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 “납북인지, 월북인지 어떻게 아냐, 그런 질문을 받았던 경험을 얘기한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 “그땐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예를 들어 아이가 유괴를 당했어요. 유괴 납치범이, ‘가출해서 나한테 왔다’고 하면 그 얘길 누가 믿나요? 그런 사람한테 손을 잡고, 괜찮을 거라고, 곧 올 거라고, 고생이 얼마나 많냐고 하는 게 인지상정이잖아요. 저희들은 북한보다 남한의 벽이 더 두터워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

그 고통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진보단체들의 무관심, 냉대, 의혹의 눈초리

최우영 씨는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 금세 납북자 가족을 지원해줄 단체가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 일본에서는 한달만에 생겼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지원단체가 쉽게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평화, 인권, 통일과 관련된 단체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최씨에게 돌아온 것은 무관심과 냉대, 의혹의 눈초리뿐이었다.

= “더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진보진영에서는 어느 정도 대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이제 납치 문제는 전세계의 인권문제가 되어 미국, 일본 뿐아니라 유럽의회에서도 납치문제의 심각성을 논의하고 있어요. 독일, 폴란드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이며 인터뷰 요청을 하고 있어요.

2003년에는 이미 영국의 목사님이 납북된 안승운 목사에 대한 생사확인을 북한에 제기한 사례도 있어요. 시대가 많이 변해 세계적으로 한국의 납북자 인권문제에 대해 행동을 시작하고 있는데 과연 납북된 노동자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네요. 언제까지 그렇게 팔짱만 끼고 있을런지요. 진정한 진보주의자는 납북자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피켓 하나 들어주는 게 고마울 따름

물론 피해자와 제3자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보진영이 그동안 얼마나 납북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왔는가를 되묻게 하는 최씨의 토로는 많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었다.

- “일본내 주류의 움직임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나 인권법 제정을 통해 압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듯 합니다. 한국에서도 시청 앞에서 30만이 모여 북한인권대회를 하면서 압박을 하는데 그게 과연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도주의적인 접근일텐데요. 2월에 적십자 회담에서 북한이 낮은 수준이지만 납북자 문제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산가족문제에 전쟁시기 및 그 이후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에 대한 생사 확인 문제를 포함시켜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한다’는 것인데요. 가족들은 더디고 답답하게 느끼겠지만 그나마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의 남북화해협력 정책이나 대화채널 확보로 가능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지금부터 한국의 납북자 문제해결 방향은 중요한 실험대에 오르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납북자 가족들은 만나야겠고 만난 가족들은 송환을 포기하고 국민들 관심 속에서 사라져 버렸지요. 오는 28일 최계월 씨가 아들 김영남 씨를 만나러 가는데 분명, 북한은 ‘자기가 스스로 왔다. 북에서 살고 싶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찬양을 하리라 생각돼요. 이 상황에서 납북자 김영남 씨 가족이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받쳐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요. 그래서 단 1명이라도 송환되기를 기원합니다.”


“북한, 일본에는 잘 하면서 우리는 무시”

- “그게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일본 납치피해자 가족들은 그래서 만나지 말라고 하는데요.”

= “일본에서는 이미 ‘만나는 문제’가 아니에요. 일본에서는 귀국의 사례가 있었잖아요. 요코다 메구미 씨는 유골이 송환됐고요. 그런데 그게 가짜였고 한 분은 동물뼈가 섞여 있었다고 하고요. 우리는 돌아온 사례가 없어요. 송환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살아계시면 송환해야 되고, 돌아가셨으면 유해라도 모셔와야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북한은 일본의 납북자문제만큼 우리를 존중해줬으면 해요. 그것이 진정한 통일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납북자 문제는 북한 인권 문제 아니다"

우리는 북한 인권을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이건 국내 인권의 문제예요. 우리도 북한인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납북자 문제는 국내문제예요.

- “납북자 문제가 북한 인권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북한인권 문제와 납북자 문제를 섞어서 얘기하면 진보는 얘기하기 꺼려지고 보수는 북한체제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납북자 문제는 남한 정부가 책임을 다 했는가라는 문제이고, 북한이 힘없는 민간인에게 가한 국가적 범죄행위로 성격을 규정해야 할 것입니다.”

최씨의 얼굴이 다소 밝아졌다. 두 시간 넘도록 길게 이어진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최우영 씨는 작은 소망을 밝혔다.

“저도 아름다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러기에는 납치피해자 가족만으로는 힘이 없습니다. 많은 국민들과 양심있는 지식인과 NGO활동가들의 역할을 기대해봅니다.”

다음 주면 김영남 씨 모자의 상봉이 이뤄질 것이고, 미국과 일본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고, 국회에서는 납북자 관련 특별법 제정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그동안 납북자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침묵으로 일관해온 진보진영이 이제 최씨의 작은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자세가 되어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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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코리아] 근로자 위협하는 화학물 직업병
[서울신문 2006-03-21 08:42]

[서울신문]지난달 경기도 부천시 소재 조명기기 생산업체 K사에서 일하던 근로자(49)가 40여일 만에 피부홍반과 간기능 장애 등으로 갑자기 숨졌다. 앞서 1월14일에도 경기도 광주시의 휴대전화 부품생산업체 H사에서 똑같은 증세로 외국인 여성근로자(24)가 30여일 만에 숨졌다.

노동부가 원인조사를 해본 결과 이들은 트리클로로에틸린(TCE)에 의한 ‘스티븐스 존슨 증후군’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 노출 무방비

문제의 트리클로로에틸린은 휘발성 액체로 다른 물질을 녹이는 유기용제 가운데 하나다. 산업현장에서는 생산품의 포장 전 세척·탈지제 등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 물질의 유해성은 자극, 두통, 현기증, 알레르기, 신장·간장 이상, 마비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특이체질을 가진 근로자가 고농도로 노출되면 짧은 기간(40일 이내) 내에 스티븐스 존슨 증후군이 발생,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화학물질에 의한 사고는 근로자와 사용자에게 1차적인 잘못이 있지만 위험한 화학물질에 대한 실태파악과 예방조치를 소홀히한 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

그 동안 정부가 실시하는 제조업체 작업환경실태조사 등 화학물질 관련 조사는 단순히 화학물질별 취급사업장 수, 근로자 수, 취급량 등 규모 파악에 그치고 있었다. 직업병 역학조사조차 국소적으로 이뤄져 화학물질에 대한 근로자의 노출정도, 사용공정과 작업방법 등 정확한 실태 파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업현장에서 화학물질에 노출, 사망 또는 심한 장애를 겪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경기도 화성의 LCD 등 플라스틱 가공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외국인 여성 근로자 8명이 노말헥산에 노출돼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해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직업병은 석탄광업과 중공업 발달 등으로 90년대까지 진폐증, 소음성 난청, 중금속 중독, 유기용제 중독 등이 주류를 이뤘다.2000년대는 근골격계질환 및 뇌심혈관질환 등 작업 관련성 질병이 다양하게 발생되고 있는 추세다.2004년도 직업병 및 작업 관련성 질환으로 인한 업무상 질병 요양자는 모두 7895명으로 전년도 7740명에 비해 155명(2.0%)이 증가했다.

직업병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2004년 1288명으로 전년도 1390명에 비해 102명(7.3%)이 감소했다. 하지만 산재 사망자의 45%가 직업병 등 업무상 질병으로 분석돼 철저한 예방과 관리가 요구된다.

화학물질 정보카드 보급

정부는 올해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파악과 자료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직업병 발생의 최대 원인인 데다 후유증이 심각한 화학물질에 의한 근로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우선 직업병 발생 화학물질로 알려진 30종을 선정, 매년 5∼6종에 대한 유통 및 사용실태 등 구체적인 조사에 나선다. 올해는 전국 5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노말헥산, 트리클로로에틸렌, 브롬화메틸, 디메틸포름·아세트아미드, 이소시아네이트류, 결정형 유리규산 등 6종에 대한 사용실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조사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한 화학물질정보카드(CIC)와 취급공정별 대책자료 등을 개발,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그 동안 사후관리에 의존해왔던 화학물질 관리의 틀을 바꿔 유해 화학물질의 유통, 사용 및 취급실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실시해 예방체계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작업환경 바꾸고 사내 보건센터 운영

지난 15일 한국델파이 대구공장의 보건센터.20여명의 근로자들은 특별히 초청된 연세대 권오윤(물리치료학과) 교수에게 불편한 자신의 몸 상태를 상담하며, 치료를 받고 있었다.

15년째 차량용 히터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조영국(38)씨는 “평소 작업자세가 좋지 않아 목 디스크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사내 보건센터에서 상담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으니 병원보다 편하고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무거운 재료를 반복적으로 다루는 작업이 많은 이 회사 2000여명의 근로자들은 언제든 전문의와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회사가 근로자의 건강상태 개선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04년. 회사는 먼저 노사가 참여하는 근골격계 질환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작업환경을 점검해 나갔다. 이후 8개월 동안 10억원을 투자해 불필요하게 근육을 사용하는 1000여곳의 작업공정을 개선했다.


더불어 물리치료사와 운동치료기 22종을 갖춘 보건센터와 50평 규모의 체력증진센터를 운영하고 통증관리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해 나갔다. 각종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해 1주일에 5차례씩 통증완화치료 및 관절보호기법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해나가고 있다. 몸이 불편하면 업무시간에도 2시간 정도 상담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노력이 이어지자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근로자가 처음에는 하루 40∼50명에서 2년이 지난 지금은 10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근로자의 건강이 좋아지며 경영도 좋아졌다.2004년 6204일이던 휴업일수가 지난해는 2049일로 줄었다. 이에 따른 비용손실도 3억 7000만원대에서 1억원대로 크게 낮아졌다.

그 결과 이 회사는 지난해 5억불 수출탑을 수상한 데 이어 한국산업안전공단으로부터 ‘근골격계질환 예방 최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기철 사장은 “가정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작업공간은 안방처럼 편안해야 한다.”면서 “회사는 근로자의 고충을 최소화할 의무가 있고 근로자도 불편한 작업환경을 바꿔달라고 요구할 귄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화학물질 DB 구축 중독사고 예방 절실

그동안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이 발생하면 해당 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을 일제점검했다. 예방적인 측면에서 보면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제한된 화학물질에 대해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 고위험근로자를 찾아낼 수 있으므로 효과적인 예방사업이 가능해진다.

화학물질에 의한 직업병은 최근 50인 이하, 심지어 5인 이하 사업장에서 자주 나타난다. 주로 유수한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들이다. 과거 대기업이 자체생산하던 것을 소기업이 하청받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규모 기업은 근로자의 건강보다 생산단가를 낮추는 데만 관심을 가져 직업병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악순환을 몰고왔다. 하청업체 근로자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 대기업에는 해당제품의 불매운동 등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것도 직업병 예방을 위해서는 좋은 방법이다.

화학물질은 워낙 종류가 많은데다 사업주나 근로자들도 각 화학물질이 어떠한 독성이 있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사업주나 근로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사업주나 근로자가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의문이 생기면 공공기관에 의뢰, 공공기관은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하면 현장조사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지도를 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건강유해도조사(HHE), 영국에서는 작업장보건연결(Workplace Hwalth Connet)이라는 제도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

강성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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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balmas > [퍼온글] [펌] 이번에는 MBC에서 FTA 다큐 방송 / 6월 29-30일 오전 11시

 

이번에는 MBC에서 FTA 다큐 방송
임은경 기자    메일보내기  

   
 이달 초 KBS에서 다큐멘터리 'NA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이 방송된 이후 한미FTA 체결에 대한 회의론이 더욱 힘을 얻으면서 찬반 논란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MBC에서 FTA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한다.
  
  MBC는 오는 29~30일 오전 11시에 영국 BBC 프로그램 '파노라마'가 2003년 5월과 2005년 3월 각각 자유무역체제하에서 농업과 섬유산업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에 대해 다뤘던 꼭지들을 방송한다고 밝혔다.
  
  29일에는 FTA가 농업, 농민에게 던진 충격에 대해 세계 개발도상국을 순회하며 취재한 내용이 방송된다. 제작진은 보조금으로 농사지어 만든 값싼 유럽 설탕 때문에 문을 닫을 형편인 케냐의 사탕수수농장과 설탕공장을 둘러본다. 또한 가격 폭락의 여파로 100년 전통의 커피농장들이 위기에 처한 과테말라의 커피농업도 조명한다.
  
  30일에는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부터 남아메리카 안데스 지역까지 세계 섬유시장의 경쟁력과 실상을 전한다. 아울러 자유무역이 개발도상국의 섬유산업과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다루어진다.


2006년06월26일 ⓒ민중의 소리

 

FTA 관련 BBC 다큐멘터리 방송
작성일 : 2006.06.25 조회 :

특선 BBC 다큐멘터리 'FTA - 농업과 자유무역'


■  방송: 6월 29일 (목) 오전 11시

 

문화방송은 최근 사회적으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한ㆍ미FTA협상과 관련한 해외의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를 29일(목), 30일(금) 이틀간에 걸쳐 오전 11시 방송한다.

이를 위해 영국BBC의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PANORAMA' 프로그램을 구입, 자유무역체제 하에서의 농업과 섬유산업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또 이해당사자들의 실상은 어떤지에 대해 알아본다.



- 개요

   BBC 간판 취재 프로그램 《파노라마》의 2003년 5월 9일 방송분으로서
   자유무역협정이 동반한 농산물과 농업, 농민들에게 던진 충격과 결과를
   전 세계 개발도상국을 순회하며 취재?제작한 프로그램.

- 구성

   이 프로그램은 BBC의 간판 취재기자 스티브 브래드쇼(Steve Bradshaw)가
   전 세계를 돌면서 불공정하게 거래되는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을 인터뷰하며,
   그들로부터 구입한 재료들을 영국에 있는 요리사에게 전달,
   세계에서 가장 불공정하게 거래된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든다는 줄거리이다.

- 내용

   보조금을 받아 농사지어 만든 값싼 유럽 설탕 때문에 문을 닫을 형편인
   케냐의 사탕수수농장과 설탕공장. 대규모 토마토 농장이 많은 가나,
   그러나 시장에선 이탈리아산 토마토 가공식품은 있지만, 가나 산 토마토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테말라의 커피 농업도 마찬가지로, 가격 폭락의 여파로 100년 전통의 커피농장들이
   문을 닫으려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
   허울뿐인 ‘자유무역’이라는 이름하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특선 BBC 다큐멘터리 'FTA - 섬유산업과 자유무역'


■  방송: 6월 30일 (금) 오전 11시



- 개요

   BBC 간판 취재 프로그램 《파노라마》의 2005년 3월 6일 방송분으로서
   아프리카 사하라지역부터 남아메리카 안데스지역가지 순회하면서
   세계 섬유시장의 경쟁력과 실상을 밝히고 아울러 자유무역이 개발도상국의 섬유산업에 미친
   영향을 취재?제작한 프로그램.

- 구성

   스티브 브래드쇼가 전 세계를 돌며 하루 일당이 1달러가 채 안 되는 힘겨운 농민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들로부터 구입한 옷감과 천을 런던의상학교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학생들은 이 옷감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 패션쇼에 올린다는 줄거리이다.

- 내용

   아프리카 사하라지역부터 남아메리카 안데스 지역까지 순회하면서
   불공정한 ‘자유무역’ 체제가 섬유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에 종사하는 개발도상국들의 노동자들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를 폭로한다.
   풍작을 이룬 말리의 면화 농장에선 아직도 농민들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자선단체가 보내 준 헌옷이 시장에서 팔리는 우간다에선 피복 공장이 하나 둘 망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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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balmas > [퍼온글] [프레시안] FTA 대안은 있다 (1) 한미 FTA는 '정책주권 이양협정'이다: 허무맹랑한 '충격효과'론

드디어 좀 제대로 된 FTA 논의가 시작될 듯 싶다. 새사연에서 한미 FTA에 대한 본격적 비판을 프레시안에 10회에 나눠 연재한다고 한다. 기대만빵!! 길지만, 현재 한미 FTA의 문제를 제대로 정리해놓았다. 바쁘시면 다음에라도 꼭 읽어보시라. 미국의 금융자본과 노무현 정부의 아시아 금융허브론의 이해일치에 대한 지적도 흥미롭고, 한미간의 현재 관세율 비교 (1.7% : 7.9%)를 보면 정부쪽에서 선전하는 시장선점효과도 말 그대로 뻥카임이 드러난 셈이다.  글이 길지만, 그래도 꼭들 좀 읽어보시기를...

 

 

한미 FTA는 '정책주권 이양협정'이다

[FTA 대안은 있다(1)] 허무맹랑한 '충격효과'론
등록일자 : 2006년 06 월 26 일 (월) 08 : 43   
 

  정부는 지난 2월 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데 이어 6월 초에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정부와 이 협정 체결을 위한 1차 본협상을 가졌고, 다음달 10일부터 닷새 동안 서울에서 2차 본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이처럼 한미 양국 간 FTA 협상이 빠른 속도로 본격화함에 따라 이 협상에 대한 국내 각계각층의 논란도 갈수록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안적 정책 생산을 위한 민간 싱크탱크'를 표방하면서 최근 활동을 개시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이사장 박경서, 원장 손석춘)'이 한미 FTA와 관련해 그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름의 대안의제를 설정하기 위한 기획 글을 <프레시안>을 통해 발표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프레시안>은 새사연의 이 기획 글이 한미 FTA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준다고 판단해 오늘부터 연재하기로 했다.
  
  새사연은 이 기획 글에서 우선 정부의 한미 FTA 추진 논리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대안의제 설정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사연은 이 기획 글에서 제시할 대안의제는 현재 한미 양국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협상의 중단 내지 연기를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10여 회에 걸쳐 연재될 이 기획 글은 영국 리즈(Leeds) 대학교에서 기술경제학을 공부하고 새사연의 연구센터장으로 활동 중인 김태억 박사(경제학)가 대표집필한다. 김 박사는 이 기획 글 연재의 취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제협정에 대한 최종 비준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 가운데 다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동의한다고 한다. 정부와 언론은 한미 FTA 자체는 인정하되 협정 안에 들어갈 구체적인 내용에 관심을 집중하자고 말한다. 농산물, 개성공단, 교육시장 등 몇몇 영역에서 예외조항을 만드는 것이 성공적인 협상의 관건이란다. 그러나 이것은 본질을 감추기 위해 동원된 쟁점일 뿐이다.
  
  우리는 한미 FTA의 핵심을 투자 및 서비스 부문의 시장개방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이식될 미국식 신자유주의라는 '스탠더드'야말로 가장 치명적인 위험요소이자 반드시 막아 내야 할 우리 사회의 적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 주류 언론과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주장하는 바와 달리 미국식 신자유주의라는 스탠더드는 미국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쉽게 이전되거나 이식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경쟁력 향상이라는 명분 아래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스탠더드를 위로부터 이식하려는 시도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 향상은 고사하고 그 부정적 효과, 즉 아메리칸 스탠더드와 동전의 이면인 세계최고 수준의 사회적 양극화만을 초래할 뿐이다. 우리는 이를 논증하기 위해 한미 FTA 체결이 몰고 올 장기적, 구조적 효과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간 정부와 청와대는 협상내용을 공개하고 엄밀한 분석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기보다 근거 없는 희망과 기대로, 혹은 압박과 윽박지름으로 일관해 왔다. 이에 반해 한미 FTA를 비판하는 진영에서는 제한된 정보와 역량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가 민중의 생존과 복지에 미칠 영향을 꼼꼼하게 분석해 왔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한다면, 민중진영은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아직은 정부와 청와대에 의한 미래지향적 의제설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한미 FTA를 반대한다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구조적인 성장정체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현실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미국의 헤게모니에서 벗어나 아시아 차원의 외교안보 질서와 남북한 통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미래전략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대안적 미래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의제설정의 주도권, 협상의 주도권은 정부와 청와대, 그리고 미국이 계속 행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은 이번 기획 글을 통해 한미 FTA의 직접적인 현실적 효과보다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효과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함과 동시에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에 걸맞게 구조동학적 분석, 즉 한미 FTA 체결에 따른 교역구조의 변화, 자원배분의 변화, 산업구조의 변화를 한미 양국의 중장기 기술정책, 산업정책과 연관해 분석해볼 것이다.
  
  새사연은 지속가능한 미래의 성장모델을 설계하고 그에 대한 국민적인 동의와 이해에 기반을 둔 낮은 수준의 한미 FTA 협상이 새롭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동시에 아시아에서 기존의 패권적 모델 대신에 호혜협력 모델을 기반으로 해서 남북통합과 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대안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이러한 대안적 접근법을 '역내 산업기술구조 재조정을 통한 공동체 전략'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편집자>

  
  여전히 한미 FTA는 비밀에 싸여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비밀유지를 고수하고 있으며, 주류언론들은 한결같이 찬성논리와 반론의 여지가 적은 조항들만 전하고 있을 뿐이다. 주류 언론에서 간혹 민감한 쟁점이라며 부각시키는 조항들은 지엽말단에 속하는 것이다. 주류 언론들은 한미 FTA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아예 눈을 감고 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국민들은 여전히 한미 FTA가 관세에 관한 협정일 뿐이라고 알고 있거나 청와대와 정부, 협상단의 합리적 판단 능력을 기대하며 지켜보기만 할 뿐 민의를 모아낼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눈과 귀가 막힌 무력한 국민들을 앞에 놓고 청와대와 정부, 언론이 벌이는 한 편의 총체적인 사기극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는 다른 FTA들과 다르다
  
  한국 협상단이 1차 협상 초안을 제목만 열거해 공개한 내용을 살펴보자. 이것만 봐도, 이미 알려진 대로 농산물 수입은 물론이고 사업서비스, 금융, 투자, 지적재산권, 보건의료 시장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교역장벽 철폐가 요구될 것이 분명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투자자-국가 소송'과 '의무이행 부과금지' 조항이며, 이 조항을 도입하자는 미국의 요구는 금융과 의료는 물론이고 일체의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규제 철폐 요구를 집약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수행해야 할 산업정책 혹은 사회적 조절 기능이 사라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조항들에 대해 합의한다면 경제 영역에서 국가의 존재를 말소시켜 버리게 될 것이다. 가히 신자유주의의 완성판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서 대기업들이 왜 한미 FTA를 찬성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혹자는 한미 FTA를 '제2의 IMF'라고 부르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2의 한일합방'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는 무역과 관련한 관세협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한미 FTA는 산업 전체에 대한 전방연관 효과가 가장 높은 부문, 즉 금융과 서비스 부문의 완전개방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며, 그 효과는 미국과의 경제통합에 버금간다. 그래서 한미 FTA는 품목별 관세장벽 폐지에 집중된 한-칠레 FTA, 한-아세안 FTA와는 전혀 다른 것이며, 현재 추진 중인 한-중-일 FTA, 한-일 FTA와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방연관 효과가 높다는 것은 해당 영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경우 그것이 경제 전체에 연쇄적인 변화를 일으켜 그 영향을 확대재생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 부문의 전방연쇄 효과가 크다는 점은 바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거시경제 정책이 금융통화 정책을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 부문은 사회적인 개입과 조절이 일어나는 영역이기도 하고, 국가경제 전체 차원에서 장기적인 전략적 기획을 할 때 필수적으로 이용되는 정책수단도 이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서비스 분야 중 '비즈니스 서비스'와 '지식정보 서비스' 분야는 미래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 본질상 사회적 맥락, 문화적 토양 위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서비스, 금융, 투자 부문의 시장을 개방하고 규제를 철폐하는 것은 곧 한 국가의 경제주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미래에 대한 전략적 국가개입, 즉 산업정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고 서비스, 금융, 투자 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의 흐름을 외국자본에 내맡기겠다는 선언이다.
  
  특히 서비스 부문(지식, 문화, 교육, 의료, 환경)은 사회적 재생산의 영역, 즉 복지, 사회정의, 분배의 영역에 해당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새로운 가치창조, 가치의 다양화를 통해 미래의 성장동력이 만들어진다. 바로 이런 점으로 인해 서비스 부문은 시장경쟁의 논리가 통용되기 힘든 영역이며, 시장경쟁의 논리를 적용할 경우 더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현대 주류경제학의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조차도 서비스 부문에 고유하게 존재하는 '규모의 경제 효과'와 '외부성 효과'로 인해 이 부문에서는 시장경쟁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의 최대치가 항상 사회적 최적 수준을 밑돌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앞으로의 글을 통해 좀더 구체적으로 논증하겠지만, 현재 협상 중인 한미 FTA는 한국경제의 주권과 지속가능한 내생적 경제성장 전략을 포기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미 FTA는 세계적으로는 유일 단극의 지배 체제와 연관되며, 아시아에서는 대중국 포위전략의 완성판이 될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와 신속기동군제로의 군사전략 전환, 그리고 이를 위해 필수적인 '전략적 유연성' 등을 강행하려는 미국의 대아시아 외교안보 전략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한미 FTA는 특히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금융허브'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미 FTA를 통해 한국 금융시장의 완전 개방과 미국자본의 한국 금융시장 장악이 이루어진다면 아시아 차원에서 진행돼 온 독자적인 금융통화 협력의 흐름을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로드맵에 따른다면 '아시아 금융허브'의 일차 목표시장은 채권시장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아시아 개발 채권은행(ADB)'의 창설을 통해 시장의 논리가 아닌 아시아 지역공동체의 논리를 관철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을 배제한 지역협력의 흐름에 대해 집요하게 반대해 왔으며, 각종 새로운 국제기구 창설을 통해 이를 방해해 왔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만약 미국의 금융자본에 의해 장악된 '아시아 금융허브'가 한국 내에 만들어진다면 아시아 지역협력을 추진해 온 흐름과 충돌할 게 분명하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가 아시아 경제공동체의 추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질 것이며, 자칫 잘못하면 미국과 아시아 여러 나라들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쓰면서 경제적,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다.
  
  통일한국의 미래에도 부작용 초래
  
  그뿐만 아니라 아시아 이같은 금융허브의 등장은 국내 경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미국이 요구하고 한국 정부가 협정 초안을 통해 이미 수용하기로 결정한 '금융 및 투자'에 관한 조항들은 아시아 경제공동체 추진에 필수적인 국가 간 분업구조의 재편 및 이를 위한 국내 산업구조 재편을 추진할 수 있는 전략적 산업정책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막대한 규모의 금융자본이 국내에 유입되어 활개를 칠 수 있는 데 반해, 사회적 조절과 조정, 미래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산업정책의 손발은 완전히 제거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우리나라는 미국에 군사와 안보의 측면에서 종속된 데 이어 경제의 측면에서도 일방적 종속이 완성되는 것이다.
  
  또한 한미 FTA는 통일 한국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는 단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원산지 규정 적용 문제와만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남북한 경제통합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남북한 간에 경제체제의 비교우위론적 분업구조를 넘어선 대안적 경제체제 내지 경제질서의 수립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협의, 과감하고도 안정적인 장기투자, 특구를 넘어선 미래 기반산업 중심의 클러스터 정책 등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을 통해 북한에 잠재적인 성장동력을 만들고 그것을 현실화하기까지는 많은 불확실성과 어려움을 뚫고 나아가야 하며, 이에는 남북한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아시아 차원의 국제적 노력이 조화를 이루며 결집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미국자본에 의해 장악된 우리나라의 금융, 투자, 서비스 시장이 막대한 통일비용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한 미래 기반산업 중심의 클러스터 구축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할 수 있을까? 이런 조건들이 전제되지 않은 채 추진되는 남북한 경제통합은 북한 경제와 북한 민중의 미래를 외국자본의 단기이윤 추구 논리 앞에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내던지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남북한 경제통합으로 인해 발생할 비용은 전적으로 남북한의 민중에게 떠맡겨질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그동안 알량한 일반균형연산(CGE) 모델의 추정결과를 내세워, 그것도 그 추정의 근거와 전제들은 공개하지도 않은 채 한미 FTA의 경제적 기대효과를 과대광고 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고 보더라도 한미 FTA의 경제적 기대효과는 여전히 마이너스다.
  
  현재 양국의 평균 관세율을 보면 한국이 7.9%인 데 비해 미국은 1.7%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FTA로 한미 양국의 관세장벽이 모두 철폐된다면, 그 순효과는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적자로 나타나는 게 필연적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도 한미 FTA가 한미 양국 정부의 계획대로 체결될 경우 2010년경이 되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이미 미국이 한국에서 충분히 높은 수준으로 올리고 있는 자본수익을 합칠 경우, 2010년경이 되면 미국에 대한 경상수지 적자 규모에서 우리나라는 주요 교역상대국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한미 FTA 비판에 대해 궁색해진 청와대는 한미 FTA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성과로 서비스와 금융 부문의 경쟁력 강화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시장이 개방되면 외부충격으로 국내 서비스 및 금융 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고도화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러한 경쟁력 강화와 경제구조 고도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그것이 가능하기 위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조건들이 협상안의 내용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미 FTA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관료들은 물론, 그들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그 많은 국책연구소들 가운데 어디에서도 말하지 않는다. 이런 태도에서는 한국 최고의 싱크탱크라는 삼성경제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이 완강한 침묵의 카르텔이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김태억/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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