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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 - 읽고만 있어도 좋은
정숙영 지음 / 부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정박사의 여행기를 알게 된 건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그때 당시에는 여행기란 것도 모른 채 친구의 추천(유머작가라고 생각했다)으로 정박사의 블로그에 방문했는데, 그야말로 기습공격을 받은 기분이었다.
한동안 병이 났었다. 그러면서 혼자 끙끙대기는 또 싫어서 이곳저곳 지인들에게 블로그를 추천하면서 협박조로 그 병을 나누어줬다. 그때 친구들과 했던 상상 속의 여행만으로도 이 책 버금가는 여행기에, 네댓 편의 로맨스까지 쓸 수 있을 정도다. 그래, 그 상상의 여행에서는 ‘김군 같은 사람을 만나면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하고 심지어 요렇게도 해야지!’까지 다 정해놨으니까.

이 책이 나왔다는 이야길 들었지만, 그때 날 완전히 지배했던 이상한 욕구(작가에겐 미안하지만, 뭘 해도 정박사보단 실수를 덜 할 자신이 있으니 난 더 근사한 여행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의욕이랄까?)를 다시 맞닥뜨리기가 두려웠다. 하긴 뭐, 그래봤자 배낭 하나 짊어 매고 길 떠나는 일밖에 더 생기겠어? 결국 호기롭게 그간 쌓아놓은 포인트로 질러버리고 말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정말 그 여행기 포스팅을 좋아했던 독자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도 하다.

뭐, 여하튼.

여행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는 참 많다. 여행지 정보, 숙박, 교통, 음식점 정보, 비상시 대처방안까지 알차게 들어찬, 그야말로 필독서라는 말에 맞는 책들 말이다. 그 수많은 필독서 사이에 나는 감히 이 책을 끼워 넣고 싶다. 그저 재미있는 여행담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우리가 여행을 할 때 갖고 가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을 수없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벗어버릴 수 있는 용기 한 움큼.
풀 한포기, 돌 한 개에게서도 느끼고 배우고자 하는 열린 마음 하나.
그리고 지나치기 쉽겠지만, 비록 결과가 노플랜이었을지언정 그 시간에 충실하기 위해 공부를 할 정도의 열정과 정성까지.

일상을 떠나는 여행에 대한 자세를 보면, 긴 여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생에 대한 이 작가의 자세를 알 수 있다. 분홍색 파일을 잃어버린 것이 어쩌면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삽질은 했어도 그로 인해 ‘떠남’의 의미를 스파르타식, 족집게 과외로 확실하게 익혀 왔으니 말이다.

이제 휴가철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휴가만 되면 가족과 친구들 손에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곤 했는데, 올해는 좀 달라지고 싶다. 정박사가 온몸을 불살라가며(...) 가르쳐준 몇 가지를 새로 산 배낭에 차곡차곡 싣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떠남’을 한번 해볼 테다. (돈이 없으니) 일단은 국내로 만족을 해야겠지만, 뭐 목적지가 어디가 되건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목적지는 목적지일 뿐, 여행의 목적일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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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대가 Mr. Know 세계문학 18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1. 매력적인 캐릭터. 레베르테가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음. 방식이라고 말하기에도 좀 뭣한가? 여하튼 간결하고 명쾌하다. 핵심을 꿰뚫는다. 아마도 작가와 캐릭터 사이의 거리가 리듬감이 느껴질 정도로 적절한 데에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안타고니스트나 주변 인물들과 플롯이 돈 하이메란 캐릭터로 인해 약간 희생되었다는 느낌은 가시지 않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도 느껴진다.

2. 상당히 시각적이다. 그런데 그 성질이 지독히도 익숙하게 느껴진다는 게 약간 걸린다. 묘사나 서술 방식이 영상매체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알맞다고 할까. 대중적인 글쓰기에 영화 문법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 것일까? 만일 영상매체를 접하지 않은 독자가 이 글을 읽는다면 어떨지 궁금할 정도로 지독하게 영상으로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돈 하이메로 안소니 홉킨스를 캐스팅해놓고 읽었다.

...내 캐스팅이 마음에 든다.

* 묘사나 플롯에 영화적 클리셰를 씀으로 해서 경제성이 획득될까? '자 이 장면은 니네들이 영화에서 많이 봤던 F-02953번 모드야. 알지? 응? 대충 그 모드로 읽으면 딱 맞아.'같은. ..........아니면 그 반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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