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사랑하라 똑똑하게 시리즈 1
필 맥그로 지음, 서현정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원래 이런 책 안 좋아한다. 이런 책들을 보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워야할 것 같은 사랑 자체가 상품화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이런 식으로 투덜대면서도, 나 자신도 사랑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태의연한 꼰대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아니면 대책없는 낭만주의자이거나.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건지는 모른다.)

우연찮게 집어든 책. 읽을 생각도 사실 안 했다. 표지가 독특해서 차례 정도를 뒤적거린 것뿐이었다. 나이를 이만큼 쳐먹었으니 남자 여자 이러쿵저러쿵은 대충 넘어가고, 실전에 적용할만한 게 나와있을 것 같은 6챕터, '최고의 애인을 만드는 6단계 전략'을 무의식적으로(과연?) 펼쳤다. 눈에 들어온 문구는 다음과 같다.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새 자동차 냄새가 나는 향수를 뿌렸어요. _리타 러드너(미국의 여자 코미디언)

솔직히 말하면 저 문구 하나 때문에 방어벽을 내리고 적대감 게이지를 낮췄다. 웃겨서. 유쾌하고 솔직해서. 이 책에 나온 모든 이야기들이 그렇다. 작가는 분명히 남자인데, 솔직하고 대담하게, 그러면서도 애써 예의를 차리면서 여자들을 깐다. (...)  그게 다소 불쾌하기도 하다가, 안쓰럽기도 하다가, 마침내 여자들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에 귀기울이게 된다. 게다가 이 양반, 꽤나 재미있기도 하다.

말은 이렇지만 절대 불쾌한 책이 아니다. 왜냐하면 남자들에 대해서는 '까는' 수준을 넘어서니까. 특히 낄낄거리면서 읽은 내용을 남자 친구들한테 얘기해줬더니, "....그 작가 어떤 놈이야?-_-" 따위의 과민반응을 보였을 때는 불쾌하기는 커녕 최고로 유쾌했다. 남자보다 백만 배쯤은 복잡해서 이런 책으로 조금이라도 일반화를 시키기 어려운 여자로 태어난 것이 살짝 즐거워질 정도로.

물론 이 책에 나와있는 이야기들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리라고는 절대 믿지 않는다. 친구들의 반응도 그저 유쾌한 농담일 뿐이란 사실도 안다. 하지만 '하늘에서 멋진 남자가 뚝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소심한 여자들, 남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여자들을 보면서 답답해했던 작가의 '까발리기'는 어떤 측면으로는 화해의 제스추어로 보이기도 한다. '이제 우리 편견과 오해의 전쟁을 끝내자. 우리 이만큼 까발릴 테니'라고 하는.

그래, 그쯤은 되어야 나의 대책없는 낭만주의도 풍자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마음의 준비가 된다. 전적으로 여자들을 위한 책이니 더욱 그렇다. 작가가 표하는 화해의 제스추어에 맞춰, 나는 미숙했던 옛날 연애를 마음껏 비웃으며 즐길 수 있었다. (교활한 작가 양반 같으니라고.)

여하튼. 정말 간만에 건진 즐거운 책이다. 아마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잘 읽지 않기 때문에 더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뭐, 아무렴 어때. 즐겁고 유익하면 그만이다.

사랑을 상품화한 어쩌고?

 ...그러거나 말거나. 원래 나 귀 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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