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에서 북어를 낚다
오유미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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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에세이스트라는 문예지를 읽었다. 

그 곳에 실린 오유미 작가님의 수필을 읽고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다.

올해 작가님의 단행본이 나왔다. 참으로 반가웠다. 

읽는 내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어쩔 수 없나보다. 


결혼 후 떨어져 지낸지 이렇게 시간이 흘렀어도, 

이미 부모의 품을 떠난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아빠, 엄마의 품은 그립다. 

한번도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러본 적 없는 아직 어린 딸. 

곁에 살아계심에 감사하게 된다. 


책 속에 담긴 문장을 읽다가 좋은 문장이 보이면 줄을 그었다. 줄을 긋고 인덱스를 붙이다보니 거의 모든 문장에 줄이 그어져 있다. 


- 생의 바다가 짙은 해무에 휩싸였을 때, 앞이 보이지 않을 때, 혹여 발을 헛디딜까 두려울 때 글을 썼다. 누구 하나 읽어주지 안는 글이라도 쓰다 보면 저 멀리 불빛 하나가 보이곤 했다. 내게 글쓰기는 숨쉬기였다. p 78


- 구름이 산을 해치지 않듯, 물도 우리에게 너그러웠으면 좋겠다 싶지만, 이것마저도 인간의 이기심이라고 자연을 말하겠지. 유독 길고 긴, 오란비다. p86


- 큰딸의 눈물에 그들의 눈물이 얹어져 큰 파도의 이랑을 넘고 나면 또 슬픔은 잔잔해지고 각자가 저장하고 있던 망자와의 기억을 풀어 놓는다. p121


가족들의 죽음,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담담히 담은 글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떠날 이들을 위해 천천히 기도해본다. 


- 시간은 다시 오지 않지만, 의미 없이 지나가지 않는다. 사소한 것이라도 흔적을 남기고 간다. p168


할머니가 떠나며 유일하게 손녀에게 물려준 지병을 앓고 있다는 저자의 농담에 난 헛헛한 웃음을 짓는다. 

이런 에세이를 참 오랜만에 읽는 것 같다. 

가볍게 다루어진 에세이를 보다 묵직한 글이 담긴 이 책을 보니 참 고맙다.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가 아픔보다는 희망이 느껴졌다. 


작가님은 필명을 짓고 싶어했는데 '무진'이라는 필명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 

작가님의 다음 에세이도 기다려진다. 

생의 바다가 짙은 해무에 휩싸였을 때, 앞이 보이지 않을 때, 혹여 발을 헛디딜까 두려울 때 글을 썼다. 누구 하나 읽어주지 안는 글이라도 쓰다 보면 저 멀리 불빛 하나가 보이곤 했다. 내게 글쓰기는 숨쉬기였다. - P78

구름이 산을 해치지 않듯, 물도 우리에게 너그러웠으면 좋겠다 싶지만, 이것마저도 인간의 이기심이라고 자연을 말하겠지. 유독 길고 긴, 오란비다. - P86

큰딸의 눈물에 그들의 눈물이 얹어져 큰 파도의 이랑을 넘고 나면 또 슬픔은 잔잔해지고 각자가 저장하고 있던 망자와의 기억을 풀어 놓는다. - P121

시간은 다시 오지 않지만, 의미 없이 지나가지 않는다. 사소한 것이라도 흔적을 남기고 간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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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달리 멍멍타로 ㅣ 보름달문고 106
은소홀 지음, 김수영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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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달리멍멍타로 #은소홀 #문학동네 #서평도서 #알란서재 





여름이 되면 떠오르는 동화가 있다. 시원한 물 속에서 마음껏 유영하는 <5번레인>이 내게 그렇다. 이 동화를 쓴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 타로술사 강아지가 주인공인 저학년동화일 것이라는 내 생각을 깡그리 부순 아주 재미있는 동화였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떤 감각보다 후각을 자극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책을 읽다보면 어디선가 그런 냄새가 나는 듯하다고나 할까? 


- 냄새를 날려보내기 위해서였다. 비가 오면 빗물에 씻어 내고, 해가 쨍쨍하면 햇볕에 바짝 말렸다. 오늘처럼 적당히 바람이 부는 운 좋은 날이면 운동장을 뛰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며든 레몬 냄새가 흩어지길 바라며. p17


상큼한 레몬향기가 어떤 어린이에게서 난다면 또 나쁜 냄새가 풍기기도 한다. 강아지에게서 나는 냄새도 있지만 강아지를 데려온 아이에게서 은은한 냄새들이 풍기기도 한다. 냄새를 통해 속사정을 알게 되면 같이 슬픔에 빠지기도 했다. 


- 물건이든 마음이든,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마련이었다. p26


- 흙탕물처럼 축축한 슬픔의 냄새가 바닥부터 천장까지 짙게 퍼져 있었다. 아이에게서 필어오르는 냄새였다. p31


달리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엄마의 에피소드가 나올 땐 귀를 자극했다. 돌고래와의 교감을 그린 장면에서 내가 그 현장에 있고 생생하게 들리는 듯 했다. 


- 삐, 삐입하는 메아리와 보글거리는 물방울 소리. 이제 메아리는 예전처럼 먼 곳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부딪혀 돌아왔다. p120


단순히 읽기만 하기엔 많은 것을 담은 동화였다. 이런 묘사는 이야기속으로 더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달리가 학교에 갈 때마다 엄마는 레몬즙을 뿌린다. 이유를 알게 된 후 달리는 친구에게 비밀을 털어놓을 수 없게 되고 혼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매일을 살아가고 있었다. 

강아지와 교감하는 능력을 가진 남달리는 하루 빨리 독립하기 위해 돈을 모은다. 바로 강아지 마음을 읽어주고 돈을 받는 것. 강아지와 연결되면 상황을 알 수 있는 달리는 꽤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제인의 원래 강아지를 찾기 시작하는 달리. 용돈을 많이 받는다는 제인의 부탁을 들어준다. 

초등학생에 돈이 왜 필요할까? 라고 묻는다면 혼날지도 모른다. 용돈이 많다는 제인의 말에 알만큼이 많다는 척도가 될까 궁금했는데 제인은 이렇게 말한다. 


- 편의점에서 고민이 필요 없을 만큼. p76


제인에게 온 강아지가 레오가 아닌 것을 알게 된 후 제인의 집 우편함에서 수상한 물건이 발견된다. 토끼인형과 목도리. 이 물건에서 나는 냄새를 맡은 새로운 친구는 흥분한다. 뭔가 있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이 물건을 넣은 사람을 찾게 되고 아이들의 추리가 시작된다. 

누굴까 범인을 찾는 것도 흥미로웠고 아이들이 티키타카하는 것을 상상하며 읽는 것도 즐거웠다. 




이야기는 범인을 찾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충격적인 내용에 ‘헉’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여기에 써도 될까? 라는 고민이 될 정도로 스포이고 내겐 충격적이었다. 지금 키우고 있는 미남이는 유기견 센터에서 입양해온 포미의 아들이다. 포미가 미남이를 낳으면서 무지개 다리를 건넜는데 그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미남이 때문에 포미를 잃은 것 같아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안에 있던 미남이를 데려오지 않으려고 했다. 만약 펫어게인이라는 센터가 있었다면 포미를 의뢰했을지도 모르겠다. 포미가 떠난 후 미남이는 우리 가족의 막내가 되어 지금은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올해 8살이 된 미남이도 언젠가는 우리곁을 떠나게 될텐데 그 생각을 하면 산책 한 번 더 나가게 되고 간식 하나 더 주게 된다. 몸에 좋은 걸로. 


- 어떤 개의 삶에는 평생 단 한 마리의 나비도 없을 수 있다는 걸. 좋아한다고 꼬리를 흔들며 말해도, 어떤 사람들은 그 마음과 상관없이 쓸모만을 따질 뿐이라는 걸. 깊고 어두운 구덩이로 끝도 없이 떨어지는데, 숨이 목에서 턱 막혀 소리 한 번 내지 못했다. 달리의 꿈으로 그 외로움이 다시 찾아와 가시처럼 달리를 찔렀다. p190


달리가 해리의 마음을 읽었을 때 나는 눈물이 나왔다.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을까? 동물들의 학대 기사를 보면 항상 달리는 댓글이 있다. ‘인간이 제일 나쁘다.’해리를 깊은 늪에 둔 건 사람이었다. 해리를 그곳에서 데리고 나와서 다행이었다.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럭키를 만나러 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동화는 내게 끝까지 완벽했다. 대작을 만든 작가님의 작품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해리가 달리의 품안에서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 


#북스타그램 #동화추천 

냄새를 날려보내기 위해서였다. 비가 오면 빗물에 씻어 내고, 해가 쨍쨍하면 햇볕에 바짝 말렸다. 오늘처럼 적당히 바람이 부는 운 좋은 날이면 운동장을 뛰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며든 레몬 냄새가 흩어지길 바라며. - P17

어떤 개의 삶에는 평생 단 한 마리의 나비도 없을 수 있다는 걸. 좋아한다고 꼬리를 흔들며 말해도, 어떤 사람들은 그 마음과 상관없이 쓸모만을 따질 뿐이라는 걸.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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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공을 던질 차례 ㅣ 문지아이들 185
윤슬빛 지음, 이수연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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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빛 #다음공을던질차례 #초등동화추천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진다 싶었다. 같은 하늘 아래이지만 어느 지역엔 폭우가, 어떤 곳엔 가물어 땅이 쩍쩍 갈라지는 데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이 책을 만났다. 

'갈림길'이라는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작가님의 신작인 단편동화집이다. 

워낙 갈림길을 인상깊게 읽어서 이번 작품도 기대가 되었다. 




책표지를 펼쳐보다가 작가소개란을 봤는데 그동안 많은 은 작가님들의 프로필을 봐왔지만 이렇게 화려한 그림 작가님의 이력은 못 본 것 같다. 

책 속 삽화가 너무 싱그럽고 아름다웠다. 이 동화와 딱 맞는 느낌을 들게 했다. 

책표지에 그려진 파랑새는 어디론가 나를 데려다 줄 것만 같았다. 


이 책엔 4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처음 단편동화부터 '헉'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작가님 이름처럼 은은한 동화여서 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너무 자극적이고 재미만 추구하는 동화, 청소년소설들이 많아서 이 책은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질 책이었다. 


처음에 왜 놀랐냐면, 


- 아빠가 감옥에 갔다. 경찰들이 집까지 들이닥쳤다. p9


이 문장이 첫번째 동화 <다음 공을 던질 차례>의 첫 문장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난 어머, 어떡해를 먼저 외쳤는데 약간의 막장(?) 가족일까, 양육자가 폭력을 휘둘렀을까 상상을 하며 읽었다. 결론을 알았을 때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고. 


볼링을 좋아하는 은효는 아빠가 감옥에 간 후 고모와 살게 된다. 이 책은 주 양육자가 부모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족의 형태와는 사뭇 다른 구조의 가족을 이야기한다. 가족의 종류가 참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형태가 일반적이라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일반화의 오류같기도 하다. 


- 말 삼키는 것도 습관 돼. 별말 아닌 거면 상관없는데 목에 딱 걸리는 말이면 그냥 뱉어. p17


고모가 은효에게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우리 딸에게도 해주고 싶었다. 싫다는 소리를 못해서 손해를 보기도 해 싫다라는 단어를 뱉어내게끔 시킨 적도 있을 정도다. 싫은 소리 하기가 싫고 그 분위기가 싫다고. 자기가 조금 더 하면 된다고. 

주인공 은효는 마지막에 그런 말을 한다. 


- 좋아하는 걸 해도 돼요? p37 (다음 공을 던질 차례)


아빠는 벌을 받고 있는 데 자신은 좋아하는 걸 해도 되냐고, 볼링을 해도 되냐고 고모에게 묻는 장면이 나온다. 

얼마나 고민 끝에 뱉었을까? 어른이 보기엔 쉬운 말도 아이들은 심사숙고해서 말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나 역시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실린 동화들의 문장들이 참 좋다. 

소리내어 읽다보면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다. 그러다 뾰족한 묘사가 나오면 긴장하게 된다. 


- 나는 티나지 않게 주위를 둘러봤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걸 찾기 위해서였다. 내가 들 수 있는 돌, 내려칠 수 있는 막대기. p63 (자라낚시)


낯선 사람의 등장은 아이들에게 공포를 심어줄 수 있다. 그럴 때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모른다. 언제든 어른이 보호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교생이 얼마되지 않은 학교라면 친구 하나하나가 소중할 것이다. 함께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물을 함께 공유하지 못할 때 아이들은 어떨까? 어른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겐 그 세계가 굉장히 커 뭐든 지 함께 하려고 할 것 같다. 

섬에 떨어져 살고 있는 친구에게 가는 여정이 쉽지 않지만 아이들은 함께 간다. 오로지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이런 마음을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 


- 손톱을 쥐어뜯지 않기 위해 주먹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불쑥 찾아든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쉽지 않았다. p79 (우리의 배웅)


재혼 가정의 자녀들의 마음은 파도가 치는 것과 같다. 좋았다가 싫었다가를 반복하는 주기가 꽤 빠르다. 자녀의 나이가 별 차이없다면 더 할 것이다. 

보통 내 부모의 간섭이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상대아이의 부모보다 더. 그 마음을 누르고 따를 수 밖에 없다. 


- 네가 뭔 상관이냐고 되받아치기라도 하면 차라리 나을 것 같은데 은서는 매번 상대하기 싫다는 듯 말을 삼켰다. p114 (새 가족)


어색한 관계에 동물은 큰 역할을 한다. 새로운 가족이 된 은서와 도하 사이엔 앵무새와 고양이 쪼꼬와 꼬미가 있다. 이 동물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이가 좋아진다. 

아이들은 토라졌다가도 금방 사이가 좋아진다. 그래서 아이인 것 같다. 



파랑새가 날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동화. 

#추천 


아빠가 감옥에 갔다. 경찰들이 집까지 들이닥쳤다.

말 삼키는 것도 습관 돼. 별말 아닌 거면 상관없는데 목에 딱 걸리는 말이면 그냥 뱉어. - P17

좋아하는 걸 해도 돼요?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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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서울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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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를 읽어야 한다. 철원을 먼저 읽고 서울을 읽어야 한다. 이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어야만 한다.
최태성 강사가 왜 추천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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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 철원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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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몰입해서 읽었다. 이런 작품을 쓰는 작가와 동 시대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이 떠오른다. 안 보신 분들은 필독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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