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임윤지당·이사주당·강정일당 - 조선의 여성 유학자들 ㅣ 창비 한국사상선 13
임윤지당 외 지음, 이숙인 편저 / 창비 / 2026년 9월
평점 :
#임윤지당이사주당강정일당 #창비
#알란서재
독서 모임을 함께 하는 모임원 덕분에 읽게 된 책이었다. 책 속에 담긴 세 분을 전혀 접하지 않았던 탓에 정치인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잠깐 생각했다.
조선시대에 여성 실학자에 관한 이야기는 꽤 많이 접했지만 유학자들에 관한 책은 이 책이 최초이지 않을까 싶다.
최초의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 육아의 달인 이사주당, 공부의 기본은 독서라는 것을 일깨워준 강정일당 이 세 분을 만났다.

먼저 이사주당을 먼저 읽었다. 제일 분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사주당에 관한 내용이 가장 남았던 이유는 아직도 내가 육아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신과 출산에 이어 육아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고 영상을 봤겠는가? 이 책을 먼저 만났다면 숱한 임신과 출산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사주당의 <태교신기>는 임신과 출산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일명 노란책)의 과거판이라고 볼 수 있다.
피해야 할 음식은 기본이고 준비해야 할 것들을 세세히 알려준다. 신기했다. 임신하는 동안 태교를 위해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라고 현대에서도 권하는데 이미 1800년에 완성한 이사주당을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 후로 읽은 건 강정일당의 편지였다. 책에선 여러 시와 편지를 실었는데 그 중 ‘외숙 오재 권중실께 올린 위문서’를 인상깊게 읽었다. 올해 초에 시조모상을 당해서인지 상을 당한 이에게 예를 갖추어 쓴 이 편지가 마음에 남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그 애통함을 잘 다독여준 것 같았다.
또한 서문에서 소개한 강정일당의 삶은 따르고 싶어졌다. ‘밥하다가 글 쓰고 길쌈하다 강독’하는 그녀의 일상을 내 일상으로 가져와 그대로 따라하고 싶다. 위에 소개한 편지 역시 그녀만의 글쓰기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한번 해볼까 싶다. 틈틈이 독서한 후, 또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얻었을 때, 편지라는 양식으로 글을 남기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남기거나 조언해 준 이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강정일당이 내게 알려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임윤지당에 대한 글을 읽었다. 여성 전기를 읽으면서 떠오른 이는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와 여성 여행가 김금원이 떠올랐다. 한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이의 이야기를 이렇게 읽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어쩌면 임윤지당은 로열패밀리 덕분에 조금은 쉽게 학계의 주목을 받지 않았나 싶다. 조선시대 성리학자로 유명한 임성주의 여동생이라는 것으로 이미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 더 열심히 해야 연구 성과가 드러나기 때문에 아마 임윤지당의 열렬한 연구로 이 책의 가장 두꺼운 양의 페이지를 차지하지 않았을까? 읽으면서 논어가 떠올랐다. 공자와 자로의 이야기가 나와서였다. 임윤지당은 ‘자로와 같이 현명한 사람이 처신이 도리에 어긋나 죽지 않아야 할 곳에서 죽었다’고 안타까워한다. 이것은 생명의 귀함과 올바른 죽음에 대해 논할 때 본인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쓴 글이다. 내게 그러한 인물이 있을까? 이제부터는 임윤지당이 내게 그런 인물로 여겨진다.

이 책의 편저자인 이숙인 연구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전혀 몰랐던 여성 사상가 세 분을 만나게 해줘서 감사했다.
창비 한국사상선 시리즈 중에서 제일 먼저 접한 책이었는데 아마 시리즈를 전부 구입하지 않을까 싶다. 한 권을 읽어보면 열을 안다. 30권의 책이 모두 밑줄 그을 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과 함께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임윤지당, 이사주당, 강정일당의 후예로 꼭 후대에 남을만한 글을 써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