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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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조정래 #해냄 #서평도서 #알란서재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 작가님이 출연한 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워낙 대작가시다 보니 새롭게 낸 장편소설이 화제가 되는 듯 했다. 

<작가의 말>에서 큰 수술을 했고 건강에 무리가 될 정도로 집필에 몰두했다고 되어 있어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도 영상에서의 작가님은 건강을 되찾으신 듯 했다. 


이 소설은 작가님의 예전 작품인 <아리랑>. <태백산맥>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소설이었다. 한없이 주고도 또 주고 싶은 남자의 사랑이야기였는데 지금 나오는 소설과는 사뭇 다른 문체여서 반가웠다. 흔한 소재일 수도 있지만 조정래식 이야기라 처음 펼친 후 2권까지 쭉 읽었다.

 

시를 쓰는 이재이와 미술을 전공한 윤소인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 

부모의 빚을 갚고 있던 소인은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사채업자가 미술학원을 차려주고 난후 소인이 학원을 운영하며 얻은 수익으로 빚을 갚으라고 한 것이다. 참 잔인하기 짝이 없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재이는 매일 소인의 학원에 들르려고 한다. 방해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재이에게 소인은 웃으며 말한다. 


- 등록하면 그 자격이 생겨요. 1권, p105


이 말을 들은 후 재이는 매일 학원에 간다. 재이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소인을 위해서만 살아가려 한다. 스토리 사이로 작가님의 문장이 새롭게 보인다. 필사하고 싶은 문장을 태그로 붙였더니 책배에 잔뜩 붙어 있다. 



- 잎 다 떨군 나무들이, 추위 타는 겨울 산들이 차의 속도에 따라 점점 높아지고 억세지고 있었다. 그리고 산들은 끝없이 겹쳐지고 어깨동무하고 껴안으면서 굽이치고 뒤엉키고 파도쳐 자꾸 깊어져가고 있었다. 1권, p193


재이는 자동차 없이 다니다 소인을 위해 자동차를 마련한다. 그리고 빚도 갚아준다. 이 돈이 다 어디서 났을까? 

소인의 투병소식을 알게 된 재이는 모든 지분을 내려놓고 포기한다. 

오로지 소인만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게 가능할까? 가능할지도 모른다. 요즘은 뭐든지 빨리 빨리 서둘러 진행해야 하는 탓에 보이지 않을뿐이지 이런 사랑을 하고 있는 연인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2권을 읽다보면 나도 한 번 가고 싶어지는 지역들이 나온다. 재이가 소인을 데리고 여행을 하는데 국내는 가까우니 한번 따라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결국 소인은 고흐의 작품까지 보게 된다.)

아름다운 여행지의 묘사와 함께 소인의 시도 나오는데 이 시들이 또 마음을 흔든다. 


-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2권, p45)


이 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먹먹했다. 부모님을 떠올리면 누구나 그럴 것 같다. 



소설에는 꽃과 나무도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동백꽃, 배롱나무 등등 다양한 식물이 나와서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고 그 묘사를 읽으며 떠올려보기도 했다. 


- 동백꽃은 두 번 피는 것처럼 느껴지잖아. 나무에서 한 번, 땅에서 또 한 번. 그런데 나무에서는 땅을 보고 피고, 땅에서는 하늘을 보고 피는 거야. 모든 꽃들은 피었을 때의 아름다움에 비해 시들어 떨어질 때는 추하기까지 하잖아. 동배꽃은 나무에 피었을 때보다 땅에 떨여졌을 때가 더 처연하게 아름답거든. 2권, p90


동백꽃은 4.3관련 그림책에서 본 게 전부인 듯 하다.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한번쯤 나무에도, 땅에 떨어졌을 때도 한번 쯤 보고 싶어졌다.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 제발 이렇게 끝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 시기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두려운 것 같다. 

마지막 책장까지 읽고 나서 그래도 이 둘은 다시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덮었다. 


세트에 들어있다는 작가노트가 넘 궁금하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펼쳤을 때 와, 감탄이 절로 나왔는데. 

작가님의 쾌유를 빌며 작가님의 또 다른 신작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무리일까? 너무 큰 수술을 하셔서 작품을 더 써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할 것 같다. 

다시 <태백산맥>을 펼쳐야겠다.

그야말로 다시 조정래의 시간이 돌아온 것 같다. 

등록하면 그 자격이 생겨요. - P105

잎 다 떨군 나무들이, 추위 타는 겨울 산들이 차의 속도에 따라 점점 높아지고 억세지고 있었다. 그리고 산들은 끝없이 겹쳐지고 어깨동무하고 껴안으면서 굽이치고 뒤엉키고 파도쳐 자꾸 깊어져가고 있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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