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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17
연여름 지음 / 창비교육 / 2026년 8월
평점 :

#페퍼 #연여름 #창비교육
연여름 작가님의 작품을 읽다보면 절로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나른한 오후 햇빛이 들어온 거실에 책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희뿌연 공기가 탁하지 않다. 소파에 누워있던 여자가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는데 이 인물이 최강희 배우였던 것 같다.
아마 작가님의 예전 책 중 도서부라는 책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몽환적이고 도서실 커튼 뒤에 숨어 몰래 책을 읽던 학생들이 떠올랐다.
이 페퍼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영소와 은수에게서 그 아이들의 향기가 났다.
읽는 내내 매케한 냄새가 어디선가 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재채기를 하면 그 사람을 느낄 수 있다.
-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오고 주변의 소음은 점차 멀어졌다. 몸이 침상으로 녹아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p125
- 안쪽 자동문 한 겹이 열린 것만으로도 공기 질의 차이가 대번에 느껴졌다 .지금 바깥은 거대한 후추통과 다름없을 것 같았다. p128

오랜 세월을 살아온 영소와 가족을 모두 잃은 은수의 만남이 서글펐던 이유가 어쩌면 배경이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미 마스크없이 살아갈 수 없는 시대를 살아봤다. 상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나를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 모른 채 2~3년을 지냈다. 소설의 배경이 낯설지 않았다.
재난이 일어난 도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아직 갇혀 있는 사람들을 구조한다. 어쩌면 내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구조를 멈추지 않는다.
- 노크라는 건 원래 시끄러워야 맞는 것 가다고. 내가 여기에 있다고 알려 주는 신호니까. 나를 도와달라고, 아니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고. 어느쪽이든. 영소에게는 또렷이 들려올 심장박동 소리, 아니면 재채기 소리처럼. p159
내 손을 잡아준 사람들을 드디어 구해냈을 때 실종자 명단에 남은 사람은 없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소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은수가 혼자 남겨졌을 때 손을 뻗은 노란머리는 죽이지 말아달라고 기도하며 책장을 넘겼다.
이 책에는 재즈가 흘러나온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검색해서 들을면서 읽었다. 엘라 피츠제럴드의 재생목록을 클릭해 찾아도 your sneeze라는 곡을 찾을 수 없어서 misty를 하루종일 들었던 것 같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작가님 역시 재즈 음악을 듣고 난 후 이 작품이 탄생했다고 한다. 소설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리듬은 재즈였나보다.
책을 모두 다 읽고 난 후 여운이 꽤 오래갔다.
책의 뒷 날개에 성장소설 목록을 보았다. 17권의 소설리스트 중 9권을 읽었다. 엔솔로지가 있는 줄 몰랐는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란스러운 소음이 그리워졌다.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오고 주변의 소음은 점차 멀어졌다. 몸이 침상으로 녹아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 P125
안쪽 자동문 한 겹이 열린 것만으로도 공기 질의 차이가 대번에 느껴졌다 .지금 바깥은 거대한 후추통과 다름없을 것 같았다. - P128
노크라는 건 원래 시끄러워야 맞는 것 가다고. 내가 여기에 있다고 알려 주는 신호니까. 나를 도와달라고, 아니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고. 어느쪽이든. 영소에게는 또렷이 들려올 심장박동 소리, 아니면 재채기 소리처럼.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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