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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당한 집 - 제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최수진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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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모두 일어난 날의 연도가 훗날이다. 근미래 10~20년 후의 배경이다.
SF인 듯, 역사소설인 듯, 다큐인 듯 또는 예술 작품 전시회를 보는 듯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을 만났다.
처음에는 가볍게 '소설'을 읽었다. 읽다보니 하단에 논문연구작도 수록을 해놓아서 '다큐'로 읽었다. 더 읽다보니 전시관에 전시된 '작품'으로 읽었다.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닫힌 결말을 좋아하는 나로서 이 책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광주, 용인, 경주를 배경인 이 소설은 결국 가상과 실재가 공존하는 세계였다. 독자를 몽롱함에 빠트리는 발칙한 소설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들을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길위의희망 은 광주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데 이름도 재미있다. 딱새, 하마, 찬란, 눈씨 등. 2036년 5월의 이야기다. 소설을 읽는 내내 눈이 매웠다. 겪지도 않은 광주사태는 '광주', '시위대'라는 단어만 나와도 걱정부터 되는 트라우마를 안겼다.
📖 맵게 타들어가는 연기와 공권력이 구도청에서 최루탄을 정말로 던졌다는 참담함에 우왕좌왕했다. 진압대늨 우리를 유령도, 인간도 아닌 효율적으로 제압되어야 할 물건 더미처럼 다뤘다. p31
📖 분노는 가냘픈 희망을 안고 과거와 미래의 길로 함께 나아가려 한다. 그 나름의 구체적인 경험들로 굳어진, 끝내 바뀌지 않는 세상 자체에 대한 총체적인 분노가 있다. p39
두번째 작품은 표제작인 #점거당한집 은 백남준아트센터가 있는 용인이 배경이 되고 있는 2033년 6월 이야기다.
연락이 되지 않는 누나를 보기 위해 방문을 하는데 도착하자마자 누나를 찾는 게 아니라 청소부터 한다. 왜 난 이 장면이 코믹스러웠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슬프기도 했다.
📖 소설은 작가들이 스스로 투영한 거울 같았다. p94
이 작품에서는 여러 소설들과 영화가 등장한다. 찾아보면 허구도 있고 실제로 존재하는 작품들도 있다.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 부분이다.
📖 둘에게 그 여정은 어느새 쉬운 일이 되었다. 높은 천장과 흡음재가 깔린 바닥, 사철 일정한 조도와 온도가 얼마나 유용한지 알 만큼 남매는 조숙해졌다. 아트센터의 주인은 저들끼리 흐르고 춤추면서도 촘촘하게 연결된 백남준의 기계 전시물들이었다. p87
남매가 어릴 적 박물관에 종종 간다는 대목이 나온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친구를 만나러 용인에 갔다가 백남준 아트센터에 들른 적이 있다. 이미 아이가 있던 친구가 종종 간다던 곳이었다. 다시 한번 더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마지막 작품인 #금일의경주 는 2044년 경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원전사고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소설을 쓰며 창작의 과정을 보여주는데 합평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 장에서 같이 글을 쓰고 있는 문우의 합평 이야기가 생각났다.
📖 혹시 문무왕 좀지도 나오나요?
금일은 입을 다물아버렸다. 작가 활동 내내 지속될 치명적 약점으로 결말에 정합적 인과를 부여하는 설명을 금일은 철저히 기피했다. p156
📖 나는 금일을 위해 글을 쓰지 않았다. 금일이 나를 위한 글을 썼다. p176
정말 독특하고 참신하단 생각이 계속해서 드는 소설이다. 독자에게 과히 친절한 소설은 아니다. 예술을 병합한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소설이다.
소설 좀 읽는다 하는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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