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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리기 일보 직전 ㅣ 문학동네청소년 ex 소설 1
달리 외 지음, 송수연 엮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표준과정상 은 어떤 존재의 기준일까? 이 책을 읽기 전에 그닥 생각해 보지 않은 주제다. 이 책의 기획의도가 엿보이는데 소위 장르문학이라 불리는 SF가 이 책의 장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이 주제이나 과학스럽지 않은 청소년소설. 청소년은 물론, 어른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야기여서 이후에 나올 다른 장르(호러, 로맨스)의 책도 정말 기대가 된다.
최영희 작가의 #지퍼내려갔어 는 작가 특유의 유머가 그대로 살아나 있다. 오빠에게만 신경을 쓰는 엄마에게 보여주고자 감시단에 들어가는 동채이. 친구를 랜틸리언으로 의심해 그를 쫓는 과정에서 B급 감성이 엿보인다.
🔥 랩틸리언은 마땅히 순혈인류에게 돌아가야 할 부와 명예를 가로채고 있다네. 그러니 우리가 막아야지. 필요하면 죽여서라도. p30
외계인도 혈통을 중시한다는 이 소재 너무 참신하다. 🤣 차갑고 금속성을 띠고 있을 것만 같은 외계인이 혈통을 따진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굉장한 음료로 각광받고 있는 '솔의 눈'이 등장한다.
하리보족 도챈스가 채이에게 집에 사람 친구가 오면 주려고 놔둔 음료는 '몇 년 전'에 이 집에 놔둔 것이다. ㅋㅋ
두번째 작품인 박애진 작가의 #알카이로한 은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나도 혹시 외계인 증조할아버지가 있진 않을까 라는 기대를 살짝 해보며.
🔥 입금자의 이름은 '알'이었다. "알? 알이 뭐지?"
사실 이 문장에 꽂힌 이유는 내 별명이 '알'이어서다. 그래서 '알란'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데 그냥 반가웠다. ㅋㅋ 북토크에서 박애진 작가님이 퇴고의 고단함을 토로했다. 그 요청을 한 장본인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그 토로가 당사자가 아닌 제3의 입장에서는 재밌었다. (강 건너 불구경이랄까? 😂 그 노고에 멋진 작품이 탄생했고 읽을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
듀나 작가의 #자코메티 는 여기 실린 작품 중 제일 수위가 높았다. 피가 난무하고 죽임을 당한 아이들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성'에서 가장 벗어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 밖에선 난공불략의 성처럼 보였던 그 애의 정상성이라는 게 그렇게 헐겁고 연약했다니 어처구니없었다. 같이 지내면서 정상이라고 여겼던 그 애의 면모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그 일부가 되고 싶었다. p130
가끔 글을 쓸 때 필명을 '이영수'로 쓸 때가 있다. 엄마의 이름과 아빠의 이름 사이 내 이름을 넣은 필명인데 이 필명이 줌 참가자에 있어 놀랐다. 알고보니 듀나 작가라고 한다. 채팅으로 참여한 작가의 채팅 창 속 가득한 문장들은 내내 나는 SF의 대가요를 외치는 것 같았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기로 했다.
마지막 작품인 달리 작가의 #기억의기적 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전혀 식상하지 않았다. 수우가 과거로 떠나 민하를 만나고 오는 장면까지는 흔한 에피라면 민하 역시 수우를 만나러 온 건 반전처럼 느껴졌다. 그랬다. 기술이 발전했는데 상대라고 오지 못하는 법은 없으니까.
🔥 먼저 등을 보이는 수우와 힘없이 따라 들어가는 민하를 4년 뒤의 수우가 말없이 지켜본다. 비어 버린 평상 윌르 어루만지듯 한참 눈에 담는다. 그런느 동안 얼마나 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시간이 고요하게 흘러간다. p175
과거로 갈 수 있는 기술이 발전했는데 의료기술이 그보다 더 늦다면 참 아이러니하다.
각 이야기마다 지명이 나온다. <지퍼 내려갔어>는 고양, <알 카이 로한>은 홍대, <자코메티>는 안양, <기억의 기적>은 어딜까 찾아보니 서울이 잠깐 언급됐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페이지가 숨어(?) 있다. 하단이나 상단 끄트머리가 아닌 책 중앙에 사이좋게 붙어 있다. 이 책은 이 사소로운 것 마저 '표준'에서 벗어났다.
후속 장르가 정말 기대된다.
#서평단 #협찬도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SF #청소년ex
랩틸리언은 마땅히 순혈인류에게 돌아가야 할 부와 명예를 가로채고 있다네. 그러니 우리가 막아야지. 필요하면 죽여서라도 - P30
밖에선 난공불략의 성처럼 보였던 그 애의 정상성이라는 게 그렇게 헐겁고 연약했다니 어처구니없었다. 같이 지내면서 정상이라고 여겼던 그 애의 면모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그 일부가 되고 싶었다. - P130
먼저 등을 보이는 수우와 힘없이 따라 들어가는 민하를 4년 뒤의 수우가 말없이 지켜본다. 비어 버린 평상 윌르 어루만지듯 한참 눈에 담는다. 그런느 동안 얼마나 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시간이 고요하게 흘러간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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