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의 소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외딴 방>이다.

나는 동네에서 같이 자란 가난한 집의 누이들이 먼 서울로 새벽기차를 타고 떠나

공장살이 간 이야기를 직접 몸으로 보고 들으며 자랐다.

그래서.<외딴 방>을 읽노라면 동네 내 친구 누나들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았다.

읽으며 몇 번 눈과 목이 아팠다.

아마 <외딴 방>을 서너 번 읽었을 것이다.

나는 특히 작중 화자와 그녀의 큰 오빠 사이에.흐르는 감정선을

좋아했다. 가난한 집의 맏이. 큰 오빠.

신경숙의 표절 이야기가 뜨겁다.

아침에 밥먹는데 아내가 물었다.

˝당신.신작가 좋아하잖아?˝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아내가 더 듣고 싶었을 어떤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왜?

난 옳다 그르다 부연하지 않았을까.

좀 전에 저녁 먹으며 소주 한 병 마시고

사무실로 걸어오며 다시 나에게 물어봤다.

왜?

나는 짠했다.

필사로 작법을 배워야 했던 그녀가.

이게 내 대답이다.


표절이 맞다.

나도 A와 B를 다시 읽었다.

레토릭도 모티브도 표절이라 해도 변명이 필요없겠더라.

그러나 나까지 종주먹을 들이대며

조리돌림에 끼고 싶지는 않다.

문단 권력이니 출판 갑질이니 작가의 윤리성 뭐 이런 문제는

모르겠다.

나는 그녀가 솔직히 자인하고 독자들에게 사과하기를 바란다.

그건 작가 이전에 공동체 한 구성원으로서 져야 할 책임이다.

그리고 나서 그녀가 다시 글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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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2015-06-24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화가 나더니, 오늘 인터뷰 보니까 안쓰럽더군요.
왜 이렇게밖에 못하니.. 하면서요.
선배, 저는 깊은 슬픔 읽고는 신작가 책 더 안 읽었어요.
그 소설이 저를 좀 화나게 했었어요.
그후 읽은 건 이상문학상전집에서 본 부석사가 다인데, 여전히 그랬어요.

알케 2015-06-24 21:45   좋아요 0 | URL
뭐 ..나는 초장에 꽂혀서 몇 년 보고 안 읽은지 한참 됐다.

바보같이 버버거리지 말고 깨끗하게 털지...

양철나무꾼 2015-06-24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과연 나는 내 자신에게,
내 자신의 과거의, 또는 현재의 글에 감정에 대해서 전혀 표절이 없이 떳떳한가?

그 예로 책 한권, 영화 한편, 텔레비젼 드라마 한 프로를 내가 선택하여 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어떤 힘에 의해서 지배당하고 조정당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어차피 우리는 보이는, 보이지 않는 필사와 표절이 횡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표절도, 종주먹이나 조리돌림도, 문단권력이나 출판갑질이 아니라,
소설가란 사람의 일을 쓰는 사람이니까,
그녀의 마음을,
변명이 아닌 진심을, 보고 싶은 거죠.


알케 2015-06-24 21:46   좋아요 1 | URL
동감입니다. 버벅대지 말고 깨끗하게 털고 가지 말입니다.

쉼표 많이 쓰는 사람에 대해 편견이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