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총각 시절, 아.. 꿈 같은 Belle Époque, 이후로 오랫만에 향수를
하나 샀다. 뭐 특별한 이유, 뭐 '음험한 수작질의 도구'라든가 하는, 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갈수록
낮아지는 역치를 가진 나의 팔랑귀와 적절하다 싶은 전문가의 조언때문이다.
그저께 나이가 저물도록 패션 쪽 밥을 먹고 있는 친구 O선생과 대낮부터 낮술을 먹다가 나온 이야
기가 How to age well에 대한 객쩍은 이야기들이었다.
둘다 마흔 일곱이고 낼 모레면 오십이니 생뚱맞은 주제는 아니었다. '젊은 마음을 유지'하고
'열린 생각과 사고'로 나이가 들어야지..운운하는 내 뻔한 헛소리보다 O의 조언이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었다.
그에 따르면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들수록 체취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점점 노화하고 있는 피부가 내뿜어내는 각질과 부패의 냄새를 잡아줘야 한다는 것.
이건 '청결한 세탁과 정결한 마음가짐'과는 전혀 다른 '현실계의 문제'라는 것인데...
듣고 보니 나의 팔랑귀가 솔깃했다. 오호..
그래서 술 먹고 나오는 길에 백화점에서 O의 조언을 받아 향수 하나를 샀다.
천성이 상냥한 O와 그의 오랜 친구라는 숍의 여사장은 내게 향수 뿌리는 법을 가르쳐 주고
커피와 쿠키도 줬다. 마치 원주민을 만난 선교사들처럼...

바바토스 아티산...이름으로 보면 '털복숭이 바야바'의 이미지처럼 마초스러울 것 같은데 향은 가볍
고 난분분하다. 영 미심쩍어하는 아내의 눈초리를 피해 한 이틀 뿌리고 다니고 있다. 어떠냐고 물
으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