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동백
이제하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가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단벌 레파토리인 blue eyes crying in the rain으로 한 이십년 술판을 버텨왔다.
처음엔 다들 좋아라 하더니 꽃노래도 열흘이라고 그간 원성과 눈치가 자심했다.
그래서 오월을 맞아 새로운 십팔번곡을 준비했다.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쓰고 소설도 쓰는 이제하 선생이 가사도 쓰고 곡도 만들었다.
본인이 직접 노래한 버전도 있지만 나는 조영남판.
연전에 세상 떠난 이윤기 선생이 조영남씨와 호형호제하며 이 노래를 상찬했다는
이야기는 읽고 들어서 알았는데 정작 이 노래를 직접 듣기는 근래의 일이다.
가사와 멜로디를 듣자말자 바로 나를 위한 노래란 걸 알았다.
내가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이 노래를 부를 가능성은 0에 수렴하지만
여태 단벌 레파토리를 참고 인내해 준 내 늙은 팬들에게 줄 서프라이즈 ! 이다.
이 노래로 또 이십년 버틸거다.
오늘 근처 주점에서 쇼케이스를 열어볼까.
멜로디와 가사의 쓸쓸함과 담담함이 가슴을 친다.
"세상은 바람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가지 나를 잊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