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17년이나,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났다.
1995년 어느 봄날, 당시 내가 살던 마포 언덕 자취방에서 하룻 밤 자고
범상하게, 내일이라도 다시 만날 얼굴로 헤어졌던 사람을
17년이나 지나 만났다.
이렇게 오래 있다 만날 줄을
우리는 그 아침에 알았을까.
세월은 그도, 나도 비켜가지 못해
헤어질 땐 이십대의 홍안이었는데 다시 만나니
사십 중반의 장년이 되었다.
살아 다시 만나니 반갑고 좋다마는
가버린 날들이 쓸쓸하다.
어려서 하루 종일 같이 놀다가
해질 무렵 골목 어귀에서 내일도 만나자 손 흔들며
헤어졌던 친구들 중에도 다시 못보는 이들이 태반이다.
더러는 죽고 몇은 연락이 안되고.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속으로 호명해보면
마음이 곡진하다.
세월은 어디로 갔나.
바람은 어디서 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