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부슬부슬 떨어지는 저 눈이 올해 서울의 첫 눈인가.
지워질까 애태울 손톱 끝의 빛 바랜 봉숭아물도 없고
설레는 마음으로 눈 소식을 전할 이도 선뜻 생각나지 않는데
속절없이 눈이 내리네.
눈구경이야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병정살며 원없이 했다.
그래도 세상 살면서 본 최고의 눈 내리는 풍경은
담배 연기 가득한 허름한 대포집 뒷방에서 낮술 마시다
연기 빠지라고 반쯤 열어둔 쪽창으로 보는 눈이다.
오늘 점심에는 낮술 한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