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천운으로 좋은 인연을 만나 좋은 스승을 독선생으로 모시고 

몇 해 논어와 몇 권의 경서를 강독하였더니 어느 순간 옛 말로 文理가 트였다.  

돈오돈수마냥 경전의 깊은 뜻을 갑자기 심득(心得) 했다는 게 아니라 

문장을 나누어 볼 수 있도록  토를 다는 현토(懸吐)를 서툴게 흉내라도 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몇 해를 공부해 이 수준이니 내 어리석음이  하늘을 찌른다.)

이천년 전 위나라 사람 왕필은 스물 셋에 죽었는데 그는 열 여덟살에  

노자와 주역에 주(註)를 달았고  그의 노자주(老子註)와 (주역주(周易註)는  

이천년이 지난 지금도 그 경전들의 주해의 정본으로 읽힌다. 

(열 여덟에에 경전의 주해를 다는 이와 마흔 셋에 吐나 겨우 다는 愚生의 간극이란!)

그런 이들은 범인들이 범접힐 수도 없는 천재다.    

그런 경지야 불감청이언 고소원일지언정 감히 그리기도 민망한 노릇이지만

근래 내 주변에  소박하게 각종 주해와 주석서를 옆에 두고 경전들의 깊은 뜻을  

원본으로 탐구하거나 또 여러 시문들을 원문으로 읽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입문서로 꼭 권하는 책이 이이화 선생의 책이다. 

우리 시대는  생활어가 아닌 문자 언어로서의 한자를 완벽히 해독하고 그 의미와 그 출처를  

파악하는 문헌학(philology)적 통찰력을 갖춘 선생님들을 잃어가고 있는 시대다.

그 만큼 우리는 귀중한 문화적 자산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이화 선생님도 소중한 자산이다. 요즘 고전의 한글 역주에 힘쓰는 도올 선생님도 귀하고

정민 선생님도 소중한 분이다.

혹여 옛 시와 옛 글들을 그 때 그 풍취로 즐기고,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영어 공부로 치자면 어려서 보던 '빨간색 기본영어'인 셈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ransient-guest 2011-12-08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히 구하여 읽어야 하겠습니다. 어릴때 천자문을 참 많이 썼는데도 외운 건 거의 없네요. 한문을 좀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요즘은 절로 드네요.

알케 2011-12-09 09:13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