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하우스 - 평범한 하루 24시간에 숨겨진 특별한 과학 이야기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27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시크릿 하우스>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것들에 관하여, 그리고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관하여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우리의 평범한 24시간동안의 일상을 과학자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어떤 풍경일까. 이 책은 바로 그런 지적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일상생활을 들여다본다. 침대 안 집먼지 진드기에서부터 식탁위에 있는 세균들, 그리고 음식으로 떠도는 세균들과 변기의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병원성 물방울들까지 우리의 집안 곳곳의 미세한 부분들을 관찰해 나간다. 관찰이 계속될수록, 집은 편안한 휴식처가 아니라, 세균이 꿈틀대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이쯤 되면 미세한 세균들을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우리의 낮은 시력에 감사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세균이 가장 많이 득실대는 곳 부엌에서부터 침실, 욕실 등 집안의 곳곳을 탐사하는 중간 중간, 우리가 먹는 것, 그리고 우리가 입는 것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사물들을 분석하기도 한다.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친절한 과학자의 입장에서 우리의 일상을 세심하게 설명해준다. 과학자의 시선이지만 편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기까지 우리가 접하는 것들이 과학적인 시선으로 담겨져 있다. 평범하게만 느껴졌던 일상의 모든 일들이 새로운 시선으로 거듭난다. 그의 시선이 스쳐가는 순간, 우리의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하지만은 않게 된다.

이 책을 읽고나면, 손님을 초대하여 같이 저녁을 먹는 행위나 기분전환삼아 향수를 뿌리는 일,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감는 일도 무심코 지나칠 수 없게 된다. 단란한 저녁식사의 장소인 식탁도 예사로워 보이지 않고, 침대는 조금 거북스러운 공간이 되기까지 한다. 하물며 욕실은 그 떠도는 공기들을 생각하면 들어갈 때마다 찜찜할 것 같다. 그뿐 아니다. 치약이나 스타킹, 케이크에 숨겨진 과학적 사실을 알고 나면, 뜨끔한 공포 소설을 읽는 것만 같은 기분에 빠져들기도 한다. 무심코 먹었던 콜라나 감자칩도 이젠 가벼운 마음으로 먹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면 조금 우울해지는 것도 같다.

알고 나면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 그러니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 셈이다. 우리의 감각이 얼마나 우리의 편의대로 길들여져 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자주 먹는 것들에 대한 적나라한 분석은 우리의 무심함과 비례하여 우리를 놀라게 한다. 깔끔함에 대한 다소의 강박이 있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해결책을 제시해주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일이 거북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우리의 일상에 스며있는 과학을 보는 재미를 알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물이 끓고 있는 주전자 안이나 한밤중 쟁반에 놓여진 사과에서 일어나는 과학적인 작용들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사물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매력은 충분하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는 일을 즐기는 독자라면, 이 책은 지적인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키고도 남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09-1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는 다르게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ALINE 님의 리뷰를 읽고 나니 더욱 궁금해집니다. 거북스러운 공간이 되는 침대와 공포소설같은 스타킹, 케이크라니, 이건 어쩌면 패스트푸드 업계를 파헤친 책보다도 더 호러 영화같은 건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도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는, 패스트푸드에는 안가면 그만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선느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요.
8할을 이야기하면서도, 아주 결정적인 2할을 이야기 하지 않아 궁금하게 만드는 재주가 대단하십니다.

ALINE 2006-09-12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님의 말씀대로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선 벗어날 수 없으니 더 끔찍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 바로 나의 얼굴에서, 그리고 내가 쉬고 있는 침대 위에서 세균이 꿈틀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좀 무서워지긴 해도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예요.
결정적인 사실들은 직접 책에서 확인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일부러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