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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건만 ㅣ 소설의 첫 만남 11
현덕 지음, 이지연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서평단 모집에 신청해서 책을 받았다. 함께 나온 공감력 시리즈는 칼자국, 뱀파이어 유격수와 함께 총 3권의 책 중 이번에 받은 책은 《하늘은 맑건만》이다.
책을 받아서 잠깐 들여다 본 이야기에서 쓰는 말투는 얼마전 유튜브에서 봤던 옛날 서울 사투리인듯한 말들이 보였다. 이야기가 현재가 아니라 그때,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인 것만은 확실하다. 중1 교과서에도 실려있다는 이 이야기는- 어느 것이 옳았던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때는 옳았지만 지금은 틀렸다.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다. 항상 옳은 것은 없다는 생각도 든다.
『하늘은 맑건만』
삼촌 집에 얹혀사는 문기는 어느 날 숙모의 심부름을 하곤 잘못 거슬러 받은 것인지, 처음부터 받아 쥐고 있던 돈을 잘못 본 것인지 생각보다 많은 거스름돈을 받게 된다. 이 돈을 가게에서 거스름돈을 많이 줬다고 해야하나- 숙모에게 돈을 더 많이 줬던 게 아니냐고 확인해야하나- 하고 고민하다가 수만이를 만나서 덜컥 축구공, 망원경을 사버렸다. 그러고도 남은 돈으로 수만이와 환등기계를 사서 용돈벌이를 하기로 한다. 근데 삼촌이 축구공과 망원경을 보곤 이건 어디서 난 것이냐고 묻는다. 문기는 수만이에게 빌렸다고 말해버린다. 그러고 나서 문기는 점점 일이 꼬여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기가 괴로워진다.
언제나 다름없이 하늘은 맑고 푸르건만
문기는 어쩐지 그 하늘조차 쳐다보기가 두려워졌다.
자기는 감히 떳떳한 얼굴로
그 하늘을 쳐다볼 만한 사람이 못 된다 싶었다.
정직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문기는 자기 때문에 다른 아이가 도리어 화를 당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더 괴로워한다. 엄마도 없고 아빠라는 사람은 바깥으로 나돌기만 하는데, 자신을 돌봐주는 어른인 작은 아버지와 숙모를, 학교 선생님을 속이는 것만 같아 괴로워한다. 정확하게 어떤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꾸 생각하지 않았던 일로 번져가 자신이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문기가 결국 나중에는 어떤 선택을 할까? 어른들은 왜 문기의 말을 그대로 믿어주었던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고구마』
학교 텃밭에 심어 놓은 고구마 몇 개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날이었다. 학교에 일찍 오고, 형편이 어려운 수만이가 의심을 받는다.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며 두둔하는 기수와 그럴리가 없긴 뭐가 없냐고 따지듯 되물으며 의심하는 인환이가 있다. 둘 다 증거는 없지만 믿고 싶은대로 믿는 바를 주장하고 있다. 괜한 시비에 얽히고 싶지 않은 탓인지 당사자가 되어버린 수만이는 수상하게 뭔가를 숨기는 모습이다.
"용서해라."
의심하고 두둔하고 의심이 가중되지만 결국 의심이 풀리는 과정에서 보이는 건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한 짐작들이 가득하다.
같이 실린 하늘은 맑건만에 나온 수만이가 그 수만이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 나름대로 이치에 밝고 뭐든 책 잡히지 않으려하는 모습이랄까- 어른들에게 금방 들켰을 거짓말을 한 것 같은 문기도 안쓰럽고 수만이도 아직은 부끄러운 것이 많은 아이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