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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우선 <월든>을 쓴 자연주의 철학자 정도의 이미지로 그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월든>을 읽은 사람이라면 자연에 대한 사랑과 관찰로 빗어낸 아름다운 문장 뿐만아니라 그의 냉철하고 날카로운 현실비판적인 글들을 보고 그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나또한 현대의 어떤 문명비판가가 말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시대를 관통하는 글을 19세기 사람이 이미 썼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평소에도 문명비판에 관심이 많아 루이스 멈퍼드, 스코트 니어링, 데릭 젠슨 등의 책을 읽어왔기에 <월든>에서 드러난 그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더 심화시킨 이 책 <시민의 불복종>은 지나칠 수 없는 책이었다.

헨리밀러, 마르셸 프루스트 같은 문인 뿐만아니라 간디, 마틴 루터킹, 함석헌 같은 사회운동가들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이 책의 명성에 걸맞게 소로우는 차가운 논리와 뜨거운 열정으로 '시민의 불복종할 권리와 의무'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 나는 무정부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과 달리 지금 당장 정부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당장, 보다 나은 정부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각 사람들은 자신의 존경을 받을 만한 정부가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바로 그것이 보다 나은 정부를 얻을 수 있는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은 민주주의가 정부가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의 진보일까? 인간의 권리를 인정하고 조직화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는 없을까? 국가가 개인을 보다 커다란 독립된 힘으로 보고 국가의 권력과 권위는 이러한 개인의 힘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인정하고, 이에 알맞는 대접을 개인에게 해줄 때까지는 진정으로 자유롭고 개화된 국가는 나올 수 없다."

사람들은, 적어도 혁명이란 것을 체감하지 못한 세대인 나는 정부란 것은 고정된 어떤 것이고 시민이 할 수있는 것은 기껏해야 정부의 법과 정책이 좀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시행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미치는 정도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소로우는 정부가 불의하다면 정부를 부정할 수 있다고, 더 나은 정부에 대해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법이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정의로운 인간으로 만든 적은 없다. 오히려 법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조차도 매일매일 불의의 하수인이 되고 있다."

'법'을 어떤 절대적인 법칙으로 보고 그것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면 우리는 법의 하수인이 되고, 비판의 시선을 잃은 법은 불의해질 것이다.

"오늘날 이 미국 정부에 대하여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한 인간으로서 올바른 자세일까? 나는 대답한다. 수치감 없이는 이 정부와 관계를 가질 수 없노라고 말이다. 나는 노예의 정부이기도 한 이 정치적 조직을 나의 정부로 단 한 순간이라도 인정할 수 없다."

소로우는 정부의 모든 것에 대해, 미국의 위대한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글의 말미에서 소로우는 이상주의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강경한 주장을 현실과 조화시키려한다. 하지만 그는 평균이상의 고결한 영혼과 굳은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부가 하나의 불의(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라도 시도한다면 그 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망설이고 후회하는가 하면 때로는 탄원서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진지하게 추진하여 효과를 거둘 정도의 일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남들이 악을 몰아내어 더 이상 자신이 그 문제로 고민하지 않게 되기를 호의적인 자세로 기다린다. 기껏해야 그들은 선거 때 값싼 표 하나를 던져주고, 정의가 그들 옆을 지나갈 때 허약한 안색으로 성공을 빌 뿐이다."

남들은 놀러갈때 그래도 꼬박꼬박 투표하는 것으로 시민의 도리는 잘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이 글을 보면 뒤통수를 한대 맞는 느낌이었다. 제한된 선택지에서 어쩔 수 없는 권리를 행사하며 자위하는 것이 과연 시민이 할 수있는 전부란 말인가? 누군가가 나서서 바꿔주기를 다만 바라면서 '내 할일을 하고 있다'는 위악을 떨고 있는 것은 아닌가? 뜬금없지만 이런 노래가 생각난다.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졸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서태지와아이들, 교실이데아)

"한 인간의 의무가 어떤 악을 근절하는 데 자신의 몸을 바치는 것이라고는 물론 할 수 없다. 그는 그밖에도 다른 할 일들이 있는 것이며, 그것들을 추구할 온당한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는 최소한 그 악과 관계를 끊을 의무가 있으며, 비록 더 이상 그 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그 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없도록 할 의무가 있다. ...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중요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좋든 나쁘든 그 안에서 살기 위해서이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 어떤 일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가 모든 일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어떤 나쁜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영웅처럼 자신을 희생하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불의가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목을 조르지는 않는지 잘 살피고, 만약 그러하다면 그것을 당장 그만두라고 말한다.
요즘같은 세계화 시대, 우리가 먹는 음식, 매일 쓰는 물, 우리를 숨쉬고 살게 하는 모든 것이 지구 반대편 모르는 사람들의 희생과는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소로우와 같은 고결한 영혼을 가진 어떤 사람이라도 현대의 '선진국'과 '문명'의 혜택에서 깨끗이 손을 씻을 수 있을까? 그 일은 19세기, 인두세를 거부해 감옥살이를 한 소로우에게도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것만은 알고 있다. 즉, 이 메사추세츠 주 안에서 ... 단 한명의 정직한 사람이라도 노예 소유하기를 그만두고 실제로 노예제도의 방조자의 입장에서 물러나며 그 때문에 형무소에 갇힌다면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시작이 아무리 작은 듯이 보여도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 번 행해진 옳은 일은 영원히 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껏해야 거기에 대해 토론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하면서. 개혁은 수십개의 신문을 붙들어 일거리를 주고 있으나 단 한 명의 사람도 붙들지 못하고 있다."

"한 번 행해진 옳은 일은 영원히 행해지기 때문이다"라고 소로우는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람들의 행동하기를 촉구하기 위해 한 말이라 생각된다. 저말이 진실이라면 티끌처럼 작은 옳은 일이라도 영원히 이어져 지금쯤 정의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당신의 온몸으로 투표하라. 단지 한 조각의 종이가 아니라 당신의 영향력 전부를 던지라. 소수가 무력한 것은 다수에게 다소곳이 순응하고 있을 때이다. 그때는 이미 소수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소수가 전력을 다해 막을 때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다."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보도록 하자."

위의 마지막 문장이 낯이 익다했는데 <김예슬 선언>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이 문장으로 소로우도 김예슬도 살아있는한 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태어나고 살아보니 내 현실과 내 뜻 사이에는 점점 더 깊은 균열이 생긴다. 법이나 정부나 영웅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정의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행동하라는 소로우의 외침은 빛이 귀한 세상에 오래갈 길잡이가 되어준다. 나의 정의 와 나의 행동이 무엇인지는 스스로 밝혀낼 일이다.

이 책과 함께 주문한 <전태일 평전>을 몇장 읽어본다. 열정적이지만 냉철한 소로우와 물처럼 순수하고 불처럼 정열적인 전태일의 삶은 살아가면서(이미 현재에도) 만연한 불의를 맞닥드릴 때마다 내 양쪽을 지탱해줄 한 쌍이 될 것이다.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 ...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세대에서, 나는 절대로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주목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할 것이다."<전태일 평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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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된 진실 - 계급.인종.젠더를 관통하는 증오의 문화
데릭 젠슨 지음, 이현정 옮김 / 아고라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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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번이라도 증오심을 느낀 적이 있다면 이 책으로 자신의 증오심을 의심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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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자서전 - 전2권 김대중 자서전
김대중 지음 / 삼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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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의 산증인. 그리고 민주주의를 뿌리내린 한국의 큰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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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장경 1 - 그대 자신을 등불로 삼아라
오쇼 라즈니쉬 지음, 이경옥 옮김 / 정신세계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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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에서 향기가 난다면 이 책은 진실되고 깊으면서 아름다운 향기를 품고 있음에 틀림없다. 

평소에도 오쇼의 책을 즐겨봤는데 이 책은 그의 책들 중에서도 가장 쉬우면서 가장 진실된 가르침을 담고있다.  

42장경 자체가 중국에 처음 불교를 소개하기위해 쓰여진 경전이라 군더더기 없이 짧고 쉬운데다 오쇼의 너무나도 친절한 설명이 함께하니 이해하지 못할래야 못할 수가 없다.  

- 모든 사람은 존재의 같은 근원에서 오기에 모두가 비범하거나, 모두가 평범하다. ... 그대가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남들도 똑같다고 생각하라. 그러면 아만심은 사라질 것이다. (229페이지)

- 존재의 가장 핵심으로 들어가보면 인간이 양파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벗기고 또 벗기지만 껍질 속에 또 껍질.. 최후에 손에 남는 것은 오직 공空 뿐이다. ..그곳에서 양파는 비롯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어떤 것이 되었다. 비물질로부터 물질이 생겨났다. 비생명으로부터 점점 생명이 되었다. (235페이지) 

공에 대해 이렇게 쉽고도 진실된 설명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알면 알 수록 알기만 할 뿐 이라는 생각에 슬퍼진다. 

그의 말을 정말 알려면 경험하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가 '사랑하라'고 할때 나는 나의 모든 사랑이 피상적이고 거짓된 것을 깨닫게 된다. 

그가 말하는 사랑은 나에게 너무 멀고 어렵다.  

책도 하나의 존재여서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좋은 책을 발견하였을 때는 머뭇거리지말고 가까이 두도록 노력해야한다.(안그러면 우리의 욕망을 충동하는 수많은 상품들에 밀려날테니 말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 중의 하나이다. 

책꽂이에 꽂아두면 오래도록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낼 그런 책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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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링 코스모스 - 초끈 이론, M-이론, 그리고 우주의 궁극 이론을 찾아서
남순건 지음 / 지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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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M-이론으로 우주의 생성을 설명할 수 있다."
스티븐호킹의 최근 책 <위대한 설계>의 기사에서 저 문구를 발견하고 M-이론에 관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평소에 현대수학과 물리학의 최근 이론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론물리학에 관련된 두꺼운 책들을 들춰보기만 할뿐 정독을 하기는 힘들었기에 우주의 생성을 설명한다는 M-이론은 생경하게 다가왔다.

M-이론에 관한 책을 검색하니 이 책, <스트링 코스모스>가 눈에 띄었다. 일단 300페이지의 분량이 부담을 덜어주었다. 헌데 이 책, 만만히 볼게 아니다. 국내 학자가 쓴 책이라 '과연 최신 이론을 제대로 설명해놨을까' 반신반의하며 펼쳐봤지만, 초끈이론과 M-이론, 그리고 최신 이론물리학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쉬지않고 쏟아진다. (현대물리학 사전지식이 충분한 독자는 최신 이론이 나오는 4부부터 봐도 무방하다)

11차원, 다중우주, 홀로그램 이론, 인플레이션 이론, M-이론, D-브레인, Ads/CFT, 4차원 게이지 이론 등등등... 다른 곳에선 듣도 보도 못한 이론들과 전문지식들이 국내 학자의 입을 통해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지만(엄청 나게 복잡한 이론물리학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두꺼운 책 한권으로도 모자라기 때문에 적당히 넘어가주는게 오히려 고맙다) 가볍고 재미있게 풀이된다. 중간중간 과학자들의 에피소드와, 복잡한 물리학을 한눈에 들어오는 이미지로 풀이한 도판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은 글 중 이런 것이 있다.
"중력이 전파되는 시공간의 차원과 빛이 전파되는 시공간의 차원이 다를 수있다... 즉 4차원의 막 위에 모든 물질과 힘이 갇혀있고, 단지 중력만이 10차원 전 공간을 자유로이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것... 마치 얇은 막 위에만 물질이 들어 있고 이러한 박막이 더 높은 차원을 갖는 공간 속에 들어 있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이러한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4차원처럼 보이는 이유는, 빛이 4차원 막 위로만 전파되고 있으므로 빛을 이용해서 우주를 볼 때는 4차원 세계만이 보이기 때문... 이와같은 세상이 가능하다면.. 우리가 사는 우주 옆에 제 5의 차원 방향으로 아주 가까이 떨어져, 예를 들어 수 미터만 떨어져 있는 또다른 우주가 있더라도, 우리는 그 우주에 있는 별을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른 우주의 물질이 우리 우주의 물질에 중력으로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흥미롭지 않은가?! 우리 바로 옆에 다른 우주가 있더라도 우리는 그 우주를 결코 볼 수 없을것이다. 하지만 과학으로는 그 우주의 존재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시 그 우주가 괴기현상의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있을까??)

책의 말미에 나오는 성실한 부록들(한눈에 보는 입자물리학 역사, 끈 이론의 주역들, 한국의 입자물리학과 끈이론)은 저자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와 이론물리학 전반, 그리고 한국 물리학계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느낄수 있게 한다.

두꺼운 이론물리학책을 서문만 읽고 접어두신 독자들께 강추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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