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어드 2 - Missing Transer
김상현 지음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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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이 날아다니는 미래가 배경이라길래, 다양한 외계인들이 들락거린다길래, 나는 무슨 스타트렉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1권 앞부분에 잠깐 등장하는 짧은 우주여행을 제외하고 두 권이나 진행되도록 이야기의 배경은 행성, 좀더 정확히는 도시 범위를 벗어나지 못 한다.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는 있지만 좀 답답하다고나 할까. 저렇게 다양한 외계종족을 만들어 놓고 "좁은" 도시 안에서만 굴리고 있다는 게. 아직 두 권 더 남아 있다고 하니까 조금 더 기대해 봐도 될 듯 싶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페이지를 넘길수록 외계인이 외계인으로 안 느껴진다. 대부분이 갑각류, 파충류, 털복숭이 포유류를 닮은 점도 그렇다. 그들은 지구의 대기에서 호흡하고 인간들과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 심지어 일부는 노예처럼 혹사당한다. 이쯤 되면 외계인이라기 보다 지구상에 살던 다른 종들이 진화했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외계 행성, 그것도 적대 행성에서 왔다는 외계인은 유전적으로 지구인과 꼭 닮아 있었다. 도대체 누가 외계인이고 누가 지구인인지.

우주안의 어떤 종족과도 소통할 수 있다는 트랜서. 하지만 메이런은 미싱을 두려워하며 트랜스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트랜서라지만 어린 린은 지적 생명체와의 소통이 아니라 물건들과 트랜스하고 있다.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다면서 아이들은 정작 소통의 장애를 겪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능력이 있는 것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다른 문제이니까. 자신이 누군지도 깨닫지 못 하고 스스로 마음을 열지 못 하면서 타인과의 소통이 될 리가 없겠지.

앞권에서도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는 구조였는데, 이번 이야기도 어떤 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경찰이 중심인물로 등장해 본격적인 수사극을 펼쳐놓는다. 그리고 결국 범인을 잡게 되고. 하지만, 아직도 길을 헤매는 초보 트랜서 메이런 처럼 문제가 해결되었다기 보다 뭔가가 계속 꼬이고 쌓여가는 느낌이다.

사건은 해결 되었으나 문제의 본질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커다란 흐름속에 휘말리고 있다. 여전히 방황하는 청춘들, 각 도시의 부조리와 복잡한 권력구조, 행성 어스와 외계문명들간의 관계, 나아가 트랜스의 원리와 정체도 많은 부분이 아직은 수수께끼다. 두 권 "밖에" 안 남았다는데 뒷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 놓을 것인지, 혹은 또다른 물음표만 늘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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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어드 1 - Call me Transer
김상현 지음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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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소개된 미국 만화 벤10. 외계인의 기술로 만들어진 옴니트릭스라는 장치를 이용해 주인공 소년이 여러 외계인으로 변신한다는 설정이다. 언뜻 보면 그냥 변신 히어로 같지만 여기에는 나름의 철학이 담겨 있다. 옴니트릭스의 제작자는 우주의 수많은 종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기를 바라며 그것을 만들었다. 전혀 다른 종을 이해하는 데 자신이 바로 "그"가 되어보는 것만큼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있을까. 벤은 단순히 겉모습만 변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외계인의 생태와 정신세계도 경험한다. 변신할 때마다 성격이 변하기도 하고 심지어 아기까지 낳았을 정도.

<하이어드>에 등장하는 트랜서는 벤처럼 물리적으로 변신을 하지는 않지만 대신 정신 교감을 통해 완전히 다른 종족이 되는 경험을 한다. 만화속 벤은 어느날 갑자기 옴니트릭스를 얻어서 참 쉽게 변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서 그렇지 이후의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열여섯 살 소년 메이런도 자신의 트랜서 능력을 인정하고 깨우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망설인다. 그리고 마침내 트랜스에 성공했을 때 괴생물체로만 보이던 이종족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어떤 종족과도 소통할 수 있다면, 서로 마음을 열고 온전히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차별이나 다툼없이 모든 이들이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새로운 경험이며 또다른 우주일 것이다. 트랜서는 참 재미있는 상상이다.

<벤10>도 <하이어드>도, 외계인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다루고 있지만 크게 보면 어떻게 타인과 소통하고 이해하고 서로 다른 존재가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같은 지구인들 끼리도 외모와 성별부터 시작해서 수없이 많은 이유를 붙여 가며 서로를 차별하고 배척하는 현실의 지구에서 그것은 이미 외계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과 다른 존재와 소통하기 위해 옴니트릭스 같은 기계장치나 트랜서 같은 특수한 능력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걸까. 뒤집어 보면 그만큼 타인의 마음을 진정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하게 한다. 아마도 소통은 그 어려움을 깨닫는 것,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아집과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을 갖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만화속에서 벤은 외계인으로 변신하면서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개의 경우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적응한다. 그에 비해 이 책의 분위기로 볼 때 앞으로 메이런은 다른 종류의 외계인과 트랜스할 때마다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듯 보인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그가 계속 트랜서의 능력을 사용할 것인지, 사용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창조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옴니트릭스가 우주 최강의 "무기"로 취급되는 것처럼 트랜서에게도 소통과 공존은 이상일 뿐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이제 트랜서로서 눈을 뜨기 시작한 메이런은, 그리고 다른 트랜서들은 과연 어떤 미래를 선택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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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 버스라이트 시공그래픽노블
마크 웨이드 지음 / 시공사(만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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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나 영화 등에서 여러 슈퍼히어로를 봐 왔지만, 언제나 나의 리스트에서 제일 위에 오는 이름은 슈퍼맨이었다. 강하고 정의로운 영웅의 상징.

슈퍼맨은 지구를 위해 일하지만 그 자신은 지구 출신이 아니다. 외계인이다.

아직까지 외계인과 접촉했다는 보고는 없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속에 지구인들은 외계인에 대한 여러 상상들을 그려보곤 한다. 슈퍼맨은 아마도 그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외계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런 완성된 영웅의 모습보다, 지구에 홀로 버려진 한 외계인이 성장하고 방황하고 그리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슈퍼맨이 되기전 클락 켄트의 어린시절에 지면의 상당부분의 할애한다는 점에서는 드라마 <스몰빌>과 통하는 면도 있다.

클락이 남들과, 지구인들과 다르다는 점, 단순히 다른 정도가 아니라 초인적인 힘을 지녔다는 점은 그 자신에게 혼란을 주는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공포와 거부감을 안겨준다. 그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계 출신이면서 지구의 영웅이 된 슈퍼맨의 반대쪽에는 숙적 렉스 루터가 있다.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점점 비뚤어져가는 렉스는 어떤 면에서 또다른 "외계인"일 거다.

<스몰빌>에서 처럼 렉스를 단순한 악당으로만 그리지 않고 클락과의 인연을 부각시켰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외로움과 혼란에 잠식되어 클락이 걸었을지도 모르는 또다른 길, 렉스는 그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준다.

슈퍼맨의 초인적인 능력은 단순히 물리적인 힘에 그치지 않고 정신력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홀로 남겨졌다는 고독과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자라야 했던 혼란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아 찾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지구인들에게 오해 받고 심지어 공격을 당하면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다. 거의 초인적인 정신력이라고 할만하다. 아마 보통의 지구인이었다면 힘에 도취되어 폭주하거나 렉스 처럼 배배꼬인 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용중에 간간이 지구인이 저지르는 차별과 편견을 비꼬는 대사들을 읽을 수 있다. 그것들이 나쁘다는 걸 잘 안면서도 우리의 마음은 쉽게 변질된다. "우리를 충분히 지치게 하면 우린 결국 누군가를 신뢰하는 것보다 냉소적인 편이 더 쉽고 안전하다는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죠."라는 로이스의 대사 처럼 일관된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면 세계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강철같은 근육이 아니라 비틀리고 단절된 세계의 혼돈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는 강한 정신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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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 포 올 시즌 시공그래픽노블
제프 롭.팀 세일.부얀 한센 지음, 최원서 옮김 / 시공사(만화)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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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매니아까지는 아니지만, 이때까지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여러 슈퍼맨을 봐왔다. <슈퍼맨: 포 올 시즌>의 슈퍼맨은 그중에서도 "시골 청년"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법한 인상이다.

이 책은 4계절 - 봄, 여름, 가을, 겨울 - 을 주제로 각각 다른 화자가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순히 제목만 따온 것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농사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림체 또한 상당히 복고적인 느낌을 준다. 10여년 전에 그려졌다고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나온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듯.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슈퍼맨의 모습도 넉넉한 턱선과 풍채가 모두가 우러러 보는 영웅이라기 보다 힘 좋고 인심 좋은 농부같은 느낌이다.

내용 또한 액션 위주의 장면이나 슈퍼맨의 힘자랑은 많지 않다. 그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혹은 환경과 사람의 관계, 그 관계속에서 흘러나오는 감정 변화들에 비중을 두고 있다.

농부이자 아버지인 조나단 켄트. 그 역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씨를 뿌리고 작물을 키우는 농부다. 슈퍼맨이라고 해도 아들을 걱정하는 그의 마음은 다른 아버지와 다르지 않다. 클락의 직장 동료이면서 슈퍼맨을 쫓는 기자인 로이스 레인. 다른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슈퍼맨을 거부하고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렉스 루터. 그리고 클락과 어린 시절 함께 자라며 남다른 깊은 관계를 유지해온 라나 랭까지. 누군가는 친구로, 누군가는 적으로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슈퍼맨과 인연을 맺고 있다.

화끈한 액션을 선호한다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슈퍼맨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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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 레드 선 시공그래픽노블
마크 밀러 외 지음, 최원서 옮김 / 시공사(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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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SF, 판타지 등에서 익숙한 상황이나 서로의 입장을 뒤집어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흥미와 재밋거리를 준다. 나아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을 뒤집어 봄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대상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난 세기 미국식 영웅주의의 상징으로 군림해왔던 슈퍼맨. 그런 슈퍼맨이 (구)소련의 아들로 키워져 소련의 영웅이 되었다면? 이 기발하고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하는 이야기 <슈퍼맨: 레드 선>. 스탈린을 따르는 슈퍼맨, 슈퍼맨이 없는 미국, 과연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소련에서 자랐어도 슈퍼맨은 여전히 슈퍼맨이었다.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날아다니고. 심지어 소련의 적국인 미국의 시민들이 위험에 빠지면 똑같이 도와주었다. 그렇게 선의에서 시작했으나 그 결과는 조금 달라졌다.

슈퍼맨은 정의의 초인이었고 그의 너무 강력한 힘에는 조금의 "만약에..."도 허용되어서는 안 됐다. 그랬다가는 그의 정의의 바벨탑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스티스리그에서 슈퍼맨이 했던 대사처럼 그는 종이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살아왔다. 슈퍼맨이 입김만 불어도 모든 것이 날아간다. 제대로 힘을 쓰기 시작한다면 그의 "정의"에 대들 수 있는 이들은 정신병자나 슈퍼빌런들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만약에..."를 다룬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정복자 슈퍼맨, 지구를 하나의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독재자 슈퍼맨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나..." 였다.

하지만 결말은 확실히 충격이었다. 미국의 상징 슈퍼맨을 스탈린주의자로 만든 것 이상으로 외계인이라고만 생각했던 슈퍼맨의 정체성을 뒤집는 파격적인 설정이었다.

슈퍼맨과 함께 로이스 레인과 렉스 루터 뿐만 아니라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 랜턴 같은 익숙한 캐릭터들이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붉은 슈퍼맨의 우주를 살고 있었다. 단순한 패러디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모두 적절하게 어우러져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슈퍼맨도 여전히 슈퍼맨이다. 하지만, 똑같이 정의와 이상을 외쳐도 조그만 생각의 차이가 어떻게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는 정의의 초인이 어떻게 독재자가 될 수 있는지를.

슈퍼맨을 보며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저런 힘을 갖고도 결코 세상을 구하지는 못 한다고. 위험에 빠진 시민들 몇몇을 구해준다고 당장 전쟁과 기아 같은 지구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사고와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레드 선의 슈퍼맨은 권력자, 독재자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어떤 슈퍼맨을 꿈꾸고 있나. 소위 말하는, "백마탄 초인"이 나타나 이 상황을 모두 정리해주길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는가. 그때 우리는 진정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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