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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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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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전 - 모두 나를 칼이라 했다
박애진 지음 / 페이퍼하우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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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전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고전소설의 향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실제로 본문에 들어가서도 일전에 읽었던 천년의 우리소설 시리즈, 그 중에서도 《낯선 세계로의 여행》을 보는 듯 했다. 남다른 재능과 수려한 외모를 지닌 주인공, 도사니 용왕이니 하는 환상적인 장치들과 현실을 뒹굴면서도 이상향을 꿈꾸는 인간들. 자연스럽게 흐르는 옛스런 문체들까지.

사람을 가둘 수 있는 호리병이나 도사들이 펼치는 화려한 도술들. 나아가 그들이 사는 도원경의 모습 등은 고전소설의 그것을 그대로 물려받고 있다. 과연 서양 판타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우리 소설의 풍미가 느껴진다.

《낯선 세계로의 여행》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도 역사와 상상이 교묘하게 뒤섞여 있다. 언뜻 조선시대를 닮은 듯 보이는 배경속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해 또다른 세계를 만들어냈다. 권력자들 사이의 세력 다툼이나 궁안에서 펼쳐지는 암투는 마치 한 편의 사극 같으면서 그안에 인간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 남여간의 정, 우정과 배신 등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초인적인 능력과 지식을 쌓았으면서도 여전히 인간적인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도사들의 모습은 전통적인 동양 사상의 그것이라기 보다 어떤 면에서 서양의 마법사들을 닮은 듯 보이기도 한다.

고전소설의 맛을 살리면서도 21세기 독자의 시선으로 봐도 흥미로운 지우전. 과연 작가의 남다른 내공과 필력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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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2 - 가을.겨울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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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는 두 권이 각각 봄.여름, 가을.겨울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열두 살 소년의 일생에 단 한번 뿐인 네 계절. 봄과 여름이 이야기의 싹을 틔우고 확장시키는 계절이었다면 가을과 겨울은 성숙하고 -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 결실을 맺는 시기다.

1권의 맨 앞을 장식했던 의문의 살인사건은 코리의 단편소설이 되어 다시 가을의 시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야기는 절정을 찍고 서서히 마무리를 향해 내달린다. 여전히 말썽이나 부리고 어이없는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소년들은 그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간다. 코리와 그의 친구들은 더이상 어제의 그 소년들이 아니다.

소년도 아니고 나의 열두 살은 저들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예전의 기억들이 문득문득 스치곤 했다. 원치 않았지만 타의에 의해 혹은 세상의 흐름속에 파묻혀 잃어버려야 했던 수많은 것들. 그럼에도 여전히 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것들에 관해.

이 책은 기본적으로 코리의 1인칭으로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종종 코리가 없는 장면에서도 이야기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점이나 시제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걸고 넘어지려 들지 모르겠지만 이런 방식은 사건의 이해를 돕고 이야기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것 또한 소년들의 마법인 것이다. 과장된 비유와 조금은 유치하기까지한 문체도 이야기의 분위기와 잘 어울어진다.

책을 읽던 중간에 얼마전 읽다 말았던 뷰티풀크리처스가 떠올랐다.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이 배경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나한테는 소년시대가 한결 재미있게 읽혔다. 겉멋만 잔뜩 든 열여섯 살보다 순수하고 화끈한 열두 살 열혈 소년의 이야기가 더 좋았다.

이로써 또다시 열두 살 인증.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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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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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부의 작은 마을 제퍼에 사는 코리는 어느날 아침 아빠와 함께 우유배달을 나갔다가 낯선 남자의 시체가 차에 묶인 채 호수로 가라앉는 장면을 목격한다. 코리 매켄슨의 열두 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학교와 집에서 거리와 산에서 소년의 일상이 계속되면서도 이 살인사건은 두고두고 코리와 그 가족을 따라다닌다.

제퍼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면서 바로 옆에 공군 기지가 자리하고 있다. 백인 마을과 흑인 마을이 나뉘어 둘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심지어 백인이 노는 수영장에는 흑인이 들어갈 수 없다. 보안관도 어찌할 수 없는 범죄조직이 활개치고 다니고, 선량해 보이는 주민들이 위험한 물건을 거래하고 KKK의 두건을 뒤집어 쓴 채 폭력을 휘두른다. 매켄슨 부자가 목격한 살인사건은 그 모든 것들의 예고편이자 표상이었다.

작은 동네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온갖 추악한 욕망과 악의가 도사리고 있었다. 코리는 자신의 작은 몸으로 그 모든 것을 직접 겪어내야 했다.

사건이 끊이지 않는 - 별똥별이 떨어진 - 마을, 글쓰기 좋아하는 - 장차 유명 작가가 될 - 소년,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정식한 부부, 어둠속에서 음모를 꾸미는 악당 패밀리까지. 소년 클락 켄트가 사는 스몰빌을 떠올리게 한다.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소년들의 모습에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읍장 이름이 "루터"인 데서는 식겁했다.

코리와 그 친구들만큼 천방지축은 아니었지만 SF나 괴수 영화, 만화에 빠져 방안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상 지금도 그러고 살고 있지만.) 열두 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공상과 마법으로 덧칠해진 세상은 조금 유치한 듯 하면서도 매력적이었다. 몸은 스몰(Small)빌에 살지만 마음만은 지구 정복이라도 할 기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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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미로 필립 K. 딕 걸작선 2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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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K.딕의 작품 중에는 영화화된 것들이 많다고 들었다. 블레이드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첵 등등. 영화는 분명 소설과 다른 분야이고 원작의 내용이 영화에서 달라지는 경우도 많지만 그만큼 필립 K.딕은 영상물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도 볼 수 있다.

『죽음의 미로』도 읽는 내내 마치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 긴장감을 끌어올리면서 빠르게 읽혔다. 이 책에는 융이 어떻고 칸트가 저떻고 같은 철학저술의 인용에서부터 조유신, 중재신, 지상을 걷는 자 등 작가가 창조해낸 개념들까지 나열된다. 언뜻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지만, 그럼에도 책장 넘기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저 좀 "있어 보이려는"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완벽하게 구축된 가상의 세계에서 부품들 하나하나가 맞물려 돌아간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이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이들은 고립된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한 명씩 죽어간다. 이쯤되면 추리/미스터리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개다. 하지만 작가가 설치해놓은 온갖 장치들로 이야기는 뻔한 듯 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40여년 전에 쓰여졌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세련되고 구체적이다. 네트워크와 가상현실 게임, 과학기술과 종교 등 마치 21세기의 현실을 예언한 듯 보이기까지 한다.

출구가 없는 현실에서 출구를 찾아 스스로 미로속에 들어간 페르서스9의 승무원들.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출구를 찾아 게임 혹은 또다른 뭔가에 빠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누군가 출구없는 미로는 없다고 했던가. 게임에서 나가고 싶다면 언제든 로그아웃 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나온다고 해도 여전히 현실이라는 미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 좋은데, (집사재의 단편집 보다는 낫지만) 번역은 조금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한자 많은 책은 좀 꺼려지는 편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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