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사로드 Vassalord 1
쿠로노 나나에 글.그림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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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을 고르는데 있어서 표지는 은근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책은 앞뒤 표지를 대부분 검게 칠해 놓았다. 그러면서 앞표지 아래쪽에만 그림이 조금 그려져 있다. 마치 뭔가를 덮어 놓고 살짝 들춰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그 드러난 부분이 강렬한 인상의 한 남자가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 이 남자는 누구이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래, 이 책은 검은책이다.

폭력과 퇴폐, 욕망과 타락. 검은 장막으로 덮어 놓을 수 밖에 없는, 아니 그 자체가 검은 어둠인 세계. 그러면서도 사람을 잡아 끄는 묘한 마력을 지닌 그들.

그렇다고 너무 무겁거나 진지함으로만 흐르지도 않는다. 표지의 이미지 처럼 살짝 보여주는 정도랄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다. 뭔가 저지를 듯 하다가 교묘하게 비켜가는 게 오히려 더 두근거리고 감질나게 한다.

이 만화는 그렇게 은밀하고 아슬아슬한 맛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뱀파이어이면서 뱀파이어 헌터인 크리스. 사이보그로 개조되어 완전한 인간도 뱀파이어도 그렇다고 로봇도 아니다. 그리고 티격태격하면서도 번번이 그를 돕는 레이프로. "마스터"라는 호칭으로 불리지만 정말이지 누가 주인이고 애완동물인지 헷갈릴만큼 둘의 관계는 긴밀하면서도 팽팽하다.

뱀파이어라는 소재는 어디서나 하도 많이 써먹는 거라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작가 나름의 색체와 악세사리로 장식한 이런 뱀파이어 만화도 괜찮아 보인다. 무엇보다 두 (남자)캐릭터가 아주 매력적이다. 어느 정도 BL스런 장면이 들어가 있어서 좀 위험해보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이런 쪽에 거부감이 없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캐릭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취향을 많이 탈 것 같은 작품이지만 코드만 맞으면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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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라인배럴 1
시미즈 에이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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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도 나왔다고 하고 간간이 얘기는 들었는데, 이제야 보게 된 강철의 라인배럴. 일단 1권에 대한 소감은 전형적이고 무난한 열혈소년+로봇. 1권만으로 판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이런 종류의 로봇만화가 갖고 있는 장단점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는 느낌이다.

소년과 로봇의 운명적 만남, 그 힘을 사용하는 계기도 또 그로 인해 겪는 심리적 갈등까지. 아마 선배들의 경우를 따른다면 앞으로 소년은 로봇과 함께 수많은 싸움을 경험하며 성장해 갈 걸로 보인다. 그게 드래곤볼 식의 끝없는 힘의 추구가 될지 테카맨 블레이드 처럼 처절한 대가를 치뤄야 하는 비극의 여정이 될지는 두고볼 일이겠지만.

이런 이야기가 흔히 빠지는 맹점중 하나가 중2병환자 같은 주인공과 그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잘만 엮어낸다면 재미있는 성장물이 되겠지만 중요한 시점에서 독자들을 납득시키지 못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나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할 모양인데 과연 그들은 또 언제 어떤 희생양이 될지, 혹은 거꾸로 어떤 식으로 주인공을 괴롭혀 줄지 기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건 야지마. 외모도 성격도 느낌이 팍! 온다.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이면서 라이벌이라는 위치도 그야말로 특A급 자리.

아직은 사건의 범위도 주인공 주변에서 맴도는 정도인데 마키나의 정체와 존재 이유, 팩터와의 관계, JUDA Corporation의 정체 등을 어떻게 풀어가고 어디까지 스케일을 키울지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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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 버스라이트 시공그래픽노블
마크 웨이드 지음 / 시공사(만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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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나 영화 등에서 여러 슈퍼히어로를 봐 왔지만, 언제나 나의 리스트에서 제일 위에 오는 이름은 슈퍼맨이었다. 강하고 정의로운 영웅의 상징.

슈퍼맨은 지구를 위해 일하지만 그 자신은 지구 출신이 아니다. 외계인이다.

아직까지 외계인과 접촉했다는 보고는 없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속에 지구인들은 외계인에 대한 여러 상상들을 그려보곤 한다. 슈퍼맨은 아마도 그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외계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런 완성된 영웅의 모습보다, 지구에 홀로 버려진 한 외계인이 성장하고 방황하고 그리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슈퍼맨이 되기전 클락 켄트의 어린시절에 지면의 상당부분의 할애한다는 점에서는 드라마 <스몰빌>과 통하는 면도 있다.

클락이 남들과, 지구인들과 다르다는 점, 단순히 다른 정도가 아니라 초인적인 힘을 지녔다는 점은 그 자신에게 혼란을 주는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공포와 거부감을 안겨준다. 그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계 출신이면서 지구의 영웅이 된 슈퍼맨의 반대쪽에는 숙적 렉스 루터가 있다.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점점 비뚤어져가는 렉스는 어떤 면에서 또다른 "외계인"일 거다.

<스몰빌>에서 처럼 렉스를 단순한 악당으로만 그리지 않고 클락과의 인연을 부각시켰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외로움과 혼란에 잠식되어 클락이 걸었을지도 모르는 또다른 길, 렉스는 그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준다.

슈퍼맨의 초인적인 능력은 단순히 물리적인 힘에 그치지 않고 정신력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홀로 남겨졌다는 고독과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자라야 했던 혼란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아 찾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지구인들에게 오해 받고 심지어 공격을 당하면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다. 거의 초인적인 정신력이라고 할만하다. 아마 보통의 지구인이었다면 힘에 도취되어 폭주하거나 렉스 처럼 배배꼬인 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용중에 간간이 지구인이 저지르는 차별과 편견을 비꼬는 대사들을 읽을 수 있다. 그것들이 나쁘다는 걸 잘 안면서도 우리의 마음은 쉽게 변질된다. "우리를 충분히 지치게 하면 우린 결국 누군가를 신뢰하는 것보다 냉소적인 편이 더 쉽고 안전하다는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죠."라는 로이스의 대사 처럼 일관된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면 세계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강철같은 근육이 아니라 비틀리고 단절된 세계의 혼돈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는 강한 정신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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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 포 올 시즌 시공그래픽노블
제프 롭.팀 세일.부얀 한센 지음, 최원서 옮김 / 시공사(만화)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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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매니아까지는 아니지만, 이때까지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여러 슈퍼맨을 봐왔다. <슈퍼맨: 포 올 시즌>의 슈퍼맨은 그중에서도 "시골 청년"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법한 인상이다.

이 책은 4계절 - 봄, 여름, 가을, 겨울 - 을 주제로 각각 다른 화자가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순히 제목만 따온 것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농사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림체 또한 상당히 복고적인 느낌을 준다. 10여년 전에 그려졌다고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나온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듯.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슈퍼맨의 모습도 넉넉한 턱선과 풍채가 모두가 우러러 보는 영웅이라기 보다 힘 좋고 인심 좋은 농부같은 느낌이다.

내용 또한 액션 위주의 장면이나 슈퍼맨의 힘자랑은 많지 않다. 그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혹은 환경과 사람의 관계, 그 관계속에서 흘러나오는 감정 변화들에 비중을 두고 있다.

농부이자 아버지인 조나단 켄트. 그 역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씨를 뿌리고 작물을 키우는 농부다. 슈퍼맨이라고 해도 아들을 걱정하는 그의 마음은 다른 아버지와 다르지 않다. 클락의 직장 동료이면서 슈퍼맨을 쫓는 기자인 로이스 레인. 다른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슈퍼맨을 거부하고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렉스 루터. 그리고 클락과 어린 시절 함께 자라며 남다른 깊은 관계를 유지해온 라나 랭까지. 누군가는 친구로, 누군가는 적으로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슈퍼맨과 인연을 맺고 있다.

화끈한 액션을 선호한다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슈퍼맨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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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 레드 선 시공그래픽노블
마크 밀러 외 지음, 최원서 옮김 / 시공사(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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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SF, 판타지 등에서 익숙한 상황이나 서로의 입장을 뒤집어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흥미와 재밋거리를 준다. 나아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을 뒤집어 봄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대상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난 세기 미국식 영웅주의의 상징으로 군림해왔던 슈퍼맨. 그런 슈퍼맨이 (구)소련의 아들로 키워져 소련의 영웅이 되었다면? 이 기발하고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하는 이야기 <슈퍼맨: 레드 선>. 스탈린을 따르는 슈퍼맨, 슈퍼맨이 없는 미국, 과연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소련에서 자랐어도 슈퍼맨은 여전히 슈퍼맨이었다.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날아다니고. 심지어 소련의 적국인 미국의 시민들이 위험에 빠지면 똑같이 도와주었다. 그렇게 선의에서 시작했으나 그 결과는 조금 달라졌다.

슈퍼맨은 정의의 초인이었고 그의 너무 강력한 힘에는 조금의 "만약에..."도 허용되어서는 안 됐다. 그랬다가는 그의 정의의 바벨탑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스티스리그에서 슈퍼맨이 했던 대사처럼 그는 종이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살아왔다. 슈퍼맨이 입김만 불어도 모든 것이 날아간다. 제대로 힘을 쓰기 시작한다면 그의 "정의"에 대들 수 있는 이들은 정신병자나 슈퍼빌런들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만약에..."를 다룬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정복자 슈퍼맨, 지구를 하나의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독재자 슈퍼맨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나..." 였다.

하지만 결말은 확실히 충격이었다. 미국의 상징 슈퍼맨을 스탈린주의자로 만든 것 이상으로 외계인이라고만 생각했던 슈퍼맨의 정체성을 뒤집는 파격적인 설정이었다.

슈퍼맨과 함께 로이스 레인과 렉스 루터 뿐만 아니라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 랜턴 같은 익숙한 캐릭터들이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붉은 슈퍼맨의 우주를 살고 있었다. 단순한 패러디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모두 적절하게 어우러져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슈퍼맨도 여전히 슈퍼맨이다. 하지만, 똑같이 정의와 이상을 외쳐도 조그만 생각의 차이가 어떻게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는 정의의 초인이 어떻게 독재자가 될 수 있는지를.

슈퍼맨을 보며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저런 힘을 갖고도 결코 세상을 구하지는 못 한다고. 위험에 빠진 시민들 몇몇을 구해준다고 당장 전쟁과 기아 같은 지구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사고와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레드 선의 슈퍼맨은 권력자, 독재자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어떤 슈퍼맨을 꿈꾸고 있나. 소위 말하는, "백마탄 초인"이 나타나 이 상황을 모두 정리해주길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는가. 그때 우리는 진정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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