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어드 1 - Call me Transer
김상현 지음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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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국내에도 소개된 미국 만화 벤10. 외계인의 기술로 만들어진 옴니트릭스라는 장치를 이용해 주인공 소년이 여러 외계인으로 변신한다는 설정이다. 언뜻 보면 그냥 변신 히어로 같지만 여기에는 나름의 철학이 담겨 있다. 옴니트릭스의 제작자는 우주의 수많은 종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기를 바라며 그것을 만들었다. 전혀 다른 종을 이해하는 데 자신이 바로 "그"가 되어보는 것만큼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있을까. 벤은 단순히 겉모습만 변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외계인의 생태와 정신세계도 경험한다. 변신할 때마다 성격이 변하기도 하고 심지어 아기까지 낳았을 정도.

<하이어드>에 등장하는 트랜서는 벤처럼 물리적으로 변신을 하지는 않지만 대신 정신 교감을 통해 완전히 다른 종족이 되는 경험을 한다. 만화속 벤은 어느날 갑자기 옴니트릭스를 얻어서 참 쉽게 변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서 그렇지 이후의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열여섯 살 소년 메이런도 자신의 트랜서 능력을 인정하고 깨우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망설인다. 그리고 마침내 트랜스에 성공했을 때 괴생물체로만 보이던 이종족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어떤 종족과도 소통할 수 있다면, 서로 마음을 열고 온전히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차별이나 다툼없이 모든 이들이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새로운 경험이며 또다른 우주일 것이다. 트랜서는 참 재미있는 상상이다.

<벤10>도 <하이어드>도, 외계인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다루고 있지만 크게 보면 어떻게 타인과 소통하고 이해하고 서로 다른 존재가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같은 지구인들 끼리도 외모와 성별부터 시작해서 수없이 많은 이유를 붙여 가며 서로를 차별하고 배척하는 현실의 지구에서 그것은 이미 외계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과 다른 존재와 소통하기 위해 옴니트릭스 같은 기계장치나 트랜서 같은 특수한 능력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걸까. 뒤집어 보면 그만큼 타인의 마음을 진정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하게 한다. 아마도 소통은 그 어려움을 깨닫는 것,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아집과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을 갖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만화속에서 벤은 외계인으로 변신하면서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개의 경우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적응한다. 그에 비해 이 책의 분위기로 볼 때 앞으로 메이런은 다른 종류의 외계인과 트랜스할 때마다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듯 보인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그가 계속 트랜서의 능력을 사용할 것인지, 사용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창조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옴니트릭스가 우주 최강의 "무기"로 취급되는 것처럼 트랜서에게도 소통과 공존은 이상일 뿐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이제 트랜서로서 눈을 뜨기 시작한 메이런은, 그리고 다른 트랜서들은 과연 어떤 미래를 선택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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