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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톨레마이오스의 문 ㅣ 바티미어스 3
조나단 스트라우드 지음, 남문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전편에서 뿌려놓은 온갖 재료들이 마침내 세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 <프톨레마이오스의 문>에서 하나의 레시피로 완성된다. 인간과 인간의 갈등, 인간과 요괴의 갈등, 그리고 요괴와 요괴의 갈등도 각자의 결말을 요구한다. 그것을 반역이라 부르건, 혁명이라 부르건, 희망이라 부르건.
일방적으로 학대받고 이용만 당하는 요괴들의 처지를 보고 있자면, 이젠 눈물이 날 것 같다. 이미 그들은 이계에서 날아온 괴물이 아니라 친구이자 이웃처럼 느껴진다.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한바탕 거창하게 일을 벌여주신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마법사와 노예의 관계가 뒤집힌 것이다. 이미 바티미어스의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게 된 입장에서는 이제 요괴들을 응원하고 싶어질 정도.
주인공들의 화려한 전적에 비해 결말을 향한 전개는 거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좀 진부하기까지 했다. 범인이 누군지 책장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다 보일 정도. 그래도 바티미어스의 입담과 긴장을 늦추지 않는 구성으로 제법 재미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단지, 꼬꼬마 초딩 시절부터 가능성이 보이며 기대에 부풀게 했던 나타니엘의 행보는 좀 실망. 외계 침략자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렉스 루터나, 자신의 확고한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파멸을 향해 내달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야가미 라이토 군에 맞먹는 거물로 성장해 주길 기대했건만, 그의 선택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이래서야, 착한 척 하기 바쁜 여느 주인공들과 다를 게 뭐냐고.
최강의 파워와 최고의 무기를 얻은 주인공이 최종 보스를 물리친다. 뭐, 그런 스토리. 그렇게 해서, 이번에도 사랑과 우정의 힘으로 세상을 구했다. 마법사와 평민으로 갈라졌던 두 계층, 인간과 요괴로 대립하던 두 종족이 조금씩 동화되어 가며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는 설정도 나름 감동적이었고. 중간중간에 던져놓는 인간과 역사, 자유 등등에 대한 화두도 흥미로웠다.
마무리가 조금 허무하기도 했지만, 잘 짜여진 세계관안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특히 합체변신쇼가 압권)과 마법, 다채롭고 개성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무엇보다 바티미어스의 풍부한 식견과 감각 덕분에 제법 즐거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