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르칸트의 마법 목걸이 바티미어스 1
조나단 스트라우드 지음, 최인자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마법이 나오는 판타지에서 종종 마법사들이 이종족 - 정령, 요괴, 악마 등등 - 을 소환해 부리곤 한다. 많은 경우 그들은 단순한 도구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어떤 이야기에서는 꽤 비중있는 캐릭터로 활용된다. 바티미어스 3부작의 요괴 바티미어스가 그런 경우. 마법사들에게 노예나 도구로 이용되지만 엄연히 개성과 인격을 지닌 지적 생명체인 요괴. 그들의 눈에 비친 인간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이렇듯 이종족, 요괴의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입장 바꿔 보기"라는 점에서 장르는 좀 다르지만 <디스트릭트9>이나 <아바타>가 떠오르기도 한다. 마법사들에 의해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노농력을 착취 당하고 심지어 고문까지 당해온 요괴들. 그들은 대게 지극히 위험하고 사악한 괴물로 인식되고 있는데, 수 천 년 동안 그런 취급을 받아왔다면 성인군자라해도 성격파탄자가 될 수밖에 없으리라.

이쯤 되면 인간 마법사들은 그저 이종족을 이용하고 학대하는 잔인한 족속들로 보인다. 요괴를 대하는 방식, 그들을 향한 편견부터가 이미 인간의 편협함과 어리석음의 표상이다. 드래곤 길들이기의 드래곤사전 처럼, 요괴를 착취하고 괴롭히는 것 말고 그들은 대체 이 신비한 이종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게 없다.

비록 마법이니 요괴니하는 것들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 책에 그려진 인간세계는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보인다. 출세를 위해 눈치를 보고 주변의 경쟁자들을 가차없이 잘라내는 정치가들이나 타인을 멸시하며 힘을 과시하는 권력자들, 자존심만 키워 자기 잘난 맛에 설치는 초딩까지. 마법사랍시고 떠들지만 결국 이종족인 요괴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아무것도 못 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허세조차도.

꼬꼬마 초딩의 유치한 발상과 찌찔할 복수에서 시작된 사건이 국가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엄청난 상황으로 발전되어 가는 과정은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뒤통수가 조금 쑤신다.

3부작중 이제 첫번째 이야기가 끝났을 뿐이다. 아직은 어린 아이의 미숙함에 머물고 있지만 넘치는 재능과 야망을 주체 못 하는 나타니엘,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암투가 끊이지 않는 복잡한 권력구조, 나아가 마법사와 평민들 사이의 계층간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를 갖게 한다.

그속에서 인간들이 발악하는 모습을 바티미어스와 함께 지켜보고 싶어진다. 류크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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