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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의 눈 ㅣ 바티미어스 2
조나단 스트라우드 지음, 남문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바티미어스 3부작의 두번째 이야기 골렘의 눈. 이미 전편에서 예고한 대로 레지스탕스가 전면에 드러나며 나타니엘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이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양파껍질 처럼 이어지는 사건 뒤의 사건, 음모 뒤의 음모. 권력자부터 레지스탕스까지 복마전처럼 얽혀서 시기와 탐욕과 위선에 찌든 인간들의 모습은 사신에게 강추하고 싶을 정도.
계속되는 사건과 여전히 화려한 요괴들의 변신쇼도 재미있지만, 인물들간의 갈등, 나아가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뉜 계층간 갈등을 지켜보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이 세계에서 마법사는 모든 권력의 정점에 있다. 그들은 요괴들을 소환해 노예로 부릴 뿐만 아니라 같은 인간이면서 마법 능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평민들을 천대하고 억압한다. 피지배계급에 있는 인간들은 대부분 마법사들의 힘을 두려워하며 지배를 받아들이고 순응한다. 그 와중에 레지스탕스처럼 권력에 저항하는 자들도 나타난다.
또다른 피지배계급이 있다. 바로 소환당한 요괴들. 이들은 계약의 굴레에 묶여 더 처량한 신세다. 소환의 속박 때문에, 혹은 고문이 두려워 마법사의 명령에 복종한다. 그런데 이들 중에도 순순히 주인을 받드는 요괴가 있는가 하면, 마지 못 해 명령을 따르지만 호시탐탐 저항의 기회를 노리는 바티미어스 같은 자들도 있다.
당연히 누려야할 자유와 권리를 빼앗겼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 노예처럼 굽신거리며 주인을 섬기고 고분고분 따르는 시민과 요괴들. 굳이 차원이동까지 해서 멀리 가지 않아도 "높은 분들이 우리에게 해로운 일을 할리 없다", "위에서 시키면 그냥 따라야 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은 현실에도 존재한다. 이미 현실이 판타지인가.
도시를 떠다니며 시민들을 감시하는 수색공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런던이 세계에서 가장 감시카메라가 많은 도시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전에 영국은 빅브라더의 나라였지.
지배를 당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평민과 소환된 요괴들은 통하는 면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바티미어스와 키티의 대화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저 바티미어스를 소환해 노예처럼 부리기 바쁜 나타니엘에 비해 키티쪽이 좀더 가능성이 보인달까.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요괴편에서 인간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바티미어스의 신랄한 대사에 고개를 끄덕이는가 하면 요괴들의 처지에 연민을 느끼곤 한다. 묘지기 호노리우스를 보면서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앞설 정도. 그가 묘지기가 된 뒤 처음으로 무덤밖에 나와 밤하늘 별을 찾는 장면은 아름다우면서 서글펐다.
단순히 마법사와 요괴들이 날아다니는 판타지속에서 소년소녀들의 모험을 그린 이야기로 볼 수도 있으나, 이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책이다. 약탈 문화재로 채워진 대영박물관을 대놓고 까는 것부터 시작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