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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세계로의 여행 ㅣ 千년의 우리소설 2
박희병.정길수 편역 / 돌베개 / 2007년 9월
평점 :
천년의 우리소설 시리즈 두번째, 〈낯선 세계로의 여행〉. 제목 그대로 현실과 이계, 역사와 상상이 교차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앞서 본 〈사랑의 죽음〉에 비해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최고운전의 최치원처럼 역사상 실존인물을 다루기도 하지만 여기에 요괴나 신선 등을 등장시키고 신비한 사건들을 가미해 사실상 판타지 소설에 가깝다고 하겠다. 하지만 단순히 허황된 이야기라기 보다 현실 비판이나 정치적인 의도도 엿보인다. 최고운전에서는 중화사상을 비판하기도 하고, 왕건의 아버지라는 왕수재의 이야기에서는 왕건의 탄생을 미화해 권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요즘 나오는 판타지 소설들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너무 주인공 띄워주기에 몰두하다 보니 주변 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건의 흐름이 좀 억지스러운 감도 있었다.
전우치전은 요즘 식으로 말하면 이능력 배틀물. 전우치가 초인적인 능력을 갖게 되고 이것을 다른 사람들과 겨루는 이야기다. 전우치전도 여러가지 버전이 있는 모양인데, 여기에 실린 이야기에서 전우치는 욕심 많고 오만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었다. 뭐랄까, 찌질 주인공이 등장하는 라이트노벨을 읽는 기분이랄지.
전우치전도 그렇지만, 거의 모든 이야기에 도교와 불교 사상이 깔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라고 하면 유교부터 떠오르는데,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도교와 불교가 많은 영향을 끼쳤던 모양이다.
신선과 초인적인 능력의 주인공, 용, 이무기, 구미호 등의 이종족, 무릉도원과 선계 등 옛사람들이 좋아했던 판타지 세계가 이런 것인가 싶다. 그들이 꿈꿨던 현실과 맞닿은 이상 세계는 대개 자연속에 있었다. 기계문명의 홍수속에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도시를 떠나 신선의 세계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은 여전히 동경의 대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