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인공존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표제작인 〈안녕, 인공존재!〉는 저자에게 2010 젊은작가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작가 배명훈은 그전에 과학기술창작문예에 당선된 경력이 있고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이미 SF독자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져 있다. 그런 와중에 젊은작가상 수상은 그가 장르와 문단을 뛰어 넘어 폭넓게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성 문단에서 SF에 상을 주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SF단편 〈종이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조현)이 언론사 신춘문예에 당선되기도 했다.

기성 문단이 다른 장르소설에 비해 SF에 비교적 관심을 많이 갖는 듯 보이지만, 그 뒤를 살펴면, "대중성이 별로 없는 장르" (창작과 비평, 2008 여름호)라거나 관련 분야의 지식과 교양을 갖춘 몇몇 사람들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소설 쯤으로 아는 경향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런 인식이 안 그래도 어려운 책, 기피 장르로 취급받는 국내 SF에 또다른 편견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조금이라도 관심을 받으면 좋은 거겠지.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서, 과학소설이라고 해도 배명훈의 작품들은 과학지식보다는 철학적 지식과 사고를 요하는 듯 보인다. 등장하는 과학기술이라고 해봤자 휴대폰 매뉴얼 처럼 현대인이라면 (산간 오지에서 은둔생활이라도 하지 않는 다음에는) 대부분 익숙할 법한 소재들이다. 그에 비해 작품의 주제는 〈안녕, 인공존재!〉의 존재에 대한 화두처럼 다분히 철학적이다. 그렇다고 필요 이상으로 무겁거나 난해한 것도 아니다. 〈변신합체 리바이어던〉처럼 아예 제목에서부터 만화나 특촬물을 연상시키는 발랄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크레인 크레인〉의 황당한 전개에서는 계속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이없다 싶으면서도 은근히 공감이 간다는 게 더 재미있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종종 과학이 종교인 사람들을 보곤 한다. 그들은 신을 부정하고 현대문명과 과학기술을 찬양한다. 유일신을 부정할 뿐이지 과학기술에 대한 그들의 신봉은 종교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루종일 휴대폰액정만 들여다보고, 인터넷에 들어가서 클릭 몇번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듯이 모니터 앞에 앉는 사람들과 기중신이 자기 기도를 들어주리라 믿는 사람들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보였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중 상당수는 이미 다른 책에 실렸던 작품이다. 배명훈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접해온 독자라면 그점에서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기성 문단이 주목하는 이 별난(?) 작가를 새롭게 알고 싶은 독자라면 충분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추가 정보를 알고 싶다면 검색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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