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수첩 김승옥 소설전집 2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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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을 읽은 지 오래되었다.

그때도 김승옥이란 작가에게 감탄했다.

보통 작가에게 감탄하는 경우는, 이런 거다.

내가 뭘 느끼며 사는지, 내가 뭘 생각하며 사는지 알지 못했다가

작가의 몇 문장으로 명료하게 깨달을 때다.

혹은 그걸 뭐라고 표현하지, 하고 답답해하다가

정확히 짚어낸 문장으로 속이 시원할 때다.

사실 작가란 그런 게 아닐까.

세상에 전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널렸으나 버려졌고 먼지에 덮인 것을 찾아내어

눈에 보이도록 전시해주는 것.

 

그래서 이 작가의 소설들을 읽을 때는 고마움까지 느끼게 된다.

친구를 미워하면서도 어울려 다닐 수밖에 없고,

사랑을 거부하면서도 사랑하지 못하는 걸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절대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나'를 하나하나 목격하고 끌어안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후대의 작가들에게는 명백히 넘어서기 힘든 산이었을 것 같다.

표지 뒷면에는 소설가 이응준의 짧은 글이 들어 있었다.

"김승옥이란 소설가는 내게 있어 빛과 그림자였다.

빠져들어 닮고 싶어했을 때는 찬란한 빛이었으되,

빠져나와 다른 것을 쓰려고 했을 때는 잔혹한 어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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