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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평점 :
순례자가 되길 소망하는 무주택자
- 유은실, <순례 주택>을 읽고
나는 아직 무주택자다. 돌이 갓 지난 아이와 결혼한 지 2년 된 신혼인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집은 내 집이 아니다. 나라에서 제공한 군인 관사다. 집은 없지만, 미래에 대한 포부가 있다. 바로 <순례 주택>에 나오는 순례 씨의 주택이 내가 바라던 이상이자 미래에 대한 포부다.
<순례 주택>의 주인공, “수림”은 순례 주택의 건물주, 순례씨의 최측근이다. 순례씨는 수림의 할아버지와 20여 년을 연애했다. 할아버지의 재산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딸의 반대로 재혼은 하지 않았다. 수림을 낳고 몸이 아팠던 엄마는 그런 순례씨와 할아버지에게 수림을 맡긴다.
할아버지와 순례씨 손에 큰 수림은 순례씨의 최측근이 되었다. 그러던 와중,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었고, 할아버지 명의의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부모님은 빚더미에 앉게 되어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그걸 구제해 준 것도 다름 아닌 순례씨다.
순례 주택에 입주시킴으로써 수림의 가족은 순례 주택에서 살게 된다. 수림은 철부지 같은 부모님과 언니가 순례 주택에 잘 융화될 수 있게 하는 막대한 임무를 부여 받았다.
순례씨는 입주자들의 임대료를 각 가계 사정에 맞춰서 봐주기도 하고 보증금 또한 받지 않았다. 입주자는 와이파이, 옥탑방과 옥상 정원을 공유할 수 있으며, 옥탑방엔 항상 먹을 게 넘쳐난다. 라면 등을 채워 넣는 건물주, 그리고 작게나마 갖고 있는 음식을 내놓는 입주민들로 유지되는 시스템. 한마디로 순례 주택은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마을 공동체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과 활동을 공유하고, 공통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역‘을 뜻한다.
평생교육학을 전공하여 수업 중 마을 공동체를 탐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방문한 곳은 서울에 위치한, ‘성미산 마을‘이었다. 마을을 돌아보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부러움‘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서로의 짐을 나눠서 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사람은 홀로 살 수는 없으며 관계를 맺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들이 살아가는 공동체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며 하나, 하나가 만나서 둘이 되는 것 이상의 시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마을 공동체인 순례 주택 각 호실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살아가고, 자발적인 계단 청소 등과 음식을 나누며 필요한 일과 활동을 공유한다. 순례 주택 주민이 운영하는 분식집에서 새벽에 김밥을 말아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건물주인 순례씨도 양팔 걷고 김밥 싸는 것을 돕는다.
순례 주택은 정이 남아 있다. 각박해진 이 시대에선 이상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곳이다. 아파트들에는 장기임대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가득하고, 지역마다 어느 동네 출신인지 따지는 걸 좋아한다.
군 관사에 살 때 느낀 경험이 하나 있다. 이름있는 시공사가 관사와 민간 아파트를 함께 세워 두 아파트는 단지가 붙어 있었다. 어느 날, 단지를 나누는 철책이 세워졌다. 관사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아파트 놀이터에 들어와 노는 것을 방지하고자 철책이 세워졌다. 아이들은 더 이상 옆 아파트 놀이터를 왕래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은 엄연히 아니니 막아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있음을 확실히 느꼈다.
훗날 내가 만약 건물주가 되어 세입자들을 받게 된다면 차별 없이, 정을 나누며 서로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순례 주택과 같은 마을 공동체가 주변에 선한 영향을 끼친다면 분명 언젠가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각박한 사회를 변화시킬 날이 도래하게 되리라.
<순례 주택>을 읽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 한줄기 위로를 받았다. ‘순례‘라는 단어에서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 사회에도 감사하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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