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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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속에서 피어난 씨앗,
- <나의 작은 무법자>를 읽고

‘이번 생은 글렀다‘라고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비극적인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주인공, ‘더치스‘의 삶을 엿보면. 어머니는 괴한에게 습격을 받고 죽었다. 어린 동생 ‘로빈‘을 보살피려면 슬픔에서 헤어 나오고 강인해져야 했다. 소녀는 동생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무법자가 됐다.

인생을 새로고침을 하고 싶을 때 누르는 버튼이 있다면 과연 누를 수 있을까. 아마도 이보다 더 멋진 인생을 살 수도 있을지는 몰라도, 가족을 생각하니 누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른 인생엔 우리 가족을 만날 수 없을 테니까. 나를 쏙 빼닮은 사랑스러운 딸아이가 태어나선 더더욱 지금 인생이 소중해졌다.

아마 이 책의 주인공 ‘더치스‘도 불운한 생을 보냈지만, 거친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동생 ‘로빈‘을 생각하면 쉽사리 새로고침 버튼을 누를 수 없을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금, 동생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희망은 자신이었다. 자신을 잃어버려도 동생을 잃지는 않고 싶은 누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에게도 누나가 있다. 초중고등학교를 누나와 함께 다녔다. 누나는 무법자는 아니었지만, 기가 쌔서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형들이 나를 툭툭 건드리려고 하면 누나가 막았던 적도 많다. 기숙사 학교엔 간혹 폭력도 일어났는데, 누나 덕택에 모면했던 경험도 있다. 누나는 기숙사 학교에서 엄마 역할을 대신해주었다. 누나가 있어 참 든든했는데, 로빈도 엄마의 부재 이후 더치스를 엄마처럼 따르지 않았을까.

˝내가 널 지켜줄게. 그게 엄마들이 하는 거니까.˝

엄마가 살해되고 나서 세상엔 둘만 놓였다. 여섯 살 소년과 열네 살 소녀.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쉽게 마음을 열지를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는 밝혀지지 않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를 당했기에 누구도 믿을 수 없었으리라.

계속해서 닫힌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핼‘을 비롯한 상냥한 사람들 덕택에 점점 문이 열렸다. 학교도 다니며 ‘토머스 노블‘을 만나 좋아하는 감정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불운은 계속해서 남매를 떠나지 않았다. 극진히 보살펴주던 핼 또한 살해를 당하고, 위탁 가정에 맡겨진다. 희망이 떠오르는 순간, 다시 절망이 희망을 가려버렸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강인했던 더치스지만 고작 열네 살이 감당할 시련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불행이 나를 엄습해 온다면, 도저히 다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옆에서 계속해서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응원에 힘입어 다시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내디딜 수 있다.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어느새 다시 걷기 시작하고 뛸 수 있다. 늪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선 주위 사람의 도움이 절실하다. 손을 내밀거나 줄을 내어준다면, 늪에서 손쉽게 나올 수 있다.

더치스 주위에도 진정으로 남매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내민 따스한 손에 더치스는 알게 모르게 굳게 닫힌 마음의 문에 빈틈을 허락했다. ‘피터‘라는 좋은 의사 집에 입양되기까지 바로 코앞이었으나, 불행이 또다시 엄습해왔다.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를 혼쭐 내주었다가 입양이 무산되고 만다. 로빈의 미래를 자신이 무너뜨린 죄책감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못 찾고 있다가 결국 로빈을 남겨 두고 직접 어머니를 살해한 용의자를 처단하기 위해 고향 땅으로 향한다.

˝그 애는 나아지지 않을 거야.˝
˝그건 단정할 수 없지. 가망은 있소. 시간이 지나면. 기적은 날마다 일어나니까.˝

고향 땅에서 진실을 마주한 더치스는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자신과 동생이 어머니에게뿐 아니라 아버지에게도 충분한 사랑을 받았음을 깨닫게 된다. 더 이상 불행 속에 지내지 않으려 무법자의 가면을 벗어던진다. 시간이 지나며 기적이 고개를 들었다. 불행 속에서도 씨앗이 피어나 싹을 틔웠다.

더치스의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보았다.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이번 생은 포기한다는 말을 결코 쉽게 할 수 없게 됐다. 소설이지만, 소설 인물들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내가 누리는 삶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동생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법자가 된 열네 살 소녀의 이야기, <나의 작은 무법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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