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래를 위해 아이가 누릴 오늘의 행복을 유보하지 말지어다. 그날 이후 내가 얻은 하나의 원칙이다. - P5
"앞으로 두 분이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가는 동안, 부부간의 끈끈한 애정이 가정을 지탱하는 중심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자녀들을 다소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두 사람의 애정을 지키는 데 항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사실 명심하셔야 합니다." "자녀들을 희생시키더라도?" 이 나라에 오자마자 내 눈에 들어오던 놀라운 사실 중 하나가 이 나라 젊은 (혹은 나이 든) 부부들이 가정생활의 중심을 자녀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애틋한 부부애를 유지해나가는 데 둔다는 점이었다. - P16
부모는 날 위해 살았고, 나는 내 자식을 위해 살면, 그럼 내 인생은 대체 누가 살아주는 건가? 내 인생을 완성시키는 대신, 널 위해 나를 다 바쳤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회피일 수도 있다는생각이 든다. 각자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내는 것이 각개인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일 터인데, 왜 우린 쉽게 너를 위해내 인생을 바쳤다고 말하며 뿌듯해하는가? - P17
내가 선택한 내 인생의 파트너와의 사랑의 결실이 아이이고, 아이의 행복 또한 두 사람의 굳건한 사랑을 바탕으로 보장되는 것이니 결실을 맺게 한 그 본질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 P17
아이의 울음에 나의 몸이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활 리듬에 아이가 자신의 울음과 욕망을 절제하도록 훈련시킨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내 삶의 중심은 "바로 나야" 라는 확고한 중심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 P17
엄마 아빠가 있은 후에 네가 생겨났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확인시켜주는 것은 아이에게 서운함이아니라 오히려 든든함이 된다. 부모는 자신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 P20
육아를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어주는 첫 번째 조건이 바로 양육자의 자기중심적 마음가짐이라면, 두 번째는 육아를 철저히 공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이 나라의 시스템이다. - P20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기 전, 신생아 훈련소에 입소하여 철저히 교육이라도 받고 나온 듯, 나는 알지 못하는 신생아로서의 행동 수칙을 이미 척척 알고 행동했다. 유전자라는 지도가 우리 몸에 새겨져 있어서겠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 매 순간 나를 훌쩍뛰어넘는 이 생명체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였던 것같다. 나보다 아이가 더 잘 알고 있다는 그 직관적 믿음에 이끌렸던 것은. - P23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랑스의 출산율 증가는 ‘출산율 증가‘라는 목표를 향한 국가적인 노력으로 얻어낸 성과가 아니다. 출산의 주체인 여성이 기꺼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방향으로 사회가 진화해온 결과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기록적인 저출산국가의 반열에 오른 것은 사회적 모순들이 해결되지 않고 계속축적되어 더 이상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지 않은 사회가 되어버린 탓이다. 자국민이 기꺼이 ‘헬(지옥)‘이라 부르는 사회에 생명이 번성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 P35
이토록 다양한 형태의 커플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면서 정상성의 범위가 무한대로 확대되고, 더불어 안정성의 개념 또한 확장된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데로 초점을맞추어 커플의 형식을 취하고 그 선택에 만족하는 한, 아이들은함께 자신의 행복을 충분히 조율해나간다. 완고한 둑과 같던 가족의 형태가 무너지자 사람들은 형태를 넘어선 삶의 질에 집중했고, 그 결과 훨씬 쉽게 행복에 이르기 시작했다. - P38
프랑스의 복지제도는 모든 사람을 포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케이스에서 벗어나는 사람들도 제도가 따라가며 각별히 돌본다. 정상성의 범위를 그어놓고 거기서 벗어나는사람들은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하는 잔인한 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식이다. 내가 오늘 프랑스에 도착한, 세금 한번 낸 적이 없는 외국인일지라도 이 원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1982년부터 전체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연 5주의 유급휴가, 2000년에 시작되어 2002년부터는 모든 기업에 적용된 주 35 시간(과거 39 시간)의 노동 역시 삶의 여건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 P40
탄탄한 의료보험 제도와 무상에 가까운 교육 제도, 자유로운 형태의 결합을 허락하는 사회적 분위기, 거기에 더욱 넉넉해진 자유 시간 이 세가지 요소가 충족되자 프랑스 여자들이 평균 두 명 정도의 아이를낳는 시절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 P41
등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곳에 아이를 찾으러 오는 엄마 혹은아빠 또는 나 같은 베이비시터들과 탁아소 보모들 사이에 평등과신뢰와 기쁨이 공존했다. 함께 아이를 키워나가는 그 모든 파트너들 속에 속하여 은은한 연대의 감정을 느끼던 그 시절, 온전히행복했다. - P45
다. 부모의 경제 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든 대학교육까지 받을 수있는 보편적 복지가 제공되는 것은 이 사회가 여전히 자유 평등박애‘라는 혁명의 구호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환기시킨다. 또한이는 각자의 학력과 경제 수준에 상관없이 일정한 존엄을 지키고프랑스의 가장 소중한 특징인 ‘지적 호기심 충만한 사회를 유지하는 바탕이 된다. - P48
프랑스인들은 어지간해선 특정인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 규칙을 준수한다. 육아가 공포스러운 일이 되지 않도록 프랑스 사회가 찾아낸 지혜였다. 일방적희생은 금지되며, 독박육아는 금물이다. - P51
내 기억에 희완 칼리 아빠)은한 번도 칼리를 아기 취급하지 않았다. 작은 몸을 가진 성숙한 인간으로 대했다. 매사 아이의 의견을 묻고 이유를 설명하고 아이의의사를 파악하려고 했다. 그 점에선 나도 비슷했다. 아이를 성숙한인격체로 대하겠다는 다짐을 해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우리만큼 세상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P57
프랑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자립을 훈련받는다. 마치 아이를 자립시키기 위해 낳은 것처럼 프랑스 엄마 아빠들은 이 미션을 필사적으로 (보일 만큼) 철저하게 수행한다. 삶의 중심은 아이의 부모인 부부 중심으로 흘러가고 그래야만 한다고 믿는다. - P58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자신의 삶을 이끌어갈 지축을 잘 설정해놓지 않으면 아이라는 거대한 회오리가 어른의 삶을 온통 지배할 수 있다. 그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중심을 잘 지키고 서있지 못한 어른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 P59
닥터 샴페인은 3~4일 동안 15~20분 정도 우는 아이를 내버려두면 자기가 아무리 울어도 부모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되며, 그리하여 더 이상 아이 울음으로 저녁 시간을 위협받지 않고 평화를 보장받는 프랑스 커플들의 오랜 비법을 전했다. - P60
닥터 샴페인은 3~4일 동안 15~20분 정도 우는 아이를 내버려두면 자기가 아무리 울어도 부모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되며, 그리하여 더 이상 아이 울음으로 저녁 시간을 위협받지 않고 평화를 보장받는 프랑스 커플들의 오랜 비법을 전했다. 때로우는 아이를 그대로 두는 훈련을 일주일까지 연장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부분의 프랑스 부모들은 이런 식으로 아이의 규칙적 생활‘과 자신들의 ‘자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장받아, 일찌감치 아이를 재우고 차분하게 저녁 식사를 즐긴다. 생후 3년 이하의 아이들은 7시 반, 초등학생은 9시, 중학생은 10시까지는 자도록 한다. 그리하여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가족의 삶은 철저하게 부부 위주로 흘러갈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P60
프랑수아즈 돌토
첫 번째, 아이는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다. 앞으로 어른이 될 존재로서 미래에 지닐 가치로 존중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완전한 인격체를 지니고 있다.
두 번째,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은 자기 삶의주인이다. 당시 (1930년대)로서는 혁명적인 내용이었고 우리는 여전히 이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라. 아이들은 언제나 자기 삶에 대한 직관을 가지고 있다. 진실이 올바로 전해지면 아이는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을 성장시킨다. 그러니 아이에게 왜곡된 진실을 전달하지 말라.
넷째, 모든 것은 언어다. 말뿐 아니라 시선, 손짓, 표정, 태도, 걸음걸이 등 이 모든 것이 언어다. 신생아들도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소통하려 한다. 그러니 주저 말고, 최초의 순간부터 아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라. - P67
최근 프랑스 유아교육계에서 주목받는 저서 《행복한 어린 시절(Rour time enfance heureuse)》(2014년)의 저자 카트린 귀겐(Catherine Gueguen) 박사는 돌토 여사의 유아교육 이론을 이어가면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귀겐 박사에 따르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즉 태어날 때부터 애정에 대한 공감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타인의 애정 어린 태도를 인식하고 여기 반응하는 것이다.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자신에게 호의적이고 따뜻한 사람에게 끌리는 한편, 악의적인 사람을피한다. 한 살이 되면 타인에 다한 사랑을 표현하게 되고, 14개월에 이르면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할 줄도 알게 된다. 자아를자각하는 생후 15개월에서 두 살 사이의 시기에 아이들은 당황, 질투, 공감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자신을 타인의 위치에 놓을 줄 알아야 드러난다. 만 세 살이 되면 아이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규칙을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은 이때부터 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죄책감, 부끄러움, 자랑스러움, 자만심 등 새로운 종류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호의를 가진 어른이 차근차근 하나씩 짚어가며, "너 지금화났어? 실망했어? 무서운 거야? 슬픈 거니?" 라고 물어보고 아이와 소통하면 아이는 점점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된다. 감정에 대해 소통하면서 점점 더 명확하게 자신의 상태가어떤지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 P68
아이가 고집을 부리면 프랑스 부모들은 설명하고 설득한다. 그리고 선택의 범위를 제시한다. 아이가 알아듣든, 못 알아듣는어른의 언어로 계속해서 설명한다. 프랑스에는 유아에게만 쓰는특유의 단어가 없다. 아이도 처음 말을 배울 때부터 어른들의 말을 따라 한다. 아이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기 위해 어른들 세계에는 없는 배꼽인사 같은 것은 시키지 않는다. - P77
나는 뻣뻣한 프랑스 상인들이 단박에 맘에 들었다. 진상 손님이 되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고, 고통스런 감정노동자들의수고를 보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수평한 땅에 함께 서 있다는그 느낌이 좋았다. 내가 무얼 살지도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 내 앞에서 굽신거리는 것도, 안 살 것 같으니까 업신여기는 것도 못 견딜 노릇 아니던가. - P79
그것은 만인을 향한 존중의 언어인 동시에 그들과의 적정한거리를 유지하여 나를 지키는 언어였다. ‘메르시‘를 넉넉하게 말하는 사람은 우아함을 획득하며, ‘봉주르‘를 자주 건네는 사람은너그러워진다. 실트플레‘ (경어로는 ‘실부플레 S‘il vous plait)를 잊지 않는 사람은 품위를 얻게 된다. - P82
내가 받고 싶은 대접을남에게 더도 덜도 말고 똑같이 해주는 것. 아이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이니 내 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논리적으로설명하고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면서 인내심을 갖게 하는 것. 그러한 인본주의적 태도가 이 나라 유아교육의 바탕이기도 했다. - P84
이 나라는 수영이든, 외국어든, 악기든, 뭘 배워도 일주일에 한번씩이다. 이런 속도로 어느 세월에 기능을 습득할까 싶지만 물에 발부터 담그고 조금씩 온몸을 젖어들게 하면 어느 순간 아이들은 스스로 온몸을 움직여 수영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이 동네 예술교육이 갖는 믿음이다. 맛을 보고 감각을 익히게 한 다음에 저스스로의 동력으로 자신의 길을 찾게 하기 위함이다. 중요한 것은 ‘즐거움‘과 ‘재미‘를 놓치지 않게 하는 것, 아리스토텔레스가말했듯, "자신의 재능을 자유롭게 실험하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며, 재미가 의무로 둔갑하는 순간, 모든 배움의 동력을 잃게 된다고 이들은 믿는다. - P91
것이다. 이 시절의 교육은 앞으로 배우게 될 세상의 여러 과목들에 대한 맛보기, 감각 익히기, 그리고 언어와 예술 활동, 신체 활동으로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점점 더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이 주된목표다. - P96
에베이(Eveil)‘는 유치원 또래가 받게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수업에 붙는 단어다. ‘눈뜨기‘ 혹은 ‘감각일깨우기‘ 정도의 의미다. 혹은 ‘몸을 물에 적신다‘라는 표현을쓰기도 한다. 음악이든, 무용이든, 미술이든, 유치원 시절에는 맛보기 정도로만 가볍게 배우면서 감각만 일깨우는 교육이 이뤄진다. - P92
어떤경우에도 돈 자랑이라고 느껴지는 일은 보지 못했다. 정성과 사랑이 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을 돈에 맡겨버리지 않는 습관이 이들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주 35시간 노동이 기본이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생일 카드를슈퍼에서 사면 단돈 1만 원도 안 들지만 자신의 아이만을 위한독특한 생일 카드는 그들의 손끝에서만 나오기 때문이었다. - P107
인간이 가진 권리에 대한 무지와 망각이 전체 사회의 불행과소수 권력자들의 부패를 야기한 원인이라 여기고, 인권선언을 통해 인간에게 양도 불가한 천부의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천명한혁명 세력의 후예들이라 저런 대화를 나누는 것일까? 아이들 입에 집요하게 붙어 있는 저 ‘권리(droit)‘라는 단어. 자신들이 가진권리를 확인하려는 본능이 용솟음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아이들의 권리 찾기 본능, 어디서 왔을까?‘ 어디서 왔겠는가. 당연히 어른들에게서 왔다. 군주제의 폐지와 공화정의 탄생은 권력의 주체가 왕에서 시민들로 바뀐 급격한 변화를 의미한다. 공화정의 성공은 자신에게주어진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하는 깨어 있는 시민 양성에 달려있었다. 자신의 권리를 깨닫고 요구하며 행사할 줄 아는 시민을지속적으로 양성하지 못한다면 공화정은 상상 속의 유토피아일뿐. 바로 이 공화정 유지라는 절대적 필요에 의해 깨어 있는 시민양성의 사명을 가진 근대 학교가 출발했다. - P108
초등학교 저학년 시민윤리 시간에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 중하나가 ‘인간의 존엄‘이다. 모든 인간에게 날 때부터 가진 천부의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존엄이며, 나 자신의존엄을 먼저 알고 존중할 것, 똑같은 방식으로 타인들을 존중해야 함을 가르친다. 스스로에 대한 존중의 첫 출발점을 제 몸을 소중히 돌보는 것을 꼽고 있다.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충분히 잠을자고, 내 몸을 강제하는 타인의 어떤 강압적 요구도 받아들이지말 것을 가르친다. - P110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비판하는 만평을 그린 샤를리 에브도의 만화가들이 테러로 희생되었을 때, 사람들은 공화국 광장으로 달려나와 광장을 가득 메웠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표현의자유가 위협당했음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위협한 자들을 향해 증오를 표출하지 않는다. 광장에서 사람들이외친 것은 오로지 ‘더 많은 자유‘, ‘더 확고한 평등‘, ‘더 넓은 인류애였다. - P110
아이를 몸 안에서 키워내 출산을 할 뿐 아니라 젖을 먹이고, 몸이 주는 지혜를 풀어내 어린 생명체를 길러내는 여성의 능력을갖지 못한 남성들은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했다. 예를 들면 사냥 같은 것. 과거엔 들짐승을 사냥했다면 지금은 고객을, 기업을, 돈을 사냥하고, 여성들과 비교해 그 분야에서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전 세계 노동인구의 3분의 2는 여자지만, 전 세계 부의 100분의 1만이 여성의 소유라는 유엔의 여성 지위에 대한 보고서는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얼마나 뛰어난 사냥 실력을 가졌는지를 입증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들은 자신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그 분야에서 실력을 입증하는 것만이 유용한 존재의 의미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인 것처럼 패러다임을 몰고 가버린 데서 비극은 발생한다. - P119
여성의 관계 중심적인 생활 방식, 생명을 살리는 데서 장점이발휘되는 능력은 수 세기에 걸친 집요한 파괴공작으로 인해 잘해봤자 사회적 능력으로는 간주될 수 없는, 아니, 능력의 카테고리 자체에서 삭제되는 참사로 이어졌다. 남녀 간 불평등은 그들의 존재 방식이 대변하는 가치의 불평등이기도 하다. 평화와 상생, 협력과 공존을 수치화하거나 그 능력에 대해 묻지 않고, 개발. 전쟁, 정복, 발전의 가치가 선두에 서서 지구인들을 견인해오는동안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은 급속도로 멸종하고, 우리 모두의삶의 터전인 지구의 파괴도 가속화되어 왔다. 이제 우리가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물려줄 하나뿐인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 만큼 자연은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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