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래를 위해 아이가 누릴 오늘의 행복을 유보하지 말지어다. 그날 이후 내가 얻은 하나의 원칙이다.  - P5

"앞으로 두 분이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가는 동안, 부부간의 끈끈한 애정이 가정을 지탱하는 중심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자녀들을 다소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두 사람의 애정을 지키는 데 항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사실 명심하셔야 합니다."
"자녀들을 희생시키더라도?" 이 나라에 오자마자 내 눈에 들어오던 놀라운 사실 중 하나가 이 나라 젊은 (혹은 나이 든) 부부들이 가정생활의 중심을 자녀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애틋한 부부애를 유지해나가는 데 둔다는 점이었다. - P16

부모는 날 위해 살았고, 나는 내 자식을 위해 살면, 그럼 내 인생은 대체 누가 살아주는 건가? 내 인생을 완성시키는 대신, 널 위해 나를 다 바쳤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회피일 수도 있다는생각이 든다. 각자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내는 것이 각개인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일 터인데, 왜 우린 쉽게 너를 위해내 인생을 바쳤다고 말하며 뿌듯해하는가?
- P17

내가 선택한 내 인생의 파트너와의 사랑의 결실이 아이이고, 아이의 행복 또한 두 사람의 굳건한 사랑을 바탕으로 보장되는 것이니 결실을 맺게 한 그 본질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 P17

아이의 울음에 나의 몸이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활 리듬에 아이가 자신의 울음과 욕망을 절제하도록 훈련시킨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내 삶의 중심은 "바로 나야" 라는 확고한 중심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 P17

엄마 아빠가 있은 후에 네가 생겨났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확인시켜주는 것은 아이에게 서운함이아니라 오히려 든든함이 된다. 부모는 자신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 P20

육아를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어주는 첫 번째 조건이 바로 양육자의 자기중심적 마음가짐이라면, 두 번째는 육아를 철저히 공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이 나라의 시스템이다. - P20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기 전, 신생아 훈련소에 입소하여 철저히 교육이라도 받고 나온 듯, 나는 알지 못하는 신생아로서의 행동 수칙을 이미 척척 알고 행동했다. 유전자라는 지도가 우리 몸에 새겨져 있어서겠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 매 순간 나를 훌쩍뛰어넘는 이 생명체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였던 것같다. 나보다 아이가 더 잘 알고 있다는 그 직관적 믿음에 이끌렸던 것은. - P23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랑스의 출산율 증가는 ‘출산율 증가‘라는 목표를 향한 국가적인 노력으로 얻어낸 성과가 아니다. 출산의 주체인 여성이 기꺼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방향으로 사회가 진화해온 결과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기록적인 저출산국가의 반열에 오른 것은 사회적 모순들이 해결되지 않고 계속축적되어 더 이상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지 않은 사회가 되어버린 탓이다. 자국민이 기꺼이 ‘헬(지옥)‘이라 부르는 사회에 생명이 번성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 P35

이토록 다양한 형태의 커플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면서 정상성의 범위가 무한대로 확대되고, 더불어 안정성의 개념 또한 확장된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데로 초점을맞추어 커플의 형식을 취하고 그 선택에 만족하는 한, 아이들은함께 자신의 행복을 충분히 조율해나간다. 완고한 둑과 같던 가족의 형태가 무너지자 사람들은 형태를 넘어선 삶의 질에 집중했고, 그 결과 훨씬 쉽게 행복에 이르기 시작했다.
- P38

프랑스의 복지제도는 모든 사람을 포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케이스에서 벗어나는 사람들도 제도가 따라가며 각별히 돌본다. 정상성의 범위를 그어놓고 거기서 벗어나는사람들은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하는 잔인한 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식이다. 내가 오늘 프랑스에 도착한, 세금 한번 낸 적이 없는 외국인일지라도 이 원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1982년부터 전체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연 5주의 유급휴가,
2000년에 시작되어 2002년부터는 모든 기업에 적용된 주 35 시간(과거 39 시간)의 노동 역시 삶의 여건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 P40

 탄탄한 의료보험 제도와 무상에 가까운 교육 제도, 자유로운 형태의 결합을 허락하는 사회적 분위기, 거기에 더욱 넉넉해진 자유 시간 이 세가지 요소가 충족되자 프랑스 여자들이 평균 두 명 정도의 아이를낳는 시절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 P41

등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곳에 아이를 찾으러 오는 엄마 혹은아빠 또는 나 같은 베이비시터들과 탁아소 보모들 사이에 평등과신뢰와 기쁨이 공존했다. 함께 아이를 키워나가는 그 모든 파트너들 속에 속하여 은은한 연대의 감정을 느끼던 그 시절, 온전히행복했다.
- P45

다. 부모의 경제 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든 대학교육까지 받을 수있는 보편적 복지가 제공되는 것은 이 사회가 여전히 자유 평등박애‘라는 혁명의 구호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환기시킨다. 또한이는 각자의 학력과 경제 수준에 상관없이 일정한 존엄을 지키고프랑스의 가장 소중한 특징인 ‘지적 호기심 충만한 사회를 유지하는 바탕이 된다.
- P48

프랑스인들은 어지간해선 특정인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 규칙을 준수한다. 육아가 공포스러운 일이 되지 않도록 프랑스 사회가 찾아낸 지혜였다. 일방적희생은 금지되며, 독박육아는 금물이다. - P51

내 기억에 희완 칼리 아빠)은한 번도 칼리를 아기 취급하지 않았다. 작은 몸을 가진 성숙한 인간으로 대했다. 매사 아이의 의견을 묻고 이유를 설명하고 아이의의사를 파악하려고 했다. 그 점에선 나도 비슷했다. 아이를 성숙한인격체로 대하겠다는 다짐을 해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우리만큼 세상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P57

프랑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자립을 훈련받는다. 마치 아이를 자립시키기 위해 낳은 것처럼 프랑스 엄마 아빠들은 이 미션을 필사적으로 (보일 만큼) 철저하게 수행한다. 삶의 중심은 아이의 부모인 부부 중심으로 흘러가고 그래야만 한다고 믿는다.  - P58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자신의 삶을 이끌어갈 지축을 잘 설정해놓지 않으면 아이라는 거대한 회오리가 어른의 삶을 온통 지배할 수 있다. 그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중심을 잘 지키고 서있지 못한 어른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 P59

닥터 샴페인은 3~4일 동안 15~20분 정도 우는 아이를 내버려두면 자기가 아무리 울어도 부모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되며, 그리하여 더 이상 아이 울음으로 저녁 시간을 위협받지 않고 평화를 보장받는 프랑스 커플들의 오랜 비법을 전했다. - P60

닥터 샴페인은 3~4일 동안 15~20분 정도 우는 아이를 내버려두면 자기가 아무리 울어도 부모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되며, 그리하여 더 이상 아이 울음으로 저녁 시간을 위협받지 않고 평화를 보장받는 프랑스 커플들의 오랜 비법을 전했다. 때로우는 아이를 그대로 두는 훈련을 일주일까지 연장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부분의 프랑스 부모들은 이런 식으로 아이의 규칙적 생활‘과 자신들의 ‘자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장받아, 일찌감치 아이를 재우고 차분하게 저녁 식사를 즐긴다. 생후 3년 이하의 아이들은 7시 반, 초등학생은 9시, 중학생은 10시까지는 자도록 한다. 그리하여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가족의 삶은 철저하게 부부 위주로 흘러갈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P60

프랑수아즈 돌토

첫 번째, 아이는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다. 앞으로 어른이 될 존재로서 미래에 지닐 가치로 존중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완전한 인격체를 지니고 있다.

두 번째,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은 자기 삶의주인이다. 당시 (1930년대)로서는 혁명적인 내용이었고 우리는 여전히 이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라. 아이들은 언제나 자기 삶에 대한 직관을 가지고 있다. 진실이 올바로 전해지면 아이는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을 성장시킨다. 그러니 아이에게 왜곡된 진실을 전달하지 말라.

넷째, 모든 것은 언어다. 말뿐 아니라 시선, 손짓, 표정, 태도,
걸음걸이 등 이 모든 것이 언어다. 신생아들도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소통하려 한다. 그러니 주저 말고, 최초의 순간부터 아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라.
- P67

최근 프랑스 유아교육계에서 주목받는 저서 《행복한 어린 시절(Rour time enfance heureuse)》(2014년)의 저자 카트린 귀겐(Catherine Gueguen) 박사는 돌토 여사의 유아교육 이론을 이어가면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귀겐 박사에 따르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즉 태어날 때부터 애정에 대한 공감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타인의 애정 어린 태도를 인식하고 여기 반응하는 것이다.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자신에게 호의적이고 따뜻한 사람에게 끌리는 한편, 악의적인 사람을피한다. 한 살이 되면 타인에 다한 사랑을 표현하게 되고, 14개월에 이르면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할 줄도 알게 된다. 자아를자각하는 생후 15개월에서 두 살 사이의 시기에 아이들은 당황,
질투, 공감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자신을 타인의 위치에 놓을 줄 알아야 드러난다. 만 세 살이 되면 아이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규칙을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은 이때부터 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죄책감, 부끄러움, 자랑스러움,
자만심 등 새로운 종류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호의를 가진 어른이 차근차근 하나씩 짚어가며, "너 지금화났어? 실망했어? 무서운 거야? 슬픈 거니?" 라고 물어보고 아이와 소통하면 아이는 점점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된다. 감정에 대해 소통하면서 점점 더 명확하게 자신의 상태가어떤지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 P68

아이가 고집을 부리면 프랑스 부모들은 설명하고 설득한다.
그리고 선택의 범위를 제시한다. 아이가 알아듣든, 못 알아듣는어른의 언어로 계속해서 설명한다. 프랑스에는 유아에게만 쓰는특유의 단어가 없다. 아이도 처음 말을 배울 때부터 어른들의 말을 따라 한다. 아이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기 위해 어른들 세계에는 없는 배꼽인사 같은 것은 시키지 않는다.
- P77

나는 뻣뻣한 프랑스 상인들이 단박에 맘에 들었다. 진상 손님이 되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고, 고통스런 감정노동자들의수고를 보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수평한 땅에 함께 서 있다는그 느낌이 좋았다. 내가 무얼 살지도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 내 앞에서 굽신거리는 것도, 안 살 것 같으니까 업신여기는 것도 못 견딜 노릇 아니던가.
- P79

그것은 만인을 향한 존중의 언어인 동시에 그들과의 적정한거리를 유지하여 나를 지키는 언어였다. ‘메르시‘를 넉넉하게 말하는 사람은 우아함을 획득하며, ‘봉주르‘를 자주 건네는 사람은너그러워진다. 실트플레‘ (경어로는 ‘실부플레 S‘il vous plait)를 잊지 않는 사람은 품위를 얻게 된다.  - P82

내가 받고 싶은 대접을남에게 더도 덜도 말고 똑같이 해주는 것. 아이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이니 내 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논리적으로설명하고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면서 인내심을 갖게 하는 것. 그러한 인본주의적 태도가 이 나라 유아교육의 바탕이기도 했다.
- P84

이 나라는 수영이든, 외국어든, 악기든, 뭘 배워도 일주일에 한번씩이다. 이런 속도로 어느 세월에 기능을 습득할까 싶지만 물에 발부터 담그고 조금씩 온몸을 젖어들게 하면 어느 순간 아이들은 스스로 온몸을 움직여 수영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이 동네 예술교육이 갖는 믿음이다. 맛을 보고 감각을 익히게 한 다음에 저스스로의 동력으로 자신의 길을 찾게 하기 위함이다. 중요한 것은 ‘즐거움‘과 ‘재미‘를 놓치지 않게 하는 것, 아리스토텔레스가말했듯, "자신의 재능을 자유롭게 실험하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며, 재미가 의무로 둔갑하는 순간, 모든 배움의 동력을 잃게 된다고 이들은 믿는다.
- P91

것이다. 이 시절의 교육은 앞으로 배우게 될 세상의 여러 과목들에 대한 맛보기, 감각 익히기, 그리고 언어와 예술 활동, 신체 활동으로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점점 더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이 주된목표다.
- P96

에베이(Eveil)‘는 유치원 또래가 받게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수업에 붙는 단어다. ‘눈뜨기‘ 혹은 ‘감각일깨우기‘ 정도의 의미다. 혹은 ‘몸을 물에 적신다‘라는 표현을쓰기도 한다.
음악이든, 무용이든, 미술이든, 유치원 시절에는 맛보기 정도로만 가볍게 배우면서 감각만 일깨우는 교육이 이뤄진다.  - P92

어떤경우에도 돈 자랑이라고 느껴지는 일은 보지 못했다. 정성과 사랑이 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을 돈에 맡겨버리지 않는 습관이 이들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주 35시간 노동이 기본이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생일 카드를슈퍼에서 사면 단돈 1만 원도 안 들지만 자신의 아이만을 위한독특한 생일 카드는 그들의 손끝에서만 나오기 때문이었다.
- P107

인간이 가진 권리에 대한 무지와 망각이 전체 사회의 불행과소수 권력자들의 부패를 야기한 원인이라 여기고, 인권선언을 통해 인간에게 양도 불가한 천부의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천명한혁명 세력의 후예들이라 저런 대화를 나누는 것일까? 아이들 입에 집요하게 붙어 있는 저 ‘권리(droit)‘라는 단어. 자신들이 가진권리를 확인하려는 본능이 용솟음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아이들의 권리 찾기 본능, 어디서 왔을까?‘ 어디서 왔겠는가. 당연히 어른들에게서 왔다.
군주제의 폐지와 공화정의 탄생은 권력의 주체가 왕에서 시민들로 바뀐 급격한 변화를 의미한다. 공화정의 성공은 자신에게주어진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하는 깨어 있는 시민 양성에 달려있었다. 자신의 권리를 깨닫고 요구하며 행사할 줄 아는 시민을지속적으로 양성하지 못한다면 공화정은 상상 속의 유토피아일뿐. 바로 이 공화정 유지라는 절대적 필요에 의해 깨어 있는 시민양성의 사명을 가진 근대 학교가 출발했다.
- P108

초등학교 저학년 시민윤리 시간에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 중하나가 ‘인간의 존엄‘이다. 모든 인간에게 날 때부터 가진 천부의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존엄이며, 나 자신의존엄을 먼저 알고 존중할 것, 똑같은 방식으로 타인들을 존중해야 함을 가르친다. 스스로에 대한 존중의 첫 출발점을 제 몸을 소중히 돌보는 것을 꼽고 있다.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충분히 잠을자고, 내 몸을 강제하는 타인의 어떤 강압적 요구도 받아들이지말 것을 가르친다.
- P110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비판하는 만평을 그린 샤를리 에브도의 만화가들이 테러로 희생되었을 때, 사람들은 공화국 광장으로 달려나와 광장을 가득 메웠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표현의자유가 위협당했음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위협한 자들을 향해 증오를 표출하지 않는다. 광장에서 사람들이외친 것은 오로지 ‘더 많은 자유‘, ‘더 확고한 평등‘, ‘더 넓은 인류애였다.
- P110

아이를 몸 안에서 키워내 출산을 할 뿐 아니라 젖을 먹이고,
몸이 주는 지혜를 풀어내 어린 생명체를 길러내는 여성의 능력을갖지 못한 남성들은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했다. 예를 들면 사냥 같은 것. 과거엔 들짐승을 사냥했다면 지금은 고객을, 기업을, 돈을 사냥하고, 여성들과 비교해 그 분야에서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전 세계 노동인구의 3분의 2는 여자지만,
전 세계 부의 100분의 1만이 여성의 소유라는 유엔의 여성 지위에 대한 보고서는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얼마나 뛰어난 사냥 실력을 가졌는지를 입증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들은 자신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그 분야에서 실력을 입증하는 것만이 유용한 존재의 의미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인 것처럼 패러다임을 몰고 가버린 데서 비극은 발생한다.
- P119

여성의 관계 중심적인 생활 방식, 생명을 살리는 데서 장점이발휘되는 능력은 수 세기에 걸친 집요한 파괴공작으로 인해 잘해봤자 사회적 능력으로는 간주될 수 없는, 아니, 능력의 카테고리 자체에서 삭제되는 참사로 이어졌다. 남녀 간 불평등은 그들의 존재 방식이 대변하는 가치의 불평등이기도 하다. 평화와 상생, 협력과 공존을 수치화하거나 그 능력에 대해 묻지 않고, 개발.
전쟁, 정복, 발전의 가치가 선두에 서서 지구인들을 견인해오는동안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은 급속도로 멸종하고, 우리 모두의삶의 터전인 지구의 파괴도 가속화되어 왔다. 이제 우리가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물려줄 하나뿐인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 만큼 자연은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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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상식이 바로도시의 상식이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은 1961년에 나온 저작이다. 표현은구체적이고 전개는 열정적이지만 메시지는 심플하고 콘셉트는 상식적이다.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도시란 유기적인 복합체이며 그안에 사는 사람들의 복잡한 메커니즘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 소외되지 않고 참여해야 좋은 도시가 만들어진다. 특히 ‘도시 경제‘라는 관점에서 도시의 복합체적 성격을 존중해야 지속 가능한 도시 경제가 가능하다. 도시의 안전과 특정한 공간의 장소성 역시 도시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도시의 밀도는 적절히 높은 게 좋고, 사는 사람들의 눈이 길거리 위에 넘쳐나야 한다. 그래서 길거리의 보도를 따라 일어나는 모든 활동이 소중한 것이며,
하나의 장소에 다양한 용도들이 섞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양한기능, 다양한 사람, 다양한 활동이 서로 엮이면서 생명력이 강해진다. 그래서 이미 잘 형성된 동네를 보전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안 보이는 것까지도 말이다.
- P76

제인 제이콥스는 그의 저작이 나왔을 때, 특히 그가 로버트 모지스에 맞섰을 때, 여성에게 가해지는 전형적인 공격에도 시달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가정주부다, 제대로 공부해본 적도 없다. 아마추어다" 등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보는 게 아니라누구의 손가락이냐를 따지고 폄하하는 전형적인 주류 업계, 학계,
언론의 공격이다. 제인 제이콥스는 이 전쟁에서도 승리했다. 그후 1969년에 훨씬 더 평화스러운 캐나다로 이주해 2006년 89세의 나이로 눈을 감을 때까지 도시활동가로서 수많은 활약을 했다.
- P79

이들 존재들이 좋은 것은 그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으라고 고집스럽게 자기 의견을 되풀이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해야 하는 말을 했다. 그들은 하고 싶은 것을 했다.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했다.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을 했다. 살아님기 위해서 했고, 자존심을 지키기위해서 했고,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서 했고, 자신의 의심을 풀어내기 위해서 했고, 자신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했다. - P83

자존감이란 그것을 깨닫는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시시때때로 흔들린다고 해서 자존감이 튼튼치 않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흔들림을 통해 더 튼튼해지는 것이 자존감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 P84

이 불멸의 여인들 역시 수많은 흔들림을 가졌음을 이제 나는확실히 안다. 하나의 선택을 할 때, 혹은 그 선택을 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사건을 집하게 되었을 때 이들 역시 수많은흔들림을 가졌을 것임을 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우리가 어떤 존재를 흠모할 때에 우리는 그 존재가 완벽하다는 이유 때문에 흠모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그런 흔들림과 괴로움을 어떤 태도로 통과해갔는지, 얼마나 그 흔들림과 괴로움에 진정 자신을 맡겼는지,
그리고 그 흔들림과 괴로움을 어떻게 다스려갔는지 알게 될 때 더욱 가까운 존재로 느끼게 된다. 이들도 나와 같은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나의 흔들림도 괜찮은 것으로 느껴진다.
- P84

그 사회 그 시대의 이념, 종교관, 인간관,
남녀관, 계급관, 경제관, 자연관, 미래관 같은 것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것이 동화다.
- P92

판타지, SF에 빠지는 것은 그것이 통념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옥죄고 있는 기성관념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는 쾌감이 있다. - P93

우리는 콤플렉스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콤플렉스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늘어가는 것일 뿐이다.
- P107

"누구나 콤플렉스가 있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삶은 계속된다. 인생은 문제투성이다. 힘들고 외로워도 인생에는 의외로 멋진순간들이 있다. 그 멋진 순간을 잘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은 훨씬 더행복하다. 집은 소중하다. 어디에서 살든 나의 집, 우리 동네로 만들고 싶다. 나무와 숲과 강과 바다와 바람과 골짜기, 자연은 보물창고다. 상상의 유쾌한 힘은 인생을 크게 키운다. 사람 이야기에는 끝이 없다." 내가 ‘앤 이야기‘에서 찾은 배움들이다.
- P108

이 책이 끝날 때 스칼렛은 불과 스물여덟 살이다. 남북전쟁이터지던 열일곱 살 파티에서부터 불과 십이 년 동안의 일장춘몽이다. 첫사랑의 꿈은 무너졌고, 전쟁의 지옥을 겪었고, 농장을 지키려 살인도 했고, 전쟁에 지면서 자존심까지 무너져 내렸고, 당장먹을 게 없어 자존심을 내려놓았고, 농장을 위해서라면 레트의 정부가 되리라는 각오도 했고, 농장을 지키려 거짓 결혼도 했다. 호화로운 집에서 떵떵거리고 살게 되었으나 곁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떠났다. 살아남은 불과 스물여덟의 스칼렛, 나는 그녀를 체질적으로 싫어했지만 그녀의 생존 본능과 현실을 헤쳐 가는 투지만큼은 잊지 않는다.
- P132

요즘 청년기를 보내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안쓰럽고 미안하다.
시대가 그들 스스로를 더 초라하게 느끼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젊음의 특권이란 시대가 던져주는 무거움을 실제 무게보다도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데 있으련만, 그런 젊음의 특권을 박탈해버리는이 시대의 경박함과 천박함, 경제적 억압과 생존의 도구화는 참으로 갑갑하다. - P132

한나 아렌트가 나치 독일의 거세 표적인 유대인으로서 그 광기의 시대를 견디며 인간에 대한 절망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 전체주의를 예방하느냐, 어떻게 세계에 대한 사랑을 지킬 수 있느냐를고민하였다면, 루이제 린저(Luise Rinser)는 독일인으로서 나치 독일의 광기를 목격하며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자존감을 잃지 않으며존재를 이어갈 수 있느냐를 고민했을 것이다. 여기엔 뜻이 있을것이므로‘라고 생각하면서도 ‘과연 그 뜻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 P134

니나의 이야기는 생의 한가운데에서 진지할 권리, 심각해질 권리, 무거움을 무거움으로 받아들일 권리, 죄의식을 가지고 살 권리, 부채의식을 가지고 살 권리, 내가 아닌 우리를 고민할 권리, 공공의 책임을 물을 권리, 여전히 방황할 권리, 흔들릴 권리, 괴로워할 권리, 그리고 자유로울 권리를 최대한 누리고 뜨겁게 살아가라는 메시지 아닌가 싶다.  - P136

『토지』에는 수많은 여인상이 나온다. 자존심 드높은 독한 아름다움이 서려 있는 주인공 최서희, 남편을 버리고 딸을 버리고 정인과 함께 도망갔던 외로워서 슬픈 별당아씨, 서희의 소꿉친구이자 몸종이었다가 길상에 대한 연정을 접고 기생이 되는 봉순이,
운명의 사랑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무당의 딸 월선이, 월선이를 못잊는 남편 용이의 서러운 아내 강청댁, 용이의 아들을 낳고 본처행세하는 생존력 투철한 임이네, 최치수의 아들을 낳아 팔자 고치려고 다른 남자의 씨를 품는 음모를 꾸미는 귀녀 등. 간도에서 돌아와 해방 시간까지를 그리는 3부 이후에는 각기의 기구한 팔자와 운명적인 슬픈 사랑과 풀지 못한 한을 가진 신여성들이 등장한다. 당시 신여성들이 선택하는 삶과 사랑에 대한 박경리의 각별한연민과 사랑이 느껴진다.
- P138

그렇게 나는 나를 잘 모르기에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고 궁리를해본다. 이 여덟 캐릭터들은 나에게 여러 꿈을 심어주었다. 나는조‘ 처럼 씩씩하고 싶었다. 나는 ‘앤‘처럼 깊은 콤플렉스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살고 싶었다. 나는 ‘제인 처럼 나를 시험하는 어떤역경에도 꿋꿋하고 싶었다. 나는 ‘리즈‘처럼 나를 무시하는 오만에 맞서면서도 편견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았고, 같이 걸을 사람이없더라도 나만의 시간을 즐기면서 길을 걷고 싶었다. 나는 스칼렛‘ 같은 속물을 무척 싫어했으나, 그녀의 타고난 그리고 키워낸생존력만큼은 갖추고 싶었다. 나는 니나 처럼 세상과 시대에 대하여 세심하게 관찰하며 행동하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언제나 자유롭고 싶었다. 나는 ‘윤씨부인처럼 숙명이라는 나락에 떨어진다하더라도 희생자로서가 아니라 대적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면서 꽃꼿하게 살고 싶었다. 나는 지금도 또 죽을 때까지 내 마음속에 ‘캔디‘를 간직하고 싶다.
- P146

어릴 적에 어떤 책을 읽느냐, 어떤 캐릭터의 주인공을 만나느냐는 인생에서 꽤 중요한 영향을 준다.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속의캐릭터란 설핏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 반면 책 속에서 만나는 캐릭터는 길게 남는다. 왜? 영화는 휘리리 지나가는 반면, 책은 그보다긴 시간 동안 수시로 대화하면서 캐릭터를 알아가기 때문이다. 영화란 캐릭터 자체보다 사건에 집중하게 하는 반면, 책은 사건이라는 배경 속에서 캐릭터를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역시 ‘사람‘이 남는 것이다. - P148

섹스와 에로스는 생의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다.
축복을 축복으로 누리기 위해서 본능 이상의 앎이 필요하다.
수상하게만 여기지 말고 선정적이라고만 어기지 말고당신의 궁금증을 풀어가라, 삶은 비로소 자유를 준다.
성과 에로스에 대한 앞을 통해 삶은 진정 풍요로워진다.
- P151

‘정치‘란 국가나 기업의 권력 게임이나 권력 다툼에 대한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정치란 ‘올바른 것이 무엇이냐, 공정한것이 무엇이냐, 불편한 것이 무엇이냐를 따지고 바로잡는 과정‘을말한다. 자기 의견을 당당히 말할 권리, 문제를 제기할 권리, 그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을 권리를보편적으로 인정받느냐 아니냐가 정치 행위의 기본 조건이다.
- P152

‘로맨스와 섹스‘의 역학을 이해하고 ‘에로스와 포르노‘ 의 차이를 구별할 줄 알게 되고, ‘섹스(sex, 생물학적 의미의 성)와 젠더(gender, 사회적 의미로서의 성)에 대해서 건강한 의식을 갖게 되면하나의 인간은 비로소 건강한 성 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그게 그렇게도 어렵다. - P155

책의 계통, 지식의 계보, 문학의 줄기를 파악하게 된 것은 나름체계적으로 공부했던 유학 시절 이후였다. ‘도서 분류 체계를이해하게 된 것도 그때이고, 체계적 책 읽기의 위력을 체화한것도 그 시절 이후다. 책 길라잡이는 분명 도움이 된다. 구조를파악하고 전체를 그리고 맥락을 파악하면 핵심을 놓칠 위험이줄어든다.
- P186

여자와 남자 사이의 불꽃이 성 호르몬만으로 튀는 것은 아니다.
아니, 지적 호기심은 성 호르몬을 자극한다. 책 읽는 남자는 섹시하다. 책 읽는 여자는 섹시하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세계에서 불러오고 싶고, 무슨 세계인지 알고 싶다. 책 읽는 여자, 책 읽는 남자는 각기 자신의 세계가 소중하므로 서로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하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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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의 문명이 우리 지구의 문명과 전혀 다른 길을 통해 발전한 것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어쨌든 나는 이 문제를 좀더 넓은 시야에서 해명해 보고자 했다. 그것은 어떤 특수한 문명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오히려 ‘미지의 것‘을 그 자체로 보여주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하게 생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이 ‘미지의 것‘을 인간의 어떤 관점에서 보자면 생물학적인 것 혹은 심리학적인 것을 상기시킬 정도의조직과 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예상, 가정 혹은 기대를완전히 넘어서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싶었다. 이 ‘미지의 존재‘와의만남은 인간에게 일련의 인식적, 철학적, 심리적 그리고 윤리적 성격의 문제를 제기하게 될 것이다. 이 문제를 폭력에 의해, 이를테면미지의 행성을 폭파하는 식의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것은 단순히 현상의 파괴일 뿐으로 이 ‘미지의 존재‘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집중은 아니다. ‘미지의 존재‘에 맞닥뜨린 인간은 반드시 그것을 이해하려고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 P9

『솔라리스는 별의 세계를 지향하는 인류와 미지의 현상이 조우하는 하나의 모델 케이스—— 나는 정밀과학의 용어를 사용하고있다 —— 가 될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우주에는 우리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모든 것을 예견하고 모든것을 미리 계산해 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외계의 ‘과자‘의 맛은 그것을 먹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 P9

‘우주에는 미지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단순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을 뿐이라는 것만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 P9

문제를 떠올리게 하고 부활시키는 작용을 했다. 솔라리스의 바다가 의식을갖고 있다고 최초로 선언한 과학자 - 그 사람은 듀 하르트였는데 -는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이 문제는 어느쪽인가 하면 너무성급해서 형이상학적으로 받아들여져 모든 논쟁이나 논의의 저변에 늘 깔려 있었다. 의식 없는 사고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솔라리스의 바닷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정을 사고라고 부를 수 있을까.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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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핀 하얀 목련 사이에서 도드라지는 자목련 하나볼 줄 모르는 자가 무슨 시를 배우겠느냐."

친구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것, 모든 순간을 가볍게넘기지 않고 작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세상을 대하는 첫 번째 자세임을 그때 배웠다고 했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일상에서 한발 비켜나 평소에는 잊기 쉬운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것을 느끼기보다는 놓치고 있던 것들을 떠올려보는 기회랄까. - P149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합창이 터져 나온다. 그저 살기만할 수가 없어서."
- 패티 스미스, 《몰입 (마음산책, 김선형 옮김) - P150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이 질문은 내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번역된다.
남의 언어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언어로 살아가기 위해 나는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지 않아서.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가, 어떤 문제의식을 지니고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글을 쓰는 과정은 나라는 사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 P151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바늘에 찔러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 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이런 걸 계속해서 생각하다 보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망가지기 쉽다."
도대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위즈덤하우스) - P152

"언제나 시작보다 끝맺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한다.
올해의 시작보다 끝이 나아졌는지.
입학보다 졸업이 빛났는지입사보다 퇴사가 더 의미 있을지태어났을 때보다 죽을 때 더 행복할지."
엄태욱 님 페이스북 - P154

칭찬받지 못하는 삶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다른 사람의 칭찬에 신경을 안 쓰게 되더라고요. 그게 저를 만드는 과정에 도움이 됐습니다. 덕분에 제멋대로 살 수 있었어요. 칭찬을한 번 받으면 자꾸 칭찬받기 위한 행동을 하게 돼요. 그러면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만들어내는 기준으로저를 만들게 돼요. 굉장히 허무하죠. 여러분, 칭찬에 길들여지지않아야 합니다. 대신 여러분이 다른 사람을 칭찬하세요. 여러분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세요. 그렇게 본인만의 생각으로 살아보세요. 그 ‘생각의 근육은 책을 통해 기를 수 있습니다."
- 김봉진 대표님의 <책 잘 읽는 방법> 강연 중 - P160

"자기 것이 있어야 유행도 안 타."
내가 매력을 느끼는 이들은 모두 자기답게 사는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를 따라 하는 사람이나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면 트렌드라는 파도에 휩쓸려갔다. 심지어 ‘자기다움‘이라는 말조차 유행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나답게 하라는 건 특별하거나 특이하게 하라는 게 아니다.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그걸 잃지 말라는 뜻이다.
- P171

세상에 하찮은 것은 하나도 없다. 하찮다고 바라보는 태도만있을 뿐.
- P224

좋은 날씨를 기대하는 삶보다. 날씨를 맞이하는 삶을 살자고 다짐한다.
- P234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싶은 이유는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언어에 지배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다듬어간다면 ‘나다움‘에도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누군가는 혼자 열심히 일기를 써도 되는 거 아니야? 굳이 기록이라고 거창하게 불러야 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만의 언어를 가지려면 기록이라는 형태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것. 그런 맥락에서 ‘나답게 사는삶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기록의 힘이라 믿는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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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어야 하는 책이 많아집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내가 쓰는 글이 싫어집니다. 이것이 독서와 글쓰기의 아이러니입니다….…."
- P91

이코패스 아닌가? 인생의 모든 비극은 지금 아는 걸그때는 모른다는 점에 있다. 그때 알던 것을 지금은모르기도 하고…… - P106

꿀벌 이야기에 꿀이 빠질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이야기에선 돈이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커트 보네거트가 말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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