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상식이 바로도시의 상식이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은 1961년에 나온 저작이다. 표현은구체적이고 전개는 열정적이지만 메시지는 심플하고 콘셉트는 상식적이다.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도시란 유기적인 복합체이며 그안에 사는 사람들의 복잡한 메커니즘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 소외되지 않고 참여해야 좋은 도시가 만들어진다. 특히 ‘도시 경제‘라는 관점에서 도시의 복합체적 성격을 존중해야 지속 가능한 도시 경제가 가능하다. 도시의 안전과 특정한 공간의 장소성 역시 도시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도시의 밀도는 적절히 높은 게 좋고, 사는 사람들의 눈이 길거리 위에 넘쳐나야 한다. 그래서 길거리의 보도를 따라 일어나는 모든 활동이 소중한 것이며, 하나의 장소에 다양한 용도들이 섞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양한기능, 다양한 사람, 다양한 활동이 서로 엮이면서 생명력이 강해진다. 그래서 이미 잘 형성된 동네를 보전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안 보이는 것까지도 말이다. - P76
제인 제이콥스는 그의 저작이 나왔을 때, 특히 그가 로버트 모지스에 맞섰을 때, 여성에게 가해지는 전형적인 공격에도 시달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가정주부다, 제대로 공부해본 적도 없다. 아마추어다" 등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보는 게 아니라누구의 손가락이냐를 따지고 폄하하는 전형적인 주류 업계, 학계, 언론의 공격이다. 제인 제이콥스는 이 전쟁에서도 승리했다. 그후 1969년에 훨씬 더 평화스러운 캐나다로 이주해 2006년 89세의 나이로 눈을 감을 때까지 도시활동가로서 수많은 활약을 했다. - P79
이들 존재들이 좋은 것은 그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으라고 고집스럽게 자기 의견을 되풀이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해야 하는 말을 했다. 그들은 하고 싶은 것을 했다.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했다.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을 했다. 살아님기 위해서 했고, 자존심을 지키기위해서 했고,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서 했고, 자신의 의심을 풀어내기 위해서 했고, 자신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했다. - P83
자존감이란 그것을 깨닫는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시시때때로 흔들린다고 해서 자존감이 튼튼치 않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흔들림을 통해 더 튼튼해지는 것이 자존감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 P84
이 불멸의 여인들 역시 수많은 흔들림을 가졌음을 이제 나는확실히 안다. 하나의 선택을 할 때, 혹은 그 선택을 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사건을 집하게 되었을 때 이들 역시 수많은흔들림을 가졌을 것임을 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우리가 어떤 존재를 흠모할 때에 우리는 그 존재가 완벽하다는 이유 때문에 흠모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그런 흔들림과 괴로움을 어떤 태도로 통과해갔는지, 얼마나 그 흔들림과 괴로움에 진정 자신을 맡겼는지, 그리고 그 흔들림과 괴로움을 어떻게 다스려갔는지 알게 될 때 더욱 가까운 존재로 느끼게 된다. 이들도 나와 같은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나의 흔들림도 괜찮은 것으로 느껴진다. - P84
그 사회 그 시대의 이념, 종교관, 인간관, 남녀관, 계급관, 경제관, 자연관, 미래관 같은 것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것이 동화다. - P92
판타지, SF에 빠지는 것은 그것이 통념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옥죄고 있는 기성관념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는 쾌감이 있다. - P93
우리는 콤플렉스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콤플렉스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늘어가는 것일 뿐이다. - P107
"누구나 콤플렉스가 있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삶은 계속된다. 인생은 문제투성이다. 힘들고 외로워도 인생에는 의외로 멋진순간들이 있다. 그 멋진 순간을 잘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은 훨씬 더행복하다. 집은 소중하다. 어디에서 살든 나의 집, 우리 동네로 만들고 싶다. 나무와 숲과 강과 바다와 바람과 골짜기, 자연은 보물창고다. 상상의 유쾌한 힘은 인생을 크게 키운다. 사람 이야기에는 끝이 없다." 내가 ‘앤 이야기‘에서 찾은 배움들이다. - P108
이 책이 끝날 때 스칼렛은 불과 스물여덟 살이다. 남북전쟁이터지던 열일곱 살 파티에서부터 불과 십이 년 동안의 일장춘몽이다. 첫사랑의 꿈은 무너졌고, 전쟁의 지옥을 겪었고, 농장을 지키려 살인도 했고, 전쟁에 지면서 자존심까지 무너져 내렸고, 당장먹을 게 없어 자존심을 내려놓았고, 농장을 위해서라면 레트의 정부가 되리라는 각오도 했고, 농장을 지키려 거짓 결혼도 했다. 호화로운 집에서 떵떵거리고 살게 되었으나 곁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떠났다. 살아남은 불과 스물여덟의 스칼렛, 나는 그녀를 체질적으로 싫어했지만 그녀의 생존 본능과 현실을 헤쳐 가는 투지만큼은 잊지 않는다. - P132
요즘 청년기를 보내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안쓰럽고 미안하다. 시대가 그들 스스로를 더 초라하게 느끼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젊음의 특권이란 시대가 던져주는 무거움을 실제 무게보다도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데 있으련만, 그런 젊음의 특권을 박탈해버리는이 시대의 경박함과 천박함, 경제적 억압과 생존의 도구화는 참으로 갑갑하다. - P132
한나 아렌트가 나치 독일의 거세 표적인 유대인으로서 그 광기의 시대를 견디며 인간에 대한 절망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 전체주의를 예방하느냐, 어떻게 세계에 대한 사랑을 지킬 수 있느냐를고민하였다면, 루이제 린저(Luise Rinser)는 독일인으로서 나치 독일의 광기를 목격하며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자존감을 잃지 않으며존재를 이어갈 수 있느냐를 고민했을 것이다. 여기엔 뜻이 있을것이므로‘라고 생각하면서도 ‘과연 그 뜻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 P134
니나의 이야기는 생의 한가운데에서 진지할 권리, 심각해질 권리, 무거움을 무거움으로 받아들일 권리, 죄의식을 가지고 살 권리, 부채의식을 가지고 살 권리, 내가 아닌 우리를 고민할 권리, 공공의 책임을 물을 권리, 여전히 방황할 권리, 흔들릴 권리, 괴로워할 권리, 그리고 자유로울 권리를 최대한 누리고 뜨겁게 살아가라는 메시지 아닌가 싶다. - P136
『토지』에는 수많은 여인상이 나온다. 자존심 드높은 독한 아름다움이 서려 있는 주인공 최서희, 남편을 버리고 딸을 버리고 정인과 함께 도망갔던 외로워서 슬픈 별당아씨, 서희의 소꿉친구이자 몸종이었다가 길상에 대한 연정을 접고 기생이 되는 봉순이, 운명의 사랑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무당의 딸 월선이, 월선이를 못잊는 남편 용이의 서러운 아내 강청댁, 용이의 아들을 낳고 본처행세하는 생존력 투철한 임이네, 최치수의 아들을 낳아 팔자 고치려고 다른 남자의 씨를 품는 음모를 꾸미는 귀녀 등. 간도에서 돌아와 해방 시간까지를 그리는 3부 이후에는 각기의 기구한 팔자와 운명적인 슬픈 사랑과 풀지 못한 한을 가진 신여성들이 등장한다. 당시 신여성들이 선택하는 삶과 사랑에 대한 박경리의 각별한연민과 사랑이 느껴진다. - P138
그렇게 나는 나를 잘 모르기에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고 궁리를해본다. 이 여덟 캐릭터들은 나에게 여러 꿈을 심어주었다. 나는조‘ 처럼 씩씩하고 싶었다. 나는 ‘앤‘처럼 깊은 콤플렉스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살고 싶었다. 나는 ‘제인 처럼 나를 시험하는 어떤역경에도 꿋꿋하고 싶었다. 나는 ‘리즈‘처럼 나를 무시하는 오만에 맞서면서도 편견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았고, 같이 걸을 사람이없더라도 나만의 시간을 즐기면서 길을 걷고 싶었다. 나는 스칼렛‘ 같은 속물을 무척 싫어했으나, 그녀의 타고난 그리고 키워낸생존력만큼은 갖추고 싶었다. 나는 니나 처럼 세상과 시대에 대하여 세심하게 관찰하며 행동하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언제나 자유롭고 싶었다. 나는 ‘윤씨부인처럼 숙명이라는 나락에 떨어진다하더라도 희생자로서가 아니라 대적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면서 꽃꼿하게 살고 싶었다. 나는 지금도 또 죽을 때까지 내 마음속에 ‘캔디‘를 간직하고 싶다. - P146
어릴 적에 어떤 책을 읽느냐, 어떤 캐릭터의 주인공을 만나느냐는 인생에서 꽤 중요한 영향을 준다.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속의캐릭터란 설핏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 반면 책 속에서 만나는 캐릭터는 길게 남는다. 왜? 영화는 휘리리 지나가는 반면, 책은 그보다긴 시간 동안 수시로 대화하면서 캐릭터를 알아가기 때문이다. 영화란 캐릭터 자체보다 사건에 집중하게 하는 반면, 책은 사건이라는 배경 속에서 캐릭터를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역시 ‘사람‘이 남는 것이다. - P148
섹스와 에로스는 생의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다. 축복을 축복으로 누리기 위해서 본능 이상의 앎이 필요하다. 수상하게만 여기지 말고 선정적이라고만 어기지 말고당신의 궁금증을 풀어가라, 삶은 비로소 자유를 준다. 성과 에로스에 대한 앞을 통해 삶은 진정 풍요로워진다. - P151
‘정치‘란 국가나 기업의 권력 게임이나 권력 다툼에 대한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정치란 ‘올바른 것이 무엇이냐, 공정한것이 무엇이냐, 불편한 것이 무엇이냐를 따지고 바로잡는 과정‘을말한다. 자기 의견을 당당히 말할 권리, 문제를 제기할 권리, 그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을 권리를보편적으로 인정받느냐 아니냐가 정치 행위의 기본 조건이다. - P152
‘로맨스와 섹스‘의 역학을 이해하고 ‘에로스와 포르노‘ 의 차이를 구별할 줄 알게 되고, ‘섹스(sex, 생물학적 의미의 성)와 젠더(gender, 사회적 의미로서의 성)에 대해서 건강한 의식을 갖게 되면하나의 인간은 비로소 건강한 성 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그게 그렇게도 어렵다. - P155
책의 계통, 지식의 계보, 문학의 줄기를 파악하게 된 것은 나름체계적으로 공부했던 유학 시절 이후였다. ‘도서 분류 체계를이해하게 된 것도 그때이고, 체계적 책 읽기의 위력을 체화한것도 그 시절 이후다. 책 길라잡이는 분명 도움이 된다. 구조를파악하고 전체를 그리고 맥락을 파악하면 핵심을 놓칠 위험이줄어든다. - P186
여자와 남자 사이의 불꽃이 성 호르몬만으로 튀는 것은 아니다. 아니, 지적 호기심은 성 호르몬을 자극한다. 책 읽는 남자는 섹시하다. 책 읽는 여자는 섹시하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세계에서 불러오고 싶고, 무슨 세계인지 알고 싶다. 책 읽는 여자, 책 읽는 남자는 각기 자신의 세계가 소중하므로 서로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하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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