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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넘어선 학교 - 세상과 소통하는 학교, 메트스쿨 이야기
엘리엇 레빈 지음,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옮김 / 민들레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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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인 'One kid at a Time'이 메트스쿨의 교육 방침이다.  한 번에 한 아이씩, 즉 아이에 맞춰서 저마다 다른 교육을 하는 것이다. 공립고등학교인 메트스쿨이 공교육 시스템안에서 보여주는 교육 내용은 대안에 가까운 것이며, 또한 매우 파격적인 것이다.

어드바이저라 불리는 담임교사가 아이들에게 밀착하여 지도한다. (담임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담임제가 아예 없는 미국에서는 특기할 만한 시스템이다) 아이들은 정해진 교과가 아니라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관한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외부의 전문가인 멘토와 함께 프로젝트를 끝내고 공개 프리젠테이션으로 마무리한다.

 

내겐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찾아다니며 배운다는 점이 가장 중요해 보이며, 그 관심이 실생활과 연결되도록 외부의 멘토와 짝을 이룬다는것이 흥미롭다. 단순히 책과 인터넷 정보를 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 생활하며 연구함으로써 세상과 훨씬 밀접하게 된다는 점. 정말 환상적인 고등학교다!

 

평균적인 지식을 밀어 넣느라 고생했던 내 고등학교 생활과 비교하면 '극과 극' 아닌가. 이만큼 나이 들어보니, 그 평균적인 지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삶과 동떨어져 있는지 극명하다. 그게 벌써 오래전인데 여전히 지금 아이들도 그렇게 생활한다. 극단의 스트레스 속에 놓이 아이들을 보면, 곧 터져버릴 폭탄 같은 느낌이다. 우연찮게 하교 시간에 버스를 타는 일이 잦은 요즘엔, 그런 생각이 더 분명해진다.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다는 듯한 표정과 욕을 반 이상 섞어 대화하는 아이들을 보면 내 가슴이 다 답답해진다. 어쩌자고 우리들은 저 아이들을 이토록 불행하게 만들고 있을까.

 

언젠가 하자센터를 들른 적이 있는데, 그 자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반해서 작업통학교에 맘을 둔 적 있다. 아직 어리기만 한 꼬맹이가 혹여 나중에라도 대중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이 학교도 참 좋은 길이겠구나 싶어서. 하지만 '대안'이라는 것, 시스템 안에서 벗어난다는것은 늘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고등학교는 커녕, 이 꼬맹이를 대안 초등학교에 보낼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다.

 

나같은 겁쟁이에겐 그저 공교육이 변해야 할 뿐인것이다. 학교와 학원이 삶의 전부인 공교육이 아니라, 자유와 여유와 평화로움과 호기심이 가득한 청춘을 보장해 주는 교육말이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는데, 꿈을 꾸는 사람들보다는 대안으로 회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것 같아 아쉽다. 아직도 먼 꿈인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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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우리 나무
박상진 지음 / 눌와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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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나고 자란 저는 서른이 넘도록 나무를 구별해 낼 수 없었습니다. 구별해 낼 수 있는 나무 종류가 열 손가락을 넘지 않았지요. 그나마도 꽃이 피거나 잎이 무성한 여름 한 철에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혹은 운명적으로 같은 단지에 사는 사람들끼리 나무를 공부하는 동호회를 만들었습니다. 거창하게 공부라고 말하지만 즐겁게 나무를 만져보고 쳐다보고 이해하는 모임이었답니다. 제 눈에는 느티나무와 벚나무는 몇 날이 지나도록 같아 보였고, 오전에 이파리 따가며 배웠던 나무들도 오후만 되면 모두 낯선 나무들이었습니다. 도시내기의 나무공부는 그렇듯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험난하지도 않았습니다. 하나씩 배워가는 즐거움, 무엇보다 그 나무 이름을 알고 구별해 낼 수 있게 되자, 전에는 없던 애정이 솟더군요.

 

그 행복함 속에서 만난 책이 바로 이 <궁궐의 우리나무>입니다.

색깔 곱고 풍부한 사진 자료는 눈을 즐겁게 했고, 각종 사료에 나오는 나무의 전설과 민담 등은 글 읽는 즐거움을 주었지요. 무엇보다 이 책에 끌린 것은 제게 추억이 얽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궁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자랐기에 소풍도 자주 갔고, 사춘기 시절엔 친구들과 곧잘 궁으로 산책하기도 했던, 제게 궁궐이란 작은 추억들이 얽힌 곳이기도 하니까요.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등의 나무 지도를 보며 옛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새삼스러운 사실 즉 그 곳의 나무들은 그 궁궐의 나이만큼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동 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장소엘 가든 풀과 나무는 그저 풍경으로만 바라보곤 하니까요. 나무를 알게 되고 사랑을 갖고 나니까, 새삼스레 생명이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나무를 설명한 도감이나 기행문들은 많지만, 나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책은 흔치 않습니다. 이 책을 보고 (읽는 것이 아니고) 있노라면, 어서 궁궐로 달려가 지도에 있듯이 그 자리에 느티나무가 있는지 혹은 찔레꽃이 피어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집니다.

사는 곳에서 궁궐은 너무 멀다고요? 나무는 여러분이 살고 있는 아파트 화단에도 뿌리 내리고 있답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들고 나무를 만져보러 가는 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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