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코코죠 > 동화가 얼마만큼 재미있을 수 있냐면 이만큼이다
어떤가, 돼지가 아름다운가? 여기에 자신이 아름답다고 믿는 돼지가 있다. 더욱 아름다워지기 위하여 다이어트를 감행하고, 날마다 외모를 꾸준히 살피며 자기 관리에 들어간 돼지가 있다. 이건 조크나 흘려들을 유머가 아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이다. '사과씨 한 알과 맑은 물 한 모금 다이어트'를 통해 하루하루 아름다움을 유지해 나가는 돼지 한 마리의 처절한 이야기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마르셀 에메, 프랑스의 국민작가로 칭송받는 바로 그 사람이다. 발상의 독특함과 소설의 반전이 돋보이는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나 '생존 시간 카드' 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에메의 진정한 작품의 묘미는 이 동화집에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소설이 그 시대에 없을 것처럼 기발하고 놀랍다면, 동화는 더더욱이나 재미있고 즐겁다.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동화가 있다. 어른들이 읽는 동화, 아이들이 읽는 동화. 그러나 마르셀 에메가 쓴 동화는 '세상 사람 모두가 읽을 수 있는 동화'라 불러야 옳을 것이다.
다이어트를 한 돼지의 이야기랄지, 철학을 공부하는 황소(결국 너무 너무나 똑똑해진 황소는 밭갈이를 거부하며 공부에 집착해 서커스단에 팔려간다 흐흑), 착해지기 위해 자신의 눈을 내어주는 고양이의 이야기 같은 것은 페이소스가 듬뿍 묻어나는 유쾌한 이야기들이다. 마르셀 에메의 동화에는 교훈이랄지 하는 것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일부러 찾아낼려면 찾아낼 수야 있겠지만 억지로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동화집의 두 여주인공 델핀과 마리네트처럼 농장의 동물들과 함께 어이없고 코믹한 상황들을 거쳐나가면 되는 것이다.
예측을 뒤엎는 반전과, 소설적 구성의 탄탄함, 약간의 감동과 다량의 웃음.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면 마르셀 에메를 읽어야 한다. 짧은 이야기 속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은 마르셀 에메의 팬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