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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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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유혹
브렌다 유랜드 지음, 이경숙 옮김 / 다른생각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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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뉴욕- 영화와 함께한 뉴욕에서의 408일
백은하 글.사진 / 씨네21북스 / 2006년 1월
16,500원 → 14,850원(10%할인) / 마일리지 8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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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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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지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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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타로 카드- 초보자를 위한 타로 카드 매뉴얼
칼리 지음 / 당그래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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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마스터 따라잡기
최정안 지음 / 북하우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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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카드 100배 즐기기- 초보에서 전문가까지
레이첼 폴락 지음, 이선화 옮김 / 물병자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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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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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트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9년 1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09년 02월 0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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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 빅터 빅토리아- 할인행사
빅터 플레밍 외 감독, 제임스 가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6년 8월
5,800원 → 5,800원(0%할인) / 마일리지 60원(1% 적립)
2008년 04월 0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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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7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7년 09월 1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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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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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
한국문화인류학회 엮음 / 일조각 / 2003년 2월
12,000원 → 11,760원(2%할인) / 마일리지 120원(1%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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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개똥이네 놀이터 정기구독권
권정생 외 지음 / 보리 / 2006년 8월
102,000원 → 91,800원(10%할인) / 마일리지 5,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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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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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그리다- 세계 지성들의 빛나는 삶과 죽음
미셸 슈나이더 지음, 이주영 옮김 / 아고라 / 2006년 6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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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최근에 나온 책들(78)

지난번에 미처 다루지 못한 책들을 마저 다루기로 한다. 어느새 '가정의 달'도 다 지나가버렸는데, 지난 토요일에는 아이의 유치원에서 준비한 '가족의 날' 행사가 우천으로 취소되는 바람에(우리 가족은 아침, 점심을 김밥으로 때웠다) 본의 아니게(!) 번듯하게 아이에게 뭐 하나 해준 것 없이 보내게 되어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걸 좀 만회하기 위해서 제일 처음 고른 책은 아동 정신분석에 관한 것이다(이게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인가?). 

 

 

 

 

프랑스의 저명한 정신분석가 프랑수아즈 돌토의 <도미니크 이야기>(동문선, 2006)이 그것인데, 그녀에 관한 전기 <프랑수아즈 돌토>(도서출판 숲, 2003)는 이전에 한번 소개한 바 있다(돌토에 관한 보다 간랸한 설명은 <위대한 7인의 정신분석가>(백의, 1999)를 참조할 수 있다). 그리고 알고보니 그 사이에 돌토의 책이 몇 권 더 출간되었다. 한데, 기독교에 관한 책 두 권을 빼면, <어린이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도서출판 숲, 2004)가 <도미니크 이야기>와 함께 아동 정신분석에 관한 책으로 분류될 수 있겠다(그 책에 주목하지 못했던 것은 내가 '부재중'에 출간된 탓이다).

해서, 이 세 권 정도를 좀 읽어주는 계획도 세워봄 직하다. 아이가 당장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지는 않는다손 치더라도 아이에게 무관심했던 부모라면 한번쯤 읽어보면서 자기반성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더불어, 아이들을 좀더 섬세하게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습관'을 기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두번째 책은 스티븐 컨의 <사랑의 문화사>(말글빛냄, 2006)이다. 원제는 'The Culture of Love'(1992)인데, '빅토리아 시대부터 현대까지'란 부제를 달고 있기에 '사랑의 문화'가 됐다.  일단 책이 눈에 띄는 건 (번역서라 좀 부풀려졌다 하더라도) 76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그리고 저자가 이미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 등 인상깊은 문화사 서적을 써낸" 전력을 갖고 있기에 신뢰할 만하다는 것. 문화사 방면으론 '서양 문화사 500년'이라는 큼직한 부제를 달고 있는 자크 버전의 <새벽에서 황혼까지 1500-2000)도 눈에 띄는 신간이다. 두 권 합해서 1,500쪽이 넘는다. 하긴 500년의 문화사를 정리한다고 하니까 그만한 분량은 필요했을 법하다. 스티븐 컨의 책들과 함께 '교양 문화사 사전' 정도의 쓰임을 가질 수 있다. 

책은 "빅토리아 시대부터 현대까지 여러 문학 작품과 예술 작품에 나타나는 사랑의 역사를 추적해 본다. 정확히는 <제인 에어>가 출간된 1847년부터 <채털리 부인의 연인>의 1934년까지 87년간의 시기를 무대로 삼고 있다. 기다림을 시작으로 만남, 사랑의 언어, 입맞춤, 질투, 결혼식을 거쳐 종말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하면서 마주치는 기본 요소들을 키워드로 삼고, 이러한 특정한 상황이 문학/예술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당장은 특별히 사랑할 사람이 없는 이들도 애완견 돌보는 시간을 쪼개서 한번쯤 읽어볼 만하겠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1500년 서양사를 네 가지 혁명으로 구분한다. 종교혁명과 군주혁명, 자유주의 혁명과 사회주의 혁명이 그것. 책은 각 부마다 각 혁명이 일으킨 인간관의 변화가 문화사를 이끌어온 원동력임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르네상스·바로크 미술·낭만주의·사실주의·모더니즘 등의 예술 사조와 마키아벨리와 스위프트·바흐와 모차르트 등의 세기를 주름잡은 인물들이 다채롭게 묘사된다. 지은이는 500년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인간의 욕망, 즉 인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의 문제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욕망의 요소로 해방, 개인주의, 원시주의, 추상, 분석, 세속주의, 과학만능주의 등의 키워드를 든다. 그래서 이 책이 풀어내는 서양 문화사는 이들 요소의 다양한 비율에 따른 배합 결과이다." 그러니까 단순한 '통사'는 아니고 그걸 저자 나름대로 꿰는 틀을 갖고 있다는 얘기이다.

 
 
 
 
 
 
 

세번째 책은 히틀러를 사랑한 여인, 혹은 히틀러가 사랑했던 여인, 어느쪽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20세기 최고의 다큐멘터리 감독이란 평과 나치의 핀업걸이라는 혹평이 교차하는 걸출한 여성 감독 겸 사진작가 레니 리펜슈탈(1902-2003)의 전기, <레니 리펜슈탈, 금지된 열정>(마티, 2006)이다. 650쪽 정도 되니까 이 또한 전기로서 듬직하다.

사실은 나도 수잔 손택의 <우울한 열정>을 통해서 리펜슈탈을 알게 됐을 만큼 별로 주목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만들었나는 기록영화의 목록들은 '아!'라는 감탄사를 자연스레 유도한다(그녀의 영화는 <죽기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에 포함돼 있으며, '미디어미학'의 중요한 탐구 대상이다). 알라딘에 전기에 관한 소개가 생략돼 있기에, 간단히 사전적인 인물 소개를 옮겨온다.

-나치 운동을 힘차고 화려하게 극화한 1930년대 기록영화로 유명하다. 베를린에서 그림과 발레를 배웠고 1923~26년 유럽순회 무용공연을 가졌다. 자연, 특히 산악의 경관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독일영화의 한 형태인 '산악영화'에 출연하면서 영화와 관련을 맺기 시작했고 마침내 이 방면의 영화감독이 되었다. 1931년 레니리펜슈탈영화사를 만들었고, 1932년 <푸른 불빛 Das blaue Licht>의 각본을 쓰고 감독·제작·주연을 맡았다.

-나치당의 지원을 받아 신체의 아름다움과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찬양하는 영화들을 감독했다. <신념의 승리 Sieg des Glaubens>(1933)는 아돌프 히틀러가 주문해 제작한 단편 영화이며 <의지의 승리 Triumph des Willens>는 1934년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당대회를 주의깊게 관찰한 중요한 기록영화로서 나치당의 결속을 강조하고 독일민족에게 당의 지도자들을 소개했으며 나치의 힘을 세계에 과시했다. 그리고 <올림픽 경기 Olympische Spiele>(1938)는 1936년에 열린 올림픽 경기를 <민족의 축제 Fest der Völker>와 <아름다움의 축제 Fast der Schönheit>라는 2부로 편성해 영화화한 것으로 스튜디오에서 만든 감명깊은 음악과 음향효과를 만들어 찬사를 받았다.
 
-리펜슈탈의 영화는 풍부한 음향 효과, 뛰어난 편집, 새벽의 아름다운 정경이나 산악지대, 독일의 전원생활 등을 영화에 아름답게 담아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녀가 만든 영화가 나치를 돕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뒤 블랙리스트에 올랐지만 나치와의 전쟁공범죄가 공식적으로 씻겨진 뒤인 1952년 다시 영화에 복귀하여 일찍이 전쟁 때문에 제작을 중단했던 영화 <저지대 Tiefland>를 완성했다. 1973년 그녀의 아프리카 사진집 <누바족의 최후 Die Nuba>가 출간되었다.(*손택의 리페슈탈론은 이 사진집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책에 대한 동아일보(06. 05. 27) 이기우 기자의 리뷰.

-그녀는 언제나 흰옷을 입고 있었다. 어디에 있든 바로 눈에 띄었다. 정열적이었고 자신감에 넘쳤다. 도도함과 오만함은 그녀의 성격이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을 원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했다. 화려한 외모로 거장들을 ‘손에 넣었다’. 요제프 괴벨스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그녀의 작업에는 수상한 냄새가 난다….”

-당시 독일 여자들은 나치의 규율에 따라 비스마르크가 격찬한 3K, 아이(Kinder) 교회(Kirche) 부엌(K¨uche)에 만족해야 했으나 그녀만은 예외였다. 사전 약속 없이도 히틀러를 둘러싼 두꺼운 호위망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유일한 여성이었다. 그녀와 히틀러는 둘 다 몽상가였다. 신화를 사랑했다. 둘은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마침내 전쟁이 끝났을 때, 히틀러를 지지하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을 때 그녀만은 법정에서 이렇게 외친다. “나는 히틀러를 믿었어요. 마음대로 하세요! 날 죽여요!”

-이 책은 극단의 세기였던 20세기를 ‘금지된 열정’으로 살았던 레니 리펜슈탈의 일대기다. 유망한 무용가이자 매혹적인 영화배우였고 20세기 최고의 천재감독이었던 여인, 그러나 ‘악마(히틀러)의 감독’이자 ‘나치 핀업걸’로 기억되는 한 여인의 처연한 삶의 초상이다. 리펜슈탈이 히틀러의 요청으로 만든 베를린 올림픽 다큐멘터리 영화는 20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낭만적인 동시에 서사적이고, 신비로우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이 영화는 당시의 카메라 기술로 촬영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영화비평가들은 신음하듯 뱉었다. “서정의 적(敵)으로부터 나온 이 서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리펜슈탈은 영화를 통해서 정말 히틀러의 사악한 제국을 선전했는가? 그녀의 예술적 삶을 ‘우울한 열정’이라고 표현했던 수전 손택은 그녀의 다큐멘터리가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저항할 수 없는 지도자에 대한 숭배를 통해 육체와 공동체의 재탄생을 찬양하고 있다며 ‘파시스트 미학’이라고 규정했다(*손택은 <올림픽 경기>와 <누마족> 사이의 '연속성'을 지적한다). 리펜슈탈은 전쟁이 끝난 뒤 법정에서 “처벌할 수 있는 범죄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고독하게 버려진다. 그녀는 비공식적인 블랙리스트에 올려졌고 다시는 영화를 만들 수 없었다.



-물론 그녀의 책임도 있었다. 리펜슈탈은 존재 자체가 너무나 현란해서 그녀의 등장은 마치 파시스트의 악령이 되살아온 것과 같았다. 자신을 비난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와중에 열린 재판정에 그녀는 몸에 착 달라붙는 관능적인 승마복에 굽이 15cm가 넘는 샌들을 신고 요염하게 걸어 들어서기 일쑤였다. 그녀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온건한 견해가 불가능했다. 끔찍하거나 위대하거나! 천재이거나 악마이거나!

-그녀는 정치적으로 순진했다. 아니, 백치였다. 그녀의 삶을 좇으며 시종 그녀에 대해,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진한 연민을 드러내온 저자는 독백하듯 읊조린다. “그 광란의 파시즘 시대에 정치적 무지야말로 가장 큰 범죄는 아니었을까….”

해서 파시즘 미학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로서도 그녀의 전기는 일독의 가치를 충분히 갖는다(파시즘의 '우울한 열정'은 '원시적 열정'이기도 하다는 그녀는 생생하게 보여주는 게 아닐까? 그녀가 갖고 있었던 건 '정치적 무지'가 아니라 그러한 '정치적 무의식'으로서의 '정치적 예지'가 아니었을까?). 

 
 
 
 
 
 

 

네번째 책은 '세계화 시대 라틴 아메리카 영화'를 다룬 임호준의 <시네마, 슬픈 대륙을 품다>(현실문화연구, 2006)이다. 영화의 변방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활기차고 진보적인 영화운동의 산지, 라틴 아메리카의 영화에 대해서 이만한 규모로 다룬 책이 더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도 일단 주목에 값하는 책. 소개에 따르면, "세계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1950년대 중반 신영화운동 이후, 독창적인 미학으로 치열하게 현실을 담아내 온 라틴아메리카 영화에 대한 안내서. 현대라틴아메리카영화의 화제작들을 총망라하여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무의식을 추적했다."



조금 부연하면, "브라질, 멕시코, 쿠바,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라틴아메리카 영화 60여 편에 대한 소개와 130여 장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루시아>, <오피셜 스토리>,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 투 마마>,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등 각각의 영화들이 나오게 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상황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책의 표지로 사용되고 있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이미지처럼, 영화를 타고 가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 일주기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가는 김에 라틴 아메리카에 관한 책 몇 권도 같이 끼고 가면 더 좋을 듯.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아이리스 장의 난징대학살에 관한 기록 <역사는 힘 있는 자가 쓰는가>(미다스북스, 2006)이다. 이전에 <난징대학살>(이끌리오, 1999)로 한번 출간된 적이 있는데,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듯하다. 아무튼 새로이 출간된 이 끔찍한 기록을 나는 바로 주문해서 입수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도 펼쳐보지 못하고 있다(이 거리낌은 이 페이퍼가 늦춰지는 데도 한몫했다). 해서 일단은 동아일보 김희경 기자의 리뷰를 옮겨놓는다.

동아일보(06. 05. 20) 1937년 12월 중국 난징(南京)은 ‘살아 있음이 불길하게만 여겨지는 곳’이었다.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7주간 학살한 중국인은 26만∼35만 명. 눕혀 놓으면 난징에서 항저우(杭州)까지 35km나 이어질 숫자이고 위로 쌓는다면 빌딩 74층 높이다. 더 끔찍한 것은 일본군이 희생자들에게 최대한의 고통과 수치를 주면서 학살했다는 사실이다. 남성은 총검술 연습, 목 베기 시합의 대상이었고 2만 명이 넘는 여성이 강간당했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다큐멘터리 작가인 저자는 1997년 이 책을 펴낸 뒤 일본 우익세력의 끝없는 협박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2004년 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난징 대학살이 규모와 잔혹함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2차 대전 후의 냉전적 상황 때문이다. 미국은 소련에 맞서기 위해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이어갔고, 일본은 다른 패전국이 받은 조사를 피할 수 있었다. 중국과 대만은 일본과 교역 물꼬를 트려고 경쟁하느라 전쟁 배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일본 역시 자신의 과거와 대면하기를 거부했다.



-책에 실린 사진과 학살의 사실적 묘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참혹하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실상을 알리는 것을 뛰어넘어 처참한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인간의 본성과 아이러니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일본의 만행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추적하면서 인간의 문명이 얼마나 종잇장처럼 얇은지, 권력이 얼마나 쉽게 10대 소년들의 천성을 변질시켜 살인 병기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나는 이러한 야만성이 '그들'만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과연 우리는 절대적인 무능력/불가항력에 처해 있는 타자를 학대/살해하는 대신에 환대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반복하자면, 우리의 문명이란 얼마나 얇은 것인가!).

-드라마틱한 사람들의 인생 유전도 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다. 난징에서 중국인을 살리기 위해 헌신했던 ‘중국의 오스카 쉰들러’ 욘 라베는 난징의 나치당 리더였다. 그는 독일에 돌아가 난징의 실상을 알리다 게슈타포에게 체포됐고 전후에는 나치 전력 조사를 받으며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비참한 말년을 보냈다.

-난징 대학살은 내년이면 70주년을 맞는다(*나는 책을 내년쯤에나 읽어야겠다). 저자가 책을 쓰는 동안 마음 깊이 새겨 두었다는 경고는 이 책의 존재 이유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과거를 되풀이한다.”

평범한 인간들의 비범한 잔악성을 상기시켜주는 책으로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장 루돌프 헤스의 회고록이 있다. 한국일보의 리뷰를 옮겨온다.

한국일보(06. 05. 20) 헤스의 고백록 "나는 악마가 아니였다"

-헝가리 40만명, 프랑스 11만명, 네덜란드 9만5,000명, 슬로바키아 9만명…. 아우슈비츠 소장 루돌프 헤스(1940~1947)가 기억하는 학살 유대인 숫자다. 그러나 “나 자신은 얼마나 많은 유대인이 죽었는지 알지 못하며 심지어 어림짐작도 할 수 없다”고 고백한 것을 보면 그가 죽인 유대인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실제 1940년 5월부터 나치가 망할 때까지 살인공장 아우슈비츠에서 죽어 나간 유대인, 소련군 포로, 집시 등은 250만명을 넘는다. 그러니 아우슈비츠를 만들고 가스 살상법을 개발해 집행한 헤스를 악마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가 남긴<헤스의 고백록>을 읽으면 그는 악마 같지가 않다. 정신 이상자도, 성격 파탄자도 아니다. 어려서는 아버지로부터 누구에게라도 정중하게 대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간호사와 나눈 첫사랑은 전 생애에 걸쳐 그를 인도해준 싹이 됐다. 가정에서는 훌륭한 아버지요 착한 남편이었다. 직무에 충실했고 술, 담배를 하지 않았으며 교양 수준도 높았다. 그 때문인지 그는 수기의 끝에서 자신이 “악인은 아니었다”고 적었다.

-그래서 놀랍다. 광인이나 정신 착란자였다면 특이한 예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 그 같은 대량 학살을 해치웠다는 점이 더 무섭다. 나치 독일이 단지 폭력적 강제 만이 아니라 헤스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자발적 참가와 행동에 의해 존재했다면, 나치 독일에서 행해진 그 끔찍한 일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지 않을까.

이건, 아렌트의 표현을 빌면, '악의 평범성' 혹은 '악의 진부성' 문제이다. 인간이 어쩌면 그럴 수가 있을까, 란 경악은 이 문제를 숙고하는 데 더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그럴 수가 있다는 가정하에 다시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가 정말 인간일까? 라고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넌 네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니?

한겨레(06. 05. 19) ‘그래, 넌 네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니?’(So You Think You’re Human?) 원제는 이처럼 다소 도발적이다. 도발적이지 않다면, 당혹스럽다. <우리가 정말 인간일까?>(아카넷 펴냄)라는 번역본의 제목은 원제를 상당히 점잖게 누그러뜨린 셈이다. 인간답지 않은 인간, 그러니까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을 향해 질책하듯 던지는 말은 아니다(아니, 사실은 그런 질책의 뜻을 담은 질문인 것일까).

-런던대 지리학 교수인 역사가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가 쓴 이 책은 ‘인간’이라는 개념의 정의와 범주, 그 정합성과 타당성을 따져 묻고자 한다. ‘인간’의 실체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종다기하겠지만, 역사학자인 지은이가 동원하는 방법론은 역시 역사적 접근법이다. 그러니까 ‘인간’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정의되어 왔는지를 돌이켜 보면서 그 타당성과 설득력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다.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의심하거나, 자기가 혹시라도 인간 아닌 다른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해 본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인간이다’라는 것은, 인간들 사이에서는, 너무도 자명하여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의 진술일 터이다. 그런데도 지은이는 왜 새삼스럽게 인간의 정의를 문제 삼고 나섰는가. 자명한 것 속에 함정이 있으며, 자명한 것이 왜 자명한지를 따져 묻는 것이야말로 진정 학문적 태도임을 그가 믿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을 바탕에 깔고 그는 인간에 관한 역사적 정의의 타당성을 점검한다.

-인간을 동물과 구분짓는 전통적인 요소 중 대표적인 것으로 도구와 언어, 문화 등이 있다. 그러나 영장류 동물학의 최근 연구 성과들은 이런 특징들이 인간만의 몫이 아님을 속속 밝혀 내고 있다.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개미집에 집어 넣어 거기에 달라 붙은 개미를 떼어 먹는 유명한 사례는 제인 구달의 선구적 연구 덕택에 보편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단한 나무 열매를 쪼개기 위해 두 개의 돌을 이용하는 원숭이는 물론, 조개 껍질을 깨기 위해 돌을 이용하는 수달을 보더라도 도구 사용에 관한 인간의 독점권은 인정하기 어렵다.

-언어 역시 인간만의 몫으로 주장하기 어렵다. 벌·개미와 돌고래, 박쥐 등의 고유한 의사전달체계는 인간과 다른 방식의 ‘언어’로 볼 수 있으며, 영장류들을 훈련시켜 얻은 결과는 그들이 인간의 언어를 습득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말을 알아듣는 개와 앵무새의 사례 역시 참조할 만하다.

-언어와 도구가 아닌 ‘문화’라는 고급스러운 현상으로써 인간의 고유성을 주장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려 할 때 수컷 침팬지들이 모여 똑같은 방식으로 몸을 흔들고 발을 구르는 ‘비 춤’의 사례 보고라든가, 죽은 토끼나 바퀴벌레를 종일 머리에 얹어 두고 만족스러워하는 암컷 보노보들의 행위는 영장류들에게도 나름의 문화가 있다는 강력한 반증이 된다.

-일본 코시마 섬의 짧은꼬리원숭이 집단에서 목격된 행동의 혁신과 보편화 과정은 특히 놀랍다. 관찰자들이 ‘이모’라는 이름을 붙인 천재 암컷 원숭이가 농부에게서 얻은 고구마를 개울물에 헹구어 흙을 씻어 내고 먹기 시작하자 그 방법은 이내 다른 동료 원숭이들에게 확산되었다. 이모는 또 인간들이 해변에 뿌려 주는 밀에 모래가 묻어 먹기에 힘들자 밀과 모래를 함께 물에 뿌리고는 물 위에 떠오르는 밀만을 건져 먹는 방법을 개발해서 역시 무리들에게 전파시켰다.

-이런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지은이는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일종의 ‘복권’을 주창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생 인류의 조상과 상당 기간 동안 공존하다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물질문명을 이루었으며 죽은 이를 매장하고 그 위에 꽃을 뿌리는 식의 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도 일부 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의 조상에 비해 여러 모로 열등했다는 주장을 하며 그에 어울리는 증거를 찾기에 열을 올린다.

-지은이는 이런 태도에서 흑인을 ‘인간과 원숭이의 중간적 존재’로 보고자 했던 19세기 인종주의의 그림자를 본다. “과거에 인간과 사실상 구분되지 않는 인간 아닌 종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인간’이라는 것이 고정된 불변의 실체가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게다가 생명공학과 로봇공학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에 대한 기존 관념의 불가피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는 그야말로 ‘인간적 가치라는 신화’를 보존하고 확산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간곡한 제언이다. 그야말로 사람다운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우리가 애써서 기왕의 인간 개념의 타당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인간적 겸손와 위엄을 잃지 않으면서 ‘이웃 동물’들의 권리와 행복 역시 침해하지 않는 평화적 공존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가령 동물들 역시 자기 영역에서 쫓겨나지 않을 권리, 잡히거나 괴롭힘을 당하거나 고통을 당하거나 무언가를 빼앗기는 실험을 당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 권리를 지닌다는 동물 권리운동가들의 주장에도 새겨 들을 바가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인간은 모든 생명체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것이며 다른 모든 생명을 자기 목적에 맞게 이용하거나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식의 인간 중심주의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간 개념의 경계는 분명하지도 보편적이지도 않다(…) 그 개념은 아직도 놀랄 만큼 확장될 여지가 있다”는 지은이의 결론은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 사이의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이같은 염원을 바탕에 깔고 있다.(최재봉 기자)

So You Think You're Human?

 

 

 

 

 

 

 

 

 

 

 

06. 05. 28 - 0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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