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코코죠 > 우리 모두 언젠가는 세상을 뜨는 것
어릴 적에는 항상 강아지를 키웠었다. 누렁이거나 얼룩이거나 뽀삐 혹은 돼지라는 이름으로 불렀었다. 강아지는 내 동생이었고 친구였으며 든든한 보디가드였다.
이것은 내가 마지막으로 키웠던 강아지 뽀삐에 대한 이야기다.
뽀삐는 쥐약을 집어먹고 죽었다. 이건 아주 흔한 이야기다. 그때에는 어디에나 쥐가 들끓었고 박하사탕같이 생긴 쥐약이 여기저기 던져져 있었다. 뽀삐가 왜 쥐약을 집어먹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쨋든 내가 사랑했던 개 뽀삐는 그렇게 죽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린내나는 혓바닥으로 내 코를 핥아주던 뽀삐는 빳빳하게 굳어 디귿자 모양으로 차갑게 죽어 있었고, 벌써 파리가 꼬여들고 있었다.
나는 뽀삐를 화단에 묻어 주었다. 뽀삐가 가장 좋아라 했던 오십원짜리 맛쥐포도 함께 묻어 주었다. 그건 내 생애 첫 장례였고, 내가 목도한 첫번째 죽음이었다.
그 후로 나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당연히 영원할 줄 알았던 어떤 사람들을 하나 둘씩 떠나보내기 시작한다. 나는 번번이 절망하며 그때를 떠올리는 것이다. 그때 나에게, 죽음에 대한 이런 동화책 하나 건네주었더라면.
이 책은 애완동물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머핀 아저씨는 젊고 건강한 기니피그였고, 젊었을 때는 오이 하나를 통째로 나를 만큼 힘이 셌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그렇듯 머핀 아저씨에게도 죽음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기니피그 머핀 아저씨가 차근차근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정리한다는 구성은 지루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머핀 아저씨에게 날마다 편지를 보내는 아이는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로 하여 무척 슬펐을 머핀 아저씨의 죽음이 아름다워졌다는 것을 그 아이는 알까. 다만 머핀 아저씨는 글씨를 읽을 줄 몰라 그 편지를 잘게 찢는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나는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코를 싸쥐어야 했다. 안 그랬다면 나는 아마 '뽀삐야' 하고 외치며 울음을 터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마음을 여는 책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물이다. 같은 시리즈로 '죽으면 아픈 것이 나을까요' 라는 책은 동생의 죽음을 겪은 다섯 살짜리 아이가 쓴 이야기이다. 그 책도 추천할 만 하다. 누구에게나 생애 첫번째로 목격하게 되는 죽음이 있다. 우리는 그 아이가 당황하거나 혹은 두려워 하지 않도록 보듬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런 책이 필요하다. 아마 머핀 아저씨도 그걸 원했을 것이다. 자기가 떠난 후에 남은 사람들이 많이 슬퍼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