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닥치고 정치](2011, 김영사)는 시민들로 하여금 무관심을 벗어 버리고 정치에 참여할 것을 권하고 있다. 김용민의 [조국 현상을 말한다](2011,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는 한발 더 나아가 시민들을 위해 차기 대선전략과, 2017 대선 대통령 선택을 위한 간편메뉴를 제시함으로써 참여방법을 구체화한다. 현 정권에 대한 고발과 심판계획이 각각 앞의 책과 뒤의 책에 나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통해 그 고발은 이미 널리 퍼지고 있는 것에 반해 심판의 준비와 계획에 대해선 미흡하단 생각이 들었다. '쫄지 말고', '메뉴에서 골라 투표하는 것' (물론 이것은 당장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 갖게 하고 '최소한' 참여하게 하려는 첫 단계이므로 지금으로서 시의적절하다) 보다는 좀더 계획적이고 투철한 무엇도 제시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내가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고, '그렇다면 계획적이고 투철하게, 보수주의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궁금증을 해소해 준 답안은 다음 두 책에 있었다. 위 두 책을 보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두 책 모두 인지언어학의 창시자이며 언어학과 인지과학사에 이정표를 세운 세계적 석학으로 소개되는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가 쓴 책들로서 사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2006, 삼인)는 [도덕, 정치를 말하다](2010, 김영사)을 읽기 쉽게 쓴 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도덕, ...>은 좀더 이론적이며 학술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 <코끼리는...>은 실제적이며 활용성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도덕, ...>은 '보수'와 '진보'의 갈등과 그 원인을 이해 하려고 했던 내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그들(진보와 보수 모두)의 정체, 언어, 사고를 명쾌하게 정리해두고 있을뿐만 아니라 지금 미국에서 두 진영의 갈등이 첨예한 정치사안을 예 들어 갈등의 원인을 앞서 정리한 두 진영의 정체와 언어, 사고의 차이로 설명함으로써 이론의 근거와 설득력을 더한다. 그리고 성공한다. <코끼리는...>은 설득당한(그래서 글쓴이의 이론에 동의하는) 사람들 중 진보의 진영에 서있는 사람들의 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그들의 편임을 공고히 하고 '이제 우리가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를 전파한다.
<코끼리는...>에서는 우선 계속된 패배를 인정하고 자성하는 자세로 진보가 가진 문제점을 진단하는데서부터 시작하여, 보수의 승리이유와 전략을 분석하는 1부 '그것은 이렇게 이루어 진다'와 그들로부터 학습한 승리전략을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2부 '이제 어떻게 할것인가'로 '진보집권플랜'을 설명해 나간다.
미국의 학자가 미국의 사람과 정치를 관찰하고 연구한 이론이며 결과라 하더라도 우리 실정에 옮겨오는게 큰 무리는 아니겠다 싶은 것은 책의 내용 중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이 똑같이 거기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들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그렇게 큰 해를 끼치는 부시(=보수)에게 투표할 수 있는 거지요?"란 의문은 대통령의 이름만 바꾸면 우리에게 꼭 알맞는 의문인 것이다. <코끼리는...>의 뒷부분(207-218쪽)에 [진보집권플랜] 지침이 자세히 27가지나 제시되어 있는데 다 옮기는덴 문제가 있고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상대를 존중하라.
프레임을 재구성함으로써 대응하라.
가치의 차원에서 사고하고 발언하라.
자신이 믿는 바를 말하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조지 레이코프 지음, 2006, 삼인)
나는 가급적 실천하고, 표를 행사할 뿐 아니라 그들에게 속지 않으며 내 생각이 잘못 전달되지도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마음 먹었다.
덧. 내가 뉴스를 본 이래 30년 동안 석유값은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었고, 여야는 한 번도 화합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관심 밖의 것들로 치부하곤 했었지만 석유는 유한한 것이라 그렇다쳐도 여야의 갈등은 사람 사이의 일인데 어찌저리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걸까?로 시작되어, 이 의문은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학업에 쫒기고 당장 눈 앞의 것 밖으로 주의를 돌릴 여유가 없어 미뤄 두었는데 그때 잠깐의 생각으로 '진보'와 '보수'는 사람 사이의 일이더라도 아예 '종'까지 구분해도 좋을만한 생물학적 차이까지 포함할 수 있겠단 막연한 구상을 기억해 두기로 했었다. 이 단서를 얻는데 도움이 되었던 책이 조지 레이코프의 [도덕, 정치를 말하다] (2010, 김영사) 이다. 이 '정치 생물학'에 대해 나중에 좀 더 깊이 연구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이제 곧 이 '정치 생물학'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것이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