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시봉이야기 1
원택 지음 / 김영사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머리 확 깍고 중이나 되어야겠다”

중생활을 우습게 본 말이다. 오죽하면 이런 말을 내뱉을까 싶지만 중은 홧김에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절은 직장인들에게 큰 맘 먹고 들른 자연의 휴식처나 기암괴석에 둘러싸여 풍광 좋은 별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절은 관광지 이전에 스님들이 생활하고 수행하는 예불처이다. 따라서 절에서 밥, 반찬도 필요하고 난방, 건물 보수 등의 공사도 필요하다. 그러니 만약 절이 녹차 마시며 큰 스님의 좋은 말씀만 듣고 선문답을 나누는 공기 좋은 곳으로 생각하고 출가를 했다면 무료 파출부가 된 기분일거다. 게다가 매일 새벽, 점심, 저녁 예불을 드린다. 여기에 삼천배, 때론 이만일천배..평소에 과일 사러 가면서도 승용차 타는 사람들은 우선 체력부터 보강한 뒤 출가를 결심할지어다.

그렇다고 <성철스님 시봉이야기>가 허드렛일 하는 스님이 중심은 아니다. 이 책은 20여년간 큰스님 성철을 곁에서 모신(시봉한) 원택스님의 이야기이다. 원택스님이 바라본 성철스님 정도가 되겠다. 그래서 원택스님이 책 전반부에서는 주인공이고 후반부는 성철스님이 중심이다.

그러나 내가 불경스러워서인지, 성철스님이 원체 말씀을 별로 안하셔인지 아니면 원택스님이 성철스님이 너무 무서워서 몸을 사리셔서 그런건지 딱히 왜 성철스님이 큰스님인 줄은 잘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성철스님이 큰스님이고 무서운 분이고 과묵하신데다 검소하신 분이다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삼천배를 하지 않고 책상 앉아서 편하게 책을 읽어서 그런가? 오히려 절 생활이 쉬운 게 아니고 세상살이 어디가든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그렇다고 성철스님 에게~별 거 없네 이런 생각마저 든 것은 아니다. 다만 논리적인 근거가 뒷받침이 된 성철스님의 ‘큰말씀’을 기대했지만 주위 스님들이 큰스님을 추앙하는 현장만 둘러보고 온 기분이다. 하지만 스님들의 수행 과정의 어려움, 화두, 가족들과의 분쟁(?) 해결 등의 이야기가 스님이된 친구가 해주는 이야기처럼 잔잔하게 전해져 와 덕분에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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