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여섯 번의 시도 - 카프카를 읽는 6개의 키워드
오선민 지음 / 북드라망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카프카의 소설, 일기, 편지 등 글쓰기를 ‘자유를 향한 여섯 번의 시도’로 해석한 해석서이다. 카프카의 작품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벌레가 되지만 왜 애초에 벌레가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고(「변신」),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체포되지만 죄의 내용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소송』). 또 주인공들은 원래 가려던 목적지에서 비켜 나와 길바닥 골목을 헤매 다니기 일쑤다(『성』,『실종자』). 내용에 ‘왜’, ‘목적’이 없고 형식에도 3편의 장편 모두 미완으로 끝나는 등 마무리라는 ‘목적’이 없다.

작가는 카프카의 작품이 무작정 좋아서 읽기를 시작했지만 막상 카프카에 대한 책을 쓰다 보니 각각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테마가 충돌하고 문장들을 아무리 맞춰보아도 퍼즐처럼 딱 떨어지지 않아 힘들었다고 한다. 이리저리 붙인 조각들이 이어지지 않아 다 외워버리겠다는 각오로 읽고 또 읽기를 반복하기도 하고 카프카를 해석한 발터 벤야민, 한나 아렌트, 질 들뢰즈 등의 철학자들의 책, 그 철학자들의 카프카 해석을 해석한 책까지 확장해보기도 하였으나 카프카와는 더 멀어져만 갔다고 한다. 급기야 무릎으로 툭 친 이야기만 며칠째 계속하는 카프카의 일기를 읽고는 카프카는 미쳤고, 자신도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포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책 마무리를 위해 간 프라하에서도 서둘러, 확실하게 마무리하려는 급한 마음에 해도 안될 일에 왜 그런 공을 쏟았는지 원망스러울 정도로 카프카의 작품을 읽었던 수많은 시간이 무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카프카에 대해 뭔가를 써야한다는 목적을 내려놓자 카프카의 매일같이 고쳐 쓴 글쓰기가 완벽한 문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퇴고가 아니라는 점, 무릎을 끝도 없이 툭치는 이야기는 Ctrl C, Ctrl V가 아니라 무한한 차이가 발생하는 반복이라는 점이 보이기 시작하자 문득 자기 물건이라고는 거의 없는 작은 방에 책상 하나를 갖다 놓고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종이를 마주하여 무술을 익히듯 글을 쓰고 또 쓰고, 또 고쳐 쓰고 있는 수련자, 카프카가 보였다고 한다.

작가는 스스로를 대학원에서 근대문학을 공부한 대한민국 40대 주부로서 아이들의 엄마로 소개한다. 밥, 빨래, 육아, 그리고 카프카의 작품 해석 글쓰기를 병행한 것이다. 작가는 책 서문에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이후 본문 어느 곳에서도 자기 생활이라고는 내보이지 않는다. 일기에서조차 자기 일이라고는 쓰지 않았던 카프카 작품의 해석서이기에 자기 이야기 부재는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작가가 카프카에게서 수련자의 모습을 본 것은 작가 역시 매일 글쓰기를 하는 수련자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 스스로도 카프카 덕분에 프라하까지 왔으면 됐고 정답은 없지만 스스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으면 됐다고 한다. 작가는 카프카의 작품을 자유와 그를 위한 시도로서 유목, 독신, 소송, 측량, 변신, 문학 등 6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 결국 그 키워드들은 글쓰기로 귀결된다. 나는 이 책을 ‘카프카의 작품을 ‘자유를 향한 글쓰기’로 해석한 한 수련자의 글쓰기‘로 부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