騎士團長殺し :第1部 顯れるイデア編 (單行本) 騎士團長殺し 1
무라카미 하루키 / 新潮社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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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1권 중간감상.

무라카미 하루키 신간 <기사단장 살인>(기사단장 죽이기) 1권. 전체 500페이지 약간 넘는데 중간 정도까지 읽었다. 이하 두서 없는 감상.

1) 하루키 책을 원서로 읽는 건 처음이라 약간 쫄았는데 의외로 읽기 쉬워서 놀랐다. 막 어려울 줄 알았다. 역시 밀리언셀러 작가라 그런지, 결코 가볍다는 느낌이 아닌데도 술술 읽힌다. 어휘나 이런 게 다 평이하다.

2) 화자=주인공은 1권 중간 시점까지 이름이 안 나온다. 1인칭을 ‘보쿠‘가 아니라 ‘와타시‘라고 하는 36세 정도의 남자다. 단, 친한 관계의 대화에선 히라가나로 보쿠라 하는 듯...직업은 화가.

이하 줄거리를 적어놓으니 스포 싫으면 넘기세요.

화자는 초상화가로서 나름대로 먹고 살 만한 실적을 쌓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내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혈혈단신 집을 뛰쳐나와 방황한다. 그러던 중 자신이 결코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일도 그만둔 채, 친구 아마다 마사히코가 마련해준 집에서 살게 된다.

그 집이란 마사히코의 아버지이자 굴지의 일본화가 아마다 토모히코가 은거하던 집. ‘경계의 집‘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계곡 사면에 위치하며 산과 바다의 경계적인 위치에 지어진 것 같다. 아마다 토모히코는 92세로, 치매가 와서 요양원에 들어갔다.

주인공은 아마다 토모히코에게 흥미를 느껴 그의 행적을 알아보는데, 원래 서양화를 전공했고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빈에서 유학했음을 알게 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빈에서 돌아온 아마다 화백은 작풍을 완전히 바꾸어서 아스카 시대를 무대로 한 일본화를 그리게 되었다. 그 전향의 계기는 아들도 모른다.

어느 날 주인공은 다락방에서 아마다 화백의 미발표작을 발견한다. 이 그림의 제목이 바로 <기사단장 살인>. 아스카시대 복장을 한 인물이 등장하는 일본화인데, 그 내용은 아무래도 오페라 <돈 조반니>의 첫부분에서 조반니가 돈나 안나의 아버지를 살해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 같다. 그런데 그림 한구석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도 그려져 있다....

그럭저럭 안온한 주인공의 일상에 갑자기 등장하는 폭력적인 장면이다. 이제 하루키 세계관에서 늘 있어 온 ‘세상의 모든 악‘을 상징하는 절대악적인 인물도 나올 차례일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신캐릭터 등장. 말끔한 매너와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백발의 남자 ‘멘시키‘.

멘시키는 免色라고 쓴다. 네이밍 센스 완전 니시오 이신인 줄. 멘시키가 주인공과 첫대면을 하는 장면도 상당히 니시오 이신적인 연출이다. 그러고 보니, 니시오 이신과 무라카미 하루키를 동시에 논했던 논자는 <신화가 생각한다>의 후쿠시마 료타 정도밖에 없었던가 싶음. 읽어보면 작법으로써 상당히 닮은 구석이 많은 작가들인데...

여하튼간에, ‘색을 모면하다‘고 써서 멘시키. 뭔가 전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를 연상케 한다. 그러고 보니 이 <기사단장 살인> 자체가, 뭔가 재밌어진 <다자키 쓰쿠루> 같은 느낌이다. 다자키 쓰쿠루는 나는 좀 노잼으로 봤는데 이 책은 무척 재밌다. 멘시키가 등장하고부터 훌렁~하고 빠져들게 된다.

이 멘시키가 ‘세상의 모든 악‘일까?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매력적이다!! 어쩜 이렇게 평이해 보이는 언어로 매력 넘치는 인물들을 그려낼 수 있을까? 평소에 ‘필력‘이라는 말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데(왠지 꼰대 같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필력을 느끼면서 읽고 있다.

[발췌 149~150쪽

(주인공 앞에 수수께끼의 인물 ‘멘시키‘가 나타난다. 그는 아내와 헤어진 후 두문불출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줄 것을 의뢰한다. 주인공은 초상화가로서 대상을 모델로 세우지 않고, 면담 후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을 모토로 삼았지만 멘시키는 자신을 모델로 삼아서 그려줄 것을 요구한다.)

˝실은 호기심이 들었거든요. 내 눈앞에서 내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진다는 게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나는 그 일을 실제로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그저 그림으로 그려지는 것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교류로써 체험하고 싶었던 겁니다.˝
˝교류로써?˝
˝나와 당신 사이의 교류로써 말입니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 교류라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장은 알 수 없었다.
˝서로의 일부를 교환하는 일입니다˝라고 멘시키는 설명했다. ˝나는 나의 무언가를 내놓고, 당신은 당신의 무언가를 내놓는다. 물론 그것이 소중한 것일 필요는 없습니다. 간단한, 증표 같은 거면 됩니다.˝
˝어린아이가 예쁜 조개껍질을 교환하는 것처럼?˝
˝바로 그겁니다.˝
나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꽤 흥미롭긴 하지만 제 쪽에서는 당신에게 줄 만큼 훌륭한 조개껍질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멘시키는 말했다. ˝그다지 내키지 않는지요? 보통 모델을 세우지 않고 그리시니, 그런 교환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나는.......˝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딱히 그럴 필요가 없어서 모델을 쓰지 않는 것뿐이지 결코 인간적인 교류를 피하는 건 아니에요. 저도 한동안 그림 공부를 해왔으니 모델을 써서 그린 경험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만약 당신이 한시간이나 두 시간 꼼짝 않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있는 고역을 마다하지 않으신다면, 당신을 모델로 하여 그림을 그리는 데에 전혀 이견이 없습니다.˝
˝잘됐군요˝라고 멘시키는 손바닥을 위로 가볍게 들어올리며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슬슬 고역을 치르도록 하죠.˝]

이 장면!! 너무너무 좋다. 중요한 건 이 대화 이전에 주인공은 멘시키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는 것. 갑자기 나타나서 갑자기 고액으로 그림을 의뢰하는 수수께끼의 인물. 그런 인물이 교류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하는 거 자체가, 수상쩍고, 유혹적이고, 미묘하게 신선한 거리감각을 즐기게 해준다. 멘시키라는 인물의 매력과 불길함이 실감이 나서 이 장면을 기점으로 독서의 스피드가 올라갔다.

그 이후로 마침 마이붐인 괴담적 전개가 이어지는데, 너무 많은 이야기를 소개하는 건 좀 그런듯. 이번 책은 장르로 치면 매직 리얼리즘계 괴이담일까?

3. 오페라, 클래식 악곡에 대한 뭔가가 많이 나온다. 주인공이 화가라서 미술에 대한 뭔가도 많이 나온다.

4. 1Q84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면 약간 빗나갈지도?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지만, 위에 말했다시피 <다자키 쓰쿠루>를 파워업한 것 같은 느낌. 세월을 속일 수 없는지 아재 냄새도 여전하지만 다자키 쓰쿠루 때만큼 걸리적거리지는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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